연대성에 입각한 사회복지를…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복지부분에서는 몇가지 진전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료보험의 통합과 국민연금의 확대와 사회보험제도의 통합계획일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지체되어 있는 우리 나라의 사회보장제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초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최근에 정책이 전개되는 양상은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었다. 특히 국민연금의 4월 확대 적용을 앞두고 일어난 일련의 정책 과정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심각하게 한다. 다 알다시피 국민연금 확대 적용과정에서의 가장 큰불만은 홍보가 안된 상태에서 느닷없이 날아든 신고권장소득이었다.

도시지역 자영자에 대해 사회보험을 적용할 때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라 보험료를 적절하게 부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은 의료보험 확대와 통합과정에서도 한번 경험했던 것으로 이번 국민연금 확대에서도 가장 커다란 이슈가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물론 보건복지부는 나름대로 과거의 표준보수월액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고권장소득제도를 준비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소득추정자료가 97년 자료를 활용하고 관계 부처와의 자료 교환 부족, 그리고 신고권장소득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커다란 반발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4대 사회보험의 완성이라는 국민연금의 확대 실시를 앞두고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 후의 조치나 일이 진행되는 과정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신고 소득을 그대로 인정하여 보험료 부담에서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국민연금의 의의를 홍보하기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중심으로 홍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급기야는 국민연금 확대 실시의 연기론과 임의 가입 방식까지 주장되기도 하였다. 또한 한편에서는, 특히 노동조합과 봉급생활자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확대로 자신들이 불이익을 본다는, 의료보험 통합때와 같은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다.

원래 계획대로 실시하기로 최종 결정이 이루어졌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회보험에 대한 이해가 있는가 그리고 과연 우리 사회에 공동체 의식과 연대성에 대한 의식은 아주 사라져버렸나 하는 우려를 가지게 하였다. 사회보험은 분명히 사적인 개인저축과는 다른 것이고 또 달라야만 한다.

사회보험의 목적이 노령이나 질병 등과 같이 개인들의 생활의 안정을 저해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회'보험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대처하는 방식이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인 방식으로 위험에 대처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이다. 개개인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기는 하지만 각자가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모두를 위하여 같이 대비하기 때문에 개인저축이 아닌 사회보험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일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일인을 위해 같이 대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개인의 저축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간에, 그리고 동일 세대에서 계층간에 위험 부담의 분산, 즉 재분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밑받침하고 있는 정신은 연대성, 즉 공동체 의식인 것이다.

이러한 연대성은 참여 계층이 다양할수록,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커지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그 필요성은 여유가 있을 때가 아니라 어려울 때 보다 커진다. 영국의 복지국가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사회보장법은 대공황이라는 어려움속에서 필요성이 제기되고 만들어진 것들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시행이 연기되거나 임의선택 방식으로 시행될 것이 아니라 조속한 시일내에 전국민에 확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간에, 그리고 국민연금 내부에 형평성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조속한 시일내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지 시행을 연기하거나 시행방식을 변경시킬 사유는 아닌 것이다. 다행이 4월부터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되기는 하였지만 그 과정은 씁쓸한 것이었다. 논의 과정에서 노후 보장만 언급되고 연대성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과연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을 망라한 정책결정자들이 사회복지와 사회보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개혁적 복지 정책들이 잇달아 좌초되는 것을 보면서 근본 이유가 이러한 인식의 한계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복지제도는 시행되면서 여러 가지 형태로 변경될 수는 있지만 근본 원칙이 변질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1999년 4월

김 종해/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김종해(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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