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3년 12월 2023-11-28   665

[참여연대사전] ‘자유’ 참 좋아하는 정부, 그런데 자유권규약은 왜?

1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일명 자유권규약은 세계인권선언,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함께 일반적으로 국제인권장전International Bill of Human Rights으로 불린다. 자유권규약은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와 안전, 이동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기본적 권리를 다루고 있다.

2 유엔 자유권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자유권규약 가입국의 규약 의무 준수 상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권고한다. 한국은 1990년 4월 자유권규약을 비준한 이래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았으며 올해 5차 심의를 마쳤다. 119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심의 일정에 맞춰 한국의 자유권 현실이 유엔에 잘 전달되도록 보고서 제출, 제네바 현지 활동 등을 진행했다.

“정부 대표단의 답변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며, 규약 이행 상황이 사실상 8년 전 제4차 심의와 똑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0월 19일 제네바에서 열린 제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심의 과정에서 산토스 파이스José Manuel Santos Pais 위원은 한국 정부를 이처럼 평가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이하 위원회)는 11월 3일 한국 자유권에 대한 제5차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총 58개 항에 달하는 내용의 우려 및 권고사항을 제시했는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사형제 폐지 등 상당수가 반복적으로 권고받던 사안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권고이다. 위원회는 ▲다중 인파 운집 참사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못한 점 ▲원인 규명을 위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피해자들에게 효과적인 구제책이 제공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진실규명을 위한 독립기구 설립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생명권에 근거해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위원회는 상당수의 집회, 특히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가 금지된 점을 우려했다. 또한 경찰이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의 지하철 시위를 고압적으로 진압하고 체포와 조사, 벌금 부과 등으로 과도하게 강제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주요 기관 근처’ 혹은 ‘교통 소통’ 등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제한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와 제12조를 폐지 또는 개정하고, 집회의 권리 행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라고 권고했다.

2022년 이후 심화한 노동조합 탄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사무실 압수수색, 고액의 과징금 부과, 조합원 소환조사·구속 등 사법적 탄압과 낙인찍기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위원회는 모든 노동자가 단결권·단체교섭권·파업권을 누리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하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명예훼손의 비범죄’화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의 폐지’를 재차 권고했다. 정부·기업·선출직 공직자들을 비판하는 언론인을 상대로 명예훼손 형사 고소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 외에도 위원회는 ▲성소수자·여성·북한이탈주민·이주난민·아동의 인권 보장 ▲사법부의 독립성 및 공정성 강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차별금지 등 다양한 권고를 내렸다.

이번 최종견해는 한국의 자유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이다. 그러나 심의 과정에서 권고를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던 한국 정부는 위원회의 주요 권고를 즉각 반박하고 이행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 제6조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모든 사람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차별과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의무가 있다. 위원회의 권고 이행을 위한 정책 수립과 구체적 일정 마련을 촉구한다.


글 전은경 정책기획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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