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3년 03월 2023-02-24   1435

[회원인터뷰] 축구해설가가 보는 참여연대의 포지션은

박문성 회원 ©박영록

작년 11월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렸다. 처음으로 아랍 지역에서 개최된 월드컵이다. MBC 해설위원으로 카타르 현지에서 축구 중계를 했던 박문성 회원은 23년째 참여연대 회원이다. 생생한 월드컵 이야기뿐 아니라 방송인으로서 소통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박문성 회원의 사무실을 찾았다.

유명 인플루언서이신데요, 혹시라도 참여연대 회원이라고 밝히고 인터뷰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지는 않으셨나요?

참여연대가 사람들의 반응을 염려해야 하는 단체인가요? 물론 생각과 입장의 차이 때문에 서로 예민할 수는 있는데요. 참여연대는 그렇게 예민한 이슈들을 다루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잡아가는 곳이니까 그런 부담감은 없었어요.

– 조금 지났지만 작년 카타르 월드컵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경험한 월드컵 중의 최고였어요. 월드컵 현장은 언제나 최고이긴 한데 이번엔 더 특별한 ‘인생 월드컵’이었죠. 만일 어떤 영화나 드라마 작가가 월드컵을 소재로 이렇게 대본을 썼다면 욕을 먹었을 거예요. 말도 안 되게 극적인 경기와 상황들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특히 아랍 지역에서 경험한 월드컵이라 더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중동’ 하면 우리에겐 왠지 낯설고 좀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죠. 제가 카타르에 35일 정도 있었는데,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이 확 다가왔어요. 그냥 입는 것이나 먹는 게 좀 다를 뿐이죠. 같이 있다 보면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가 이해돼요. 잘 모르는 분들은 이런 데 가면 “조심하라”고 하시는데, 우리가 얼마나 쉽게 편견을 갖는지 보게 되었어요.

– 이번에는 월드컵 사상 첫 여성 심판도 등장했습니다. 한국 축구에서도 여성 심판과 여성 팬이 늘고 있지만 아직 ‘축구는 남성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요.

여성이라서 기회가 적거나 차별을 받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건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 문제도 있다고 봐요. 남자들이 더 많이 즐기죠. 그래서 남자가 더 많이 활동하는 건 있어요. 그래도 여성 국제심판이나 여성 해설가·캐스터도 있고요. 요즘에는 여성 팬도 많아지고 있지요. 축구 관련 TV 프로그램으로 BBC의 MOTDMatch of the Day가 있는데, 이 중 한 코너를 여성이 10년 넘게 진행하거든요. 축구에 대한 전문성도 뛰어나고 너무너무 멋지게 진행해요. 한국에서도 축구를 업으로 하려는 여성이 차근차근 준비해서 도전한다면 얼마든지 기회가 열릴 것으로 생각해요.

– 월드컵과 관련해 참여연대 회원들이 관심 가졌으면 하는 사안을 하나 꼽아주신다면요?

우리나라의 월드컵 소비 방식이 좀 과잉돼 있다고 생각해요. 지상파 방송 3사가 똑같은 경기를 똑같이 방송하는 건 전파 낭비 같아요. 제가 알기로 이런 나라가 없어요. 시청자의 선택권을 현격히 저해하거든요. 저처럼 축구 쪽 일을 하는 사람에겐 좋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꼭 모든 사람이 월드컵을 봐야 할까요? 저희 어머니는 월드컵 때도 드라마를 꼭 보셔야 하는 분인데요. 방송을 틀면 축구 얘기만 하고 있어요. 방송사들이 평상시에는 축구 중계를 잘 안 하다가 월드컵만 되면 그렇게 되죠. 월드컵을 안 보거나 월드컵 기간에 축구 얘기를 안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건 너무 폭력적인 방식 같아요.

2006년 독일 월드컵에 갔더니 ‘월드컵 프리존’ 마크가 붙은 카페나 가게들이 있더라고요. 그곳에서는 월드컵 얘기도 하면 안 되고, 축구 관련 유니폼도 입지 않고, 당연히 TV에서 월드컵도 틀지 않아요. 자기 나라인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리는데도 말이에요. 월드컵을 즐기지 않고 싶은 사람들은 월드컵 없는 공간에서 그냥 일상을 즐기는 거죠. 우리 사회에도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해요.

– 축구 일은 1999년 축구 월간지 〈베스트일레븐〉 기자로 시작하셨는데요. 해설가로 전업해 2004년부터 해외리그 중계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축구해설가란 직업을 선택하신 건가요?

