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9월 2022-08-30   673

[활동가의 책장]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활동가의 책장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월간 참여사회 2022년 9월호 (통권 298)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파커 J. 파머 | 글항아리 | 2012

 

삶에서 갈등이 극으로 치닫던 때, 이 책을 추천받았다.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 상태. 왜 상대가 ‘틀렸는지’를 입증하는 데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 다양성을 언급하지만, 내가 그어둔 다양함의 ‘마지노선’을 넘어서는 순간 언제든 상대를 매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의견이 부딪히는 순간, 이건 다름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규정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을 쓴 파커 J. 파머는 바로 그 순간이 “창조적으로 긴장을 끌어안는 민주주의의 마음”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의도적으로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제도다. 평화롭기는커녕 충돌이 기본값이다. 갈등이 없다? 거긴 전체주의 사회일 가능성이 크다. 단일성이 폭력인 이유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위한 마음의 습관을 키우자고 제안한다. 기억에 남는 것 두 가지. ‘타자를 두려워하지 않기’, ‘나를 반대하는 사람을 악마화하지 않기’.

 

심리학에서 인간은 변화에 저항하는 존재라 한다. 자기 개념의 수정을 요구하는 낯선 상황은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해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수용하거나 방어하거나. 방어가 심하면 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동성애 혐오가 대표적이다. 동성애를 ‘비정상’ 혹은 ‘죄’로 규정하면, 자기 개념을 깨뜨려야 하는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되니까. ‘타자의 악마화’는 그래서 늘 손쉬운 해결책이자 유혹이다. 민주주의는 이를 뿌리치는 용기를 요청한다.

 

10년 전 나에게 커밍아웃해준 퀴어 선배. 나의 무지한 발언을 견디며 애정 어린 비판을 쏟아(?)내 준 페미니스트 동료들. 그들은 나를 냉소하지 않았고, 다른 세계로 연결해 주었다. 윤석열을 지지하진 않지만 여성 정책만큼은 국민의힘과 입장이 같다고 말하는 청년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나와 입장은 달랐지만 우린 서로를 공격하지 않았고, 꽤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책의 원제는 ‘민주주의의 마음 치유하기’(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다. 정치에 상처 입은 마음이 치유되는 순간은 바로 적대적인 이분법 너머에서 차이를 끌어안는 민주주의의 시공간을 만날 때가 아닐까.

 


김승환 미디어홍보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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