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3년 01-02월 2022-12-29   1140

[여는글] 그래야 ‘새날’이네

새날, 새해는 언제인가? 어제가 새날인가, 오늘이 새날인가, 내일이 새날인가?
2022년은 묵은 해이고 2023년은 새해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네.
앞에 ‘새’가 있어 ‘새날’, ‘새해’가 아닌가.
그러니 새롭지 않으면 새날이 아니고 새해가 아니네.

새삼스레 새해라 말하며 결심하고 다짐하는 2023년.
‘지금 여기’에서 정신을 꼿꼿이 세우고 바로 보아야 새날을 맞을 수 있으리.
거짓을 거짓으로 보고, 거짓을 그럴듯하게 가리는 또 다른 거짓을 구분하고,
오래된 껍질을 벗어 단단한 틀을 부수는 몸짓으로 거짓과 단호하게 결별할 때,
그날이 바로 새날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새날을 맞는 시민이여 부디 마음이 그 무엇에도 묶이지 않기를.
묶이면 나아가지 못하고, 풀지 못하면 날아가지 못하기에.
‘지금 여기’ 나를 묶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 잘 살펴야 하지 않겠는가.
과거에 묶여 분노와 영광의 기억으로 살아서는 새날이 아닐 것이네.
미래에 묶여 짐짓 허약한 좌절과 서투른 전망에 들뜨면 그 또한 새날이 아닐 것이네.
부질없는 것들을 붙잡으면 되레 내가 붙잡히게 되는 이치를 분명하게 알아서
‘지금 여기’에서 나를 묶고 있는 것들로부터 놓여나세. 그래야 새날이네.

늘 세상과 함께 할 결심을 거듭하는 시민이여
늘 좋은 세상을 꿈꾸는 초심을 거듭하는 시민이여
새해에는 부디 ‘나’를 잘 지키고, 가꾸는 나날이 되기를 소원하세.
내가 평안하면 내 곁의 사람이 평안하네.
나의 평화와 나의 기쁨을 잘 가꾸고 키우는 일은
결코 이기주의가 아니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나’와 ‘당신’이 함께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나를 보는 당신도 ‘나’이고, 당신을 보는 나도 ‘나’이네.
그러니 그런 ‘나’가 참으로 중요하지 않겠는가. 저마다의 ‘나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새해는 저마다의 ‘나들’이 단단해지는 길을 찾아야 하네.
그런 새날을 맞아야 하네. 그러기에 새날, 새 길을 가기 위해
무엇보다도 튼튼한 신발을 갖춰야 하네.
세상은 온통 가시밭길, 차별과 불공정의 덫이네.
부끄러움을 모르는 변칙과 반칙의 덫, 민주와 인권이 퇴행하는 가시밭길이네.
이 교묘한 가시들을 걷어내야 하네.

가시덤불을 걷어내기 위해서 우선 나의 신발이 튼튼해야 하지 않겠는가.
수렁을 만나도 가시덤불에 걸려도 빠지지 않고 찔리지 않는 튼튼한 신발.
진실에 대한 신념, 꺾으려 해도 꺾이지 않는 불굴, 침착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저항,
포용과 사랑의 힘을 놓지 않는 그런 튼튼한 신발.
그런 신발을 마련하고 가시덤불을 걷어내야 하네.

좋은 사람, 좋은 나라를 꿈꾸는 새날, 새해를 다짐하는 오늘.
무엇보다도 내가 ‘좋은 삶’을 사는 일이 ‘좋은 사람’이 되는 상식의 진리를 거듭 확인하는 오늘.
나를 지키면서도 나를 가두지 않고 너를 사랑하면서도 너를 붙잡지 않는
그런 사이가 좋은 사람들이고 좋은 나라이겠네.
좋은 삶을 살아가는 좋은 사람은 늘 나를 살피는 사람이겠네.
‘지금 여기’ 내가 어떻게 서 있는가를 살피는 사람이겠네.

좋은 삶을 살아가며 좋은 나라를 꿈꾸는 사람은
‘지금 여기’에서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사람이겠네.

좋은 꿈을 꾸는 좋은 나라의 좋은 사람들은
진실과 사랑으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겠네.
넘어져도 일어서고, 넘어져도 일어서고
일어서고 바라보고, 일어서고 바라보는
좋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겠네.

좋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나라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참여하고 연대하는 시민들이겠네.

그러니 ‘지금 여기’에서 결심하고 다짐하세.
날마다 새날 날마다 좋은 세상을.


법인 스님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16세에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대흥사 수련원장으로 ‘새벽숲길’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현재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지리산 실상사에서 수행 중이며 지은 책으로 인문에세이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중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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