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3년 10월 2023-09-25   905

[참여연대사전] 민중의 지팡이와 깡패 사이

경찰관 형사책임 감면 

1 경찰관 직무집행법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관이 직무 수행을 할 때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이 법 제1조 제2항에는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조문을 따로 두고 있다.

2 경찰관 직무 수행 중 형사책임 감면

특정한 범죄행위로 타인의 생명과 신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긴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경찰관이 범죄행위를 예방·진압하거나 범인을 잡는 과정에 경찰관을 향한 직접적인 폭력에 대응하다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정상 참작해 해당 경찰관에 대해 형사처벌의 형량을 줄이거나 면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난해 2월 3일에 개정된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1조의 5(직무 수행으로 인한 형의 감면)에는 형사책임 감면의 요건으로 ▲형법의 살인죄, 강간죄, 강도죄, 가정폭력처벌법과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른 가정폭력·아동학대범죄 행위에 대한 경찰관의 직무 수행에 대해 ▲해당 경찰관의 직무 수행이 불가피했고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졌으며 ▲해당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때를 규정하고 있다.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했다. 비무장 상태에 저항도 없었지만, 경찰은 그를 바닥에 눕히고 목을 짓눌렀다. 그의 죽음은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의 상징이 되었고 미 전역에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고 외치는 항의 시위가 확산됐다. 미국에서 경찰의 무분별한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시민이 2022년에만 1,186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1980~90년대 한국 시민들은 사복을 입은 체포 전담 경찰기동대를 ‘백골단’이라 불렀다. 백골단은 경찰의 폭력성을 상징한다. 1987년 이한열·김길호, 1991년 강경대·김귀정, 1996년 노수석, 1997년 류재을, 2005년 전용철·홍덕표, 그리고 2016년 백남기….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당대 집권 세력과 그 정책에 반대·저항하던 시민들이 경찰의 과잉 진압에 희생됐다.

한국의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의 물리력 행사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왔다. 임의동행1 거절권을 명시했고 최루탄·물대포 등의 무기 사용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최근 이상동기 범죄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와 여당은 경찰관 직무 수행에 대한 형사책임 감면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개정안들을 살펴보면 ▲폭력에 고의나 중대 과실이 있거나 ▲살인 등이 아닌 특수공무집행방해나 협박 행위에 대한 폭력에도 형사책임을 감면하도록 했다(윤상현 의원안). 또한 ▲시민을 불심검문할 때 경찰관 신분증을 보이지 않아도 되며 ▲모든 범죄행위에 대해 경찰관 폭력으로 피해가 일어나도 형사책임을 감면하자는 안(이만희 의원안, 경찰청안)도 나와 있다.

강력범죄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경찰 지휘부는 현장 대응이 어렵다면서 일선에 ‘과감한 물리력 사용’을 지시하고 정부와 국회에 ‘형사책임 감면 완화’를 요구해 왔다.

그런데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정부·여당·경찰은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근본 대책을 내놓았는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를 자유롭게 하고 실질적으로 폐지됐던 사형제를 되살리면 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가? 경찰 지도부는 불필요한 정보경찰 폐지 등 조직의 전면적 개편 대신 행정·관리 인력 일부를 현장 인력으로 재배치하는 데 그쳤다. 결국 경찰관 개개인이 알아서 물리력을 쓰도록 책임을 떠넘기는 건 아닌가? 별도의 면책 조항 없이 일반 시민에도 적용되는 정당방위 조항(「형법」 제21조)만으로도 직무 수행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정부·여당·경찰은 강력범죄를 핑계 삼아 ‘경찰의 권한 강화’로만 내달리고 있다.

경찰의 물리력 행사 권한이 강화되어도 범죄 대응의 실효성은 낮다. 오히려 물리력의 오남용을 부추겨 인권침해 여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을 가로막는 데 경찰 권한이 남용될 수도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목적 조항을 되돌아보자.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공권력이 괴물로 변하지 않으려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1 경찰이 용의자나 참고인에 대해 체포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당사자의 동의만으로 검찰청·경찰서로 연행하는 것


글 장동엽 행정감시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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