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9월 2022-08-30   1086

[참여연대사전] 체계자구심사권을 가진 자가 국회를 제압한다?

참여연대사전  

체계자구심사권을 가진 자가 국회를 제압한다?

 

월간 참여사회 2022년 9월호 (통권 298)

 

1. 체계자구심사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한 법안이 관련법과 충돌하지는 않는지(체계體系),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정하게 쓰였는지(자구字句) 심사하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법제사법위원회

국회법상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한 모든 법안(신속처리안건 제외)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본회의에 부의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원上院’, ‘상임위 위의 상임위’라는 별명도 있다.  

 

3. 원구성 

본회의를 주재할 국회의장 1인과 부의장 2인,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할 상임위원장 1인과 간사 2인을 뽑아 각 위원회에 배치하는 것을 가리킴. 국회 임기 4년을 2년씩 나눠 전반기에 한 번, 후반기에 한 번 원구성을 하게 된다. 

 

국회는 임기 4년을 앞뒤로 2년씩 나눠 전반기에 한 번, 후반기에 한 번 원구성을 한다. 원구성이란, 본회의를 주재할 국회의장 1인과 부의장 2인을 뽑고,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할 상임위원장 1인과 간사 2인을 뽑고, 국회의원을 각 위원회에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국회가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국회는 제때 원구성을 하는 법이 없었다. 원구성 때마다 체계자구심사권을 가진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을 어느 정당이 가져갈지를 두고 제때 합의를 이룬 적이 없어서다.

 

법사위원장은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상정하고 의사를 주재한다는 점에서 모든 정당이 갖고 싶어 하는 상임위원장직이다. 각 위원회의 심사가 끝난 법안을 본회의에 표결하기 전 마지막 ‘문지기’ 역할을 한다.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자구 수정을 빌미로 각 위원회가 이미 합의한 법안의 내용과 취지를 다르게 고치거나, 심사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본회의에 보내지 않는 등 월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본회의 직전 법사위에서는 두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야가 원만하게 합의한 법안을 조용하고 재빠르게 처리하는 모습, 혹은 쟁점에 합의하지 못해 언성을 높여가며 서로 다투는 모습이다.

 

실제로 2019년, 대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최소 1명 이상 두도록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과정에서 “특정 성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노력한다”는 권고조항으로 바뀌어 본회의에 상정되기도 했다.1 2018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가 합의 처리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서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가 필요하다며 법안 처리를 막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여야가 이러한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2021년 7월 21일, 국회가 개원한 지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최종 합의하면서 ‘법사위는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국회법에 명시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대로 국회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체계자구심사권의 완전 폐지 없이는 언제든 오남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는 여러 차례 이 합의를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긴급 입법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무리 국회법 위에 여야 합의가 있다지만, 국회가 법안 심사 등 제때 일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다투며 원구성조차 하지 않는 동안 행정부를 견제하고 개혁 입법을 처리해야 할 국회의 시간은 공중분해 되고 만다. 해법은 간단하다. 국회법에 명시된 법사위의 역할 중 체계자구심사권한은 삭제하고, 국회 법제전담기구인 법제실에 역할을 맡기면 된다. ‘법제사법위원회’를 사법 분야와 관련된 법안 심사와 법무부, 법원 등을 감사하는 ‘(가칭)사법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되풀이하는 것보다, 국회법상 조문 하나 삭제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

 

1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 20(이 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을 말함. 해당 조항은 본회의에서 상임위인 정무위의 반발로 결국 원안대로 처리됐다.

 


민선영 의정감시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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