몇 가지 선택과 우연 그리고 행운이 합쳐져서랄까요? 어릴 때부터 축구해설가를 꿈꾼 건 아니고요. 대학 졸업 후 미디어에서 일하고 싶어서 축구 매체에 들어갔는데,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고 저 같은 사람들이 필요해지면서 방송에도 나가기 시작했지요. 그 해 월드컵에서 4강을 해서 우리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니까 유럽 축구를 중계할 사람이 필요해졌고요.

축구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다 보니 정말 축구를 좋아한다면 축구해설가보다 좋은 직업이 없어요. 박지성·차범근·손흥민 같은 분들과 밥을 먹고 맥주도 한잔하고.

또 축구가 기본적으로 쉬운 스포츠라서, 공만 있으면 가난하든 부자든 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모든 나라에서 축구를 해요. UN에 가입한 국가보다 FIFA에 가입한 국가가 더 많아요! 그래서 축구 해설을 하면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어요. 저는 여섯 대륙을 전부 다녀봤어요.

– 현재 한국 사회가 축구에서 배울 만한 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축구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밸런스예요.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 오른쪽과 왼쪽의 밸런스. ‘균형감’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공격만 잘한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 수비만 잘한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밸런스를 갖춘 사회인지 생각해보면… 좀 아쉽죠. 가령, 좌파와 우파가 공존할 수는 없나? 어찌 보면 지금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거의 ‘없어져야 할 대상’처럼 여기기도 하잖아요. 그게 옳은가도 고민하게 되고, 또 ‘우리 사회에 진정한 좌우는 존재하는가?’ 이런 고민도 해볼 수 있고요.

그리고 화려한 공격만으로는 축구가 돌아가지 않아요. 누군가 묵묵히 뒤를 받치면서 헌신해야 앞에서 골을 넣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 사회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존재 이유가 있는데, 모두의 노고나 희생과 헌신을 충분히 기억하고 존중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죠.

박문성 회원 ©박영록

– 이지현 현 사무처장을 통해서 2001년 참여연대 회원이 되셨다고 들었는데요.

아, 그 친구가 벌써 사무처장이신가요?(웃음) 이지현 처장과는 대학 때 같이 학생운동 하던 사이고요. 대학생 때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지요. ‘어떤 삶이 옳은 삶인가?’ 처음에는 좀 추상적으로 고민하다가 시간이 좀 흘러서 ‘할 수 있는 만큼 기여하고 살면 되지’라고 생각하게 됐는데요.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은 기부인 것 같더라고요. 사회 초년생일 때 그런 고민을 많이 했고요. 그렇게 해서 현재 참여연대를 비롯한 몇몇 단체에 기부하고 있어요.

– 내년에 참여연대가 30주년을 맞는데요. 회원으로서 참여연대가 사회 변화를 잘 따라가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참여연대가 보통 언론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요.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TV나 신문을 보고 ‘와~’ 하지 않아요. 다 옛날 방식이죠. 나이키가 보도자료를 없앤 게 이미 오래전 일이에요. ‘올드 미디어’에 보도되면 오히려 이미지를 갉아먹는다는 거죠. 나이키가 내세운 가치가 ‘이노베이션’, 즉 혁신이었거든요. ‘혁신’과 ‘올드함’은 충돌하잖아요.

참여연대는 더욱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매력을 갖고 자기만의 플랫폼에서 자기만의 언어로 직접 소통하면 좋겠어요. 참여연대는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만들어진 단체잖아요. 지금도 세상이 변하길 바라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들이 얼마나 참여연대를 찾을까요?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 최소한 그런 고민을 같이 이야기 나누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 속에 있어야지요.

– 약 41만 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 ‘달수네 라이브’ 운영자이기도 하신데요. 활동 계획이나 포부를 듣고 싶어요.

유튜브 채널을 만들 때 ‘우리는 재미가 없어지면 하지 말자’고 했어요. 만드는 사람이 재미없으면 보는 사람도 재미없죠. 재미를 잃으면 돈에만 매몰되어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고요. 달수네라이브는 재밌게 할 거예요. 재밌게 하면 앞으로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길 거고요.

– 마지막으로, 나에게 참여연대란?

‘오랜 친구’죠. 기억이기도 하고요. 학생 때부터 언제나 옆에 있었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던 공간입니다. 저에게는 무척 익숙한 친구 같은 존재인데, 참여연대가 좀 더 사람들을 넓게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오늘 많이 이야기한 것 같아요.

박문성 회원은 참여연대 창립 27주년 때 “270주년이 될 때까지 계속 응원하겠습니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에도 “탈퇴를 하려면 두 가지 이유다. 내 생각이 달라지거나 참여연대가 변하거나. 그런데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다”는 말로 변치 않는 신뢰를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인터뷰 내내 참여연대를 향한, 무엇보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든든함을 얻는 귀한 만남이었다.


이은주
사진 박영록
녹취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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