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3년 12월 2023-11-28   2490

[이슈] 더 많이 더 오래 감옥에 보내면 세상이 안전해질까

글 임재성 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범죄사회학)

바야흐로 엄벌주의(중형주의) 전성시대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 엄벌주의적 전환punitive turn이 시작되었다고 평가한다. 이후 성범죄, 아동학대, 특정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의 제정·개정이 이어졌다.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역시 인권침해 논란으로 노무현 정부 시기 중단되었다가 다시 제도화·공고화되었다. 이제는 급기야 1997년 이후 중단되었던 사형집행이 다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혹자는 박근혜 정부의 ‘4대 사회악 척결’,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등을 거론하면서 엄벌주의가 권위주의 정부나 보수적 정치세력의 ‘치안 기획’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 사회에서는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2000년대 이후 수권한 양당 모두 엄벌주의라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끔찍한 흉악범 뉴스가 나올 때면 늘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으로 언급되었고 곧바로 여야는 한목소리로 ‘처벌 강화’를 외쳤다.

엄벌주의에 대한 비판은 두 측면이 있다. 헌법적 측면은 과도한 처벌이 ‘가해자 인권’이나 ‘표현의 자유’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정책적 측면은 강력한 형사처벌 일변도 정책이 과연 범죄와 일탈을 줄이고 예방하는 데 적절한 효과를 가지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 글은 후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더 많이 더 오래 감옥에 보내면 세상이 안전해질까?

분노가 지나간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나

처벌을 높이는 정책은 범죄를 줄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범죄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충동적으로 벌어지는 살인 범죄와 장기간 준비해 벌어지는 기업 내 횡령 범죄는 사실상 전혀 다른 현상이자 행동이다. 따라서 기존의 처벌이 약하고 위하력1이 충분하지 않아서 범죄가 발생하는지 혹은 다른 사회·경제적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엄벌주의는 그런 데 관심이 없다. ‘처벌이 약해서 범죄가 발생했으니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미 원인과 정답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2021년 초 한 방송을 통해 양천아동학대사건(일명 ‘정인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다. 공판기일에 몰려든 시민들은 분노를 표출하며 말했다. “아동학대는 관대하게 처벌하지 말고 형량을 강화해서 엄벌주의로 나가야 한다.” 국회는 곧바로 ‘방지법’, ‘예방법’ 등의 이름으로 처벌 강화와 가해자 신상 공개를 골자로 하는 법률안들을 발의했다.

그러나 범죄자 중 상당수는 형량을 면밀히 고려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특히 아동학대와 같이 범죄로 인해 사회·경제적 특별한 이득이 없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징역 20년 정도의 처벌이라면 학대하고 무기징역이라면 학대하지 않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 엄벌만으로 아이들의 반복된 죽음을 막기란 턱없이 부족했지만, 당시 분위기는 사형만이 정의이고 정책이었다.

아동인권을 위해 오랜 시간 활동해온 사람들은 오히려 엄벌주의 분위기를 경계했으며 별도의 법안을 발의했다. “언론을 통해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정부와 국회는 대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지만, 매번 시간에 쫓겨 사건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제대로 따져보는 일에 소홀”했으며 “분절적이고 즉자적인 대응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으니 “출산에서부터 보육·입양·가정지원·쉼터, 그리고 아동학대에 이르기까지 아동보호체계 전반”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였다.

법안의 구체적 내용은 대통령 산하에 위원회를 만들어 2018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중 중대 사건들을 조사하고 학대 근절대책을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아동학대 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처벌 강화로만 내달리지 말고 돈과 시간을 들여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만들자는 뜻이 담겼다. 그러나 세상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처벌의 스펙터클 속에 쪼그라드는 사회

엄벌주의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사회를 쪼그라뜨린다.

첫 번째는 앞서 살핀 것처럼 정책을 쪼그라뜨린다. 음주운전을 예로 들어보자. 음주운전은 ‘설마 적발되지 않겠지’라는 낙관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대표적 ‘낙관 범죄’로 평가된다. 처벌 강화보단 처벌의 확실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했고 최소한 두 정책이 병행되었어야 했다. 즉, 음주운전 적발률을 높이고 ‘음주운전을 하면 적발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했다.2 그러나 우리 사회는 처벌 강화에만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정책 우선순위도 뒤바뀐다. 2019년 스쿨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가 이루어졌는데, 이때도 우선순위는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이었다. 안전펜스·신호등·과속방지턱 등 스쿨존 내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 도입은 후순위로 밀렸다. 2023년 4월 9살 아동이 안전시설 없는 스쿨존 내 인도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하자 그제야 스쿨존 내 안전시설 설치 의무화 입법이 쏟아졌다.

