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활최저선 운동의 필요성과 실천방안

국민생활최저선 운동의 필요성과 실천방안

1. 한국 사회복지의 현실과 국민생활최저선 운동의 필요성

우리 사회는 그동안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해 왔으며,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단기간의 경제적 성공으로 인해 이제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장에 의한 물질적 풍요가 21세기를 눈앞에 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삶의 질을 보장해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경제적 풍요’에 비해, 최소한의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회적 풍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1994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민총생산은 3천2백87억 달러로 세계 15위권에 들어서 있어 93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지금 당장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GDP 규모로는 10위를 차지할 정도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 무역규모도 1천6백60억 달러로 10위를 차지한다.

또한 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25개국과의 주요 경제관련 지표를 비교 연구한 1994년 11월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보면, 1인당 공교육비는 23달러로 23위, 교사1인당 학생수는 25명으로 꼴찌인 26위, 문맹율은 3.7%로 21위, 환자 1천명당 의사수는 0.73명으로 꼴찌인 26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는 선진국 문턱에 서 있지만 일반국민의 생활수준, 교육여건, 보건 등 사회복지부문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말하여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과 그것의 실질적인 내용이 되는 사회보장정책은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낙후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복지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일반적 기준인 정부 예산지출 대비 사회복지예산의 비율을 보자. 우리나라는 9.67%(91년 기준)로 경제수준이 비슷한 중상위권 국가인 브라질(19.92%), 멕시코(12.36%), 대만(17%)은 물론이고 국민소득 하위국가인 스리랑카(16.47%), 이집트(12.0%)에도 못 미치는 복지후진국이다.

그리고 사회보장의 5대 제도 가운데 국민연금(노령), 의료보험(질병), 산재보험(재해) 등은 뒤늦게 도입되어 실시되고 있고, 고용보험(실업)도 95년7월1일부터 실시될 예정으로 있어 가족수당제도를 빼고는 어느 정도 사회보험의 기본체계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 국민 가운데 제도의 혜택 대상으로 하는 비율(적용율)이 낮아 적지 않은 국민을 시장체제에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고용보험의 경우 전 사업장의 1.8%에 불과한 상시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먼저 실시하게 됨으로써 전체 노동자의 50.1%는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국민연금도 가장 보편적이어야 할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적용율은 30%에 불과하다. 또 의료보험이 국민개보험제(國民皆保險制)로 의료보호대상자를 제외한 전체 국민에게 다 적용이 되고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93년 말 현재 2개월 이상 체납으로 보험급여가 제한된 피보험자 2백96만명과 보험적용 누락자 2백30만명을 포함해 10% 이상국민이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회보험제도가 보험료 부담 능력이 있는 대기업 등에서 먼저 실시되고 차차 중소 영세기업으로 확산되는 그간 시행과정은, 정작 보험제도를 필요로 하는 계층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본말이 전도된 한국보건복지제도의 성격을 잘 드러내어 주고있다고 하겠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니 1960년대부터는 ‘태아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목표로 삼고 있는 선진국의 수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국민생활최저선(national minimum)은 보장되어야 한다. 아무리 세계화와 국제경쟁력을 외친다 해도 빈곤, 실업, 주택, 환경, 교통, 치안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회문제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증대되는 한 세계화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세계화가 한국사회를 선진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지만, 경제성장만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된다면 증폭되고 있는 사회문제의 근원을 또다시 덮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국제경쟁력을 저임금에 의존하는 개발 초기단계 또는 단순노동에 의존하는 소비재 단계의 국가에서는 그런대로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이 가능할 수 있지만, 기술 축적을 필요로 하고 생산성 향상이 국제경쟁력의 주요 결정요소가 되는 단계에 이르면 삶의 질을 보장하는 복지의 낙후는 성장 자체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제 우리사회는 물질성장 위주의 개발전략에서 벗어나 경제와 사회와 인간을 조화롭게 발전시킬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우리나라도 가입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사회보장에 관한 최저기준’이나 유엔(UN)의 인권선언 및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인권협약)’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는 자체가 세계화로 가는 길이 된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국민생활최저선의 확보야말로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세계화의 전제조건이 된다고 하겠다.

2. 국민생활 최저선 운동의 실천방안

사회복지는 그야 말로 역사적으로 볼 때 숱한 사회구성원들의 요구 투쟁으로 발전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국가 행정당국이 미리 알아서 부의 재분배기능을 바탕으로 사회복지를 행해온 것은 아니고, 사회구성원들의 지속적이고 활발한 요구 투쟁, 즉 사회복지운동의 결과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제도를 만들어 사회복지를 수행해 왔다고 하겠다.

우리 사회에서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간헐적인 복지대상자의 요구 투쟁은 있어 왔지만, 구체적인 대안과 분명한 계획 속에서 복지대상자 뿐만 아니라 복지전문가, 법조인, 일반 시민들이 함께 체계적으로 사회복지운동을 전개한 적은 거의 없었다. 물론 오래전부터 철거민들의 재개발사업과 관련된 도시빈민운동, 의료문제와 관련되어 의료보험 통합주의를 요구하는 의료보건운동, 그리고 환경운동, 소비자운동, 사회복지예산관련운동, 여성운동 등이 꾸준히 이루어져 오고 있지만 조직적인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종합적이고 체계회된 광범위한 사회복지운동으로까지 확대되어 국민들의 관심과 여론을 환기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해 12월5일부터 우리 「참여연대(참여민주사회 시민연대)」사회복지위원회가 주도한 공익소송을 토대로 한 국민생활 최저선 확보운동은 국민복지문제를 영향력있는 사회단체가 국민 모두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 확보를 위해 소송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나선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과 주목을 크게 받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공익소송 외에도, 관련 사회단체와 연계해 국민복지와 관련되어 문제가 있는 법안에 대해 개정 및 대체입법활동을 추진하며, 사회복지예산증액을 위한 압력활동과 국회의정 감시, 토론회, 국민캠페인, 각종 행사와 후원회 조직 등 광범위한 활동을 구체적으로 계획하여 실천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국민의 힘을 합칠 경우 국가 사회복지정책방향을 뒤바꿀수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사회복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활동하는 사람들과 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더욱이 운동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사회행동(social action)의 표본이 되는 이번 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힘을 합칠 경우 단기간에 상당한 정책적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여겨진다.

구체적인 참여방안으로는 참여연대의 회원이 되는데서 출발하여, 언제 어디서든 침해당하고 있는 복지권에 대한 사례발굴 및 국민캠페인, 토론회, 공청회, 입법활동 등에 적극 참여하는 일이며, 아울러 대국민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데 힘쓰는 일이다.

요컨대 사회복지의 발전은 바로 사회복지활동을 직접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어깨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여 여러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추동해내고, 활발한 대국민 홍보활동을 통해 후진적인 우리의 사회복지부문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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