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출발을 되돌아보며

항상 그렇듯이 새로운 장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신선한 감흥을 준다. 그에 임하는 심기(心機)가 새롭고 그 속에 새로운 것을 채워나갈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주어지는 때문이다. 새롭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추동력을 제공해주는 것이리라. 하지만 처음의 새로움이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으로 되지 않을 때, 이제는 오히려 낯익은 것으로 바뀌어 나갈 때에는 무언가 다시 정돈할 수 있는 시간이 요구된다. 자신의 활동에 대한 되돌아봄, 그리고 주위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실’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봄이 필요한 것이다.

황량한 현실속에서 참여연대가 첫 삽을 든 지 어느새 반년이 지나고 있다. 후배의 소개로 내가 인연을 맺은 것도 그쯤이지만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지난 겨울 이후로서 아직은 신입회원이란 꼬리표가 친숙한 편이다. 다른 신입회원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나 나에게는 그간의 활동이 ‘낯선 것을 낯익은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사실 애초에 참여연대에 가입하면서 가졌던 생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차이를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전의 생각들에 일종의 ‘환상’적 요소가 있었던 점도 부인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항상 고정되어 있는 불변의 것은 아닐 것이다. 내부 회원들의 문제의식을 집결하는 차원이라기 보다는 사회전체의 문제를 노출시키는 경향, 일반시민의 참여를 확대하려는 노력보다는 시시때때로 돌발하고 있는 상징적 문제에 대처하는 활동이 더 주를 이루는 모습. 소수의 전문가 중심의 활동에 의존함으로써 전문가와 일반회원으로의 이분화된 틀들… 때문에 활동 영역이 성명서 발표, 토론회 개최, 출판홍보사업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고 분산적이고 일회적으로 끝나버리는 감도 없지 않았다. 성원들의 다양한 욕구와 참여를 아직은(!) 담아 내기에 벅찬 것 같다. 현사회의 문제를 풀고 그 문제를 ‘스스로 변하기’의 장소와 기회로서 기능하기보다는 ‘변해야된다’는 논리를 펴는데 집중되는 틀속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참여연대만이 아니라 사회운동을 표방하는 사회단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있는 문제점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현실’의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는 것은 그 현실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현실’의 객관적인 파악은 앞으로의 일보전진을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되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의 관심과 역량을 내부로도 돌려야 할 것 같다. 시민단체의 활동이 대중적인 기반을 지니고 있는가의 여부는 회원의 참여가 얼마나 포괄적이며 그 방향에 일반회원들이 어느 정도 참여하고 그 운동의 확산에 기여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회원들의 진지한 자세와 자발적 참여, 그것을 조직속에 포괄하기 위한 집행부의 노력, 끊임없는 토론장치를 통한 내부적 교류와 의사결정, 많은 층의 시민을 흡수하기 위한 느슨하고 개방적인 틀들… 그러한 과정속에서 회원들이 일상적으로 느끼고있는 문제들을 적절하게 운동이념과 연결시켜 영역별로 전문화되어가고 있는 운동의 구체적인 전략이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청년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젊은 회원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어본다.

아직은 많은 제약과 제한된 여건으로 미흡한 점이 많이 눈에 띄지만 집단적 모색의 과정속에서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는 틀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청년위의 활동이 참여연대의 운동전략과 긴밀한 관계속에서 의욕적으로 진행된다면 그것은 전체회원으로 참여의 고리를 확산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최근 청년위의 새로운 방향성 모색과 조직개편의 시도가 그러한 산고의 과정일 것이다.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헤쳐나가려는 마음과 의지가 있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참여연대의 회원들 모두가 처음 출발할 때의 애정과 정열로 동시대를 공유하는 많은 이들 그리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역사, 사회적 현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스스로를 갱신하려는 항상 젊은(?) 집단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희망의 연대로 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은형(문화분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