두 번째는 책임을 쪼그라뜨린다. 엄벌 포퓰리즘 속에서 국가와 정치는 즉자적인 처벌 강화만으로 마치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행세한다. 할 일을 다 했으니, 수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소중한 제도 개선의 동력도 사라진다. 아동인권 활동가들이 참여한 법안의 제안이유에는 “양천아동학대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남아있는 이 시점”이라는 표현이 있다. 제도 개선의 동력이 남아있는 시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엄벌주의 쓰나미 속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따질 기회도, 필요한 정책을 외면한 책임도 사라진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가해자 신상 공개를 원했던 것은 보복범죄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현 제도에서는 출소 후 보복을 막는 것이 막막하니 일단 신상 공개에 기댄 것이다. 이 절규에 대한 국가의 답변은 ‘가해자 출소 뒤 보복을 막는 정교한 정책’이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답변은 ‘대대적인 신상 공개 확대’뿐이었다. ‘20년 형기를 마치고 가해자가 출소한 뒤 지금의 신상 공개로 보복을 막을 수 있는가’라는 상식적 질문은 없었고 당연히 국가의 답변도 없었다.

세 번째는 사법 이외의 다른 영역을 쪼그라뜨린다. 사회문제 해결에는 네 가지 측면이 있다. 진실 규명, 책임자에 대한 책임 추궁, 피해 회복,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인식과 제도 변화. 엄벌주의는 이 중 책임 추궁의 영역, 그것도 사법적 방식에 국한된 책임 추궁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사법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확인되는 내용들은 결국 사건이 발생한 총체적 과정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양천아동학대사건만 해도 재판에서는 직접적 학대 행위만 다룰 뿐이다. 입양 및 사후 점검 과정, 3번의 학대 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문제 등은 형사처벌 절차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협소한 범죄사실을 넘어서 온전한 진실을 규명해야 어떤 피해가 있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만 있고 피해자에 대한 조치가 없다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할 수 없다. 또한 문제를 초래한 구조를 바꾸는 대책이 없는 해결 역시 제대로 된 해결이 아니다. 이 각각의 해결을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과 시간이 든다. 그런데 엄벌주의 속에서 처벌에 대해서만 과도한 사회적 주목이 발생하고, 법원의 유죄 선고와 형량 몇 년 정도로 사건은 마무리된다.

엄벌주의 전성시대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엄벌주의의 원인은 다양하게 진단되는데, 그중 하나는 정치인들이 미디어와 대중 담론에 편승해 범죄와 처벌을 정치적 이슈로 남용한다는 ‘형벌 포퓰리즘’이다. 정치가 문제라는 거다. 이와 관련, 적대적인 정치구조 속에서 더 많은 구금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합의제 정치의 성격이 강한 북유럽과 서유럽에서는 범죄 통제가 정당 간에 당파적인 이슈”로 다뤄지지 않지만 “경쟁과 갈등에 기반해 있는 다수제 민주주의”에서는 “위기 담론, 안전과 처벌 강화 담론이 손쉽게 확대”된다는 것이다.3

범죄를 줄이고 예방하자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범죄를 막느냐다. 한국과 같은 적대적 정치환경 속에서 정치는 대중의 공포와 분노를 즉자적인 자양분으로 삼아 ‘처벌 강화’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지지층을 두고 서로 싸워왔다.

물론 정치가 여론이나 사회적 감정과 분리될 수는 없고,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결국은 방향성의 문제다. 형벌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두터운 포퓰리즘’을 대안으로 이야기한다. 범죄에 관한 관심과 분노를 제도 변화의 동력으로 삼되, 그 동력을 ‘얇게’ 소진해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형집행이 가시화되고 있고 이를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범죄에 분노하는 이 같은 여론을 범죄를 진짜 해결하기 위한 동력으로 만든다는 것은 어렵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그래서 과연 사회는 안전해졌는가?

1 처벌에 대한 공포를 통해 일반인을 범죄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힘
2 권보원, 2020, ‘음주운전 처벌법이 사회규범으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 통계와 행동경제학이 주는 교훈’, 《법경제학연구》 17(1).
3 추지현, 2017, ‘엄벌주의보편성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연구의 동향과 쟁점’, 《형사정책연구》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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