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임대료 감액조정 기준 마련 만시지탄 권고수준 실효성 높일 후속조치 필수적

임대료 감액 조정 기준 만시지탄

코로나 이후 매출 30% 이상 감소한 경우, 감액 청구 가능

오늘(3/31) 법무부, 중기벤처부, 국토교통부 합동으로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의 임대료 감액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방역 또는 예방조치로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경우 줄어든 매출액 감소율만큼 깎아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주요 골자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 발표는 중간 단계인 방침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추후에 확정된다고 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된지 벌써 2년이 넘었고 상가임대차법도 개정된 지 오래인데 이제서야 기본방침이 마련되었다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동안 기준이 없어 전혀 감액청구권을 행사하지도 못했던 점을 생각하면 상가임차인들에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측면에서 분명 의의가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에다가 마련 자체가 너무 늦어져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정부는 기왕에 마련하는 가이드라인인만큼 공공기관이 보유한 상가점포에 우선 적용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원 독려, 임대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세제지원, 독립자영업자에 활용방법 교육  등 후속조치를 적극 도입해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인 상가임대료 분담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대료 감액조정 기준 마련 만시지탄 권고 수준 실효성 높일 후속조치 필수적

그동안 영업제한, 금지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했음에도 임대료 분담 대책은 전무하다시피했다. 2020년 9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어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이유로 임대인에게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하여 증감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으나 ‘감염병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이라는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차임증감 조정 기준도 명확치 않아 실제 신청된 건수는 매우 저조했다. 이번에 발표한 감액 기준은 그동안 증감청구권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한계에서 한 발 나아가 활용가능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강제성 없는 권고 수준 보완 위해 국회의 법제화 노력 필요

반면, 이번 가이드라인의 한계도 명확하다. 우선 이번 감액조정 기준은 너무 늦게서야 나왔다. 확진자 급증으로 집합금지와 거리두기로 한참 어렵던 작년 말에 나왔더라면 방역조치로 매출에 영향을 받았을 자영업자들이 해당 기준을 활용하여 조정을 시도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번 가이드라인은 “권고적 효력”을 가질 뿐 임대인에게 조정에 응해야 할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발표자료에서 “당사자 사이의 자율적 분쟁해결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하나 자영업자 단체들은 개별 임차인들이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고 실제 조정을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효성 면에서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가 갑을관계여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기 쉽지 않고 올해 금리인상 등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난 건물주가 상가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확률이 크다는 판단이다. 또한 방역 또는 예방 조치가 없어지면 즉시 감액이 종료될 수 있다고 한 부분도 아쉬운 점이다. 정부의 방역, 예방 조치가 끝난 직후부터 매출이 바로 정상궤도로 올라오기는 쉽지 않다. 방역조치가 고객들에게 미치는 위축 효과로 매출이 회복되는 데에는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이번 감액조정 기준으로도 혜택을 보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개업 초기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오기도 전에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신규점포의 경우, 사실상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 또한 최근 이미 임차계약을 갱신한 매장주의 경우 갱신 당시 감액청구할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여 재계약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있어 감액 청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공공 소유 점포 우선적용, 임대인 인센티브 등 후속조치에 정부·지자체 지원 필수적

이번에 발표한 감액청구 가이드라인의 한계를 보완하고 선례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이를 실제 활용되도록 할 추가적인 보완 조치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첫째, 이번 가이드라인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지하철공사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상가점포에 우선 적용하여 이들 임대료를 인하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상가들에 실제 감액조정이 결정될 경우 이웃한 상권과 상가들의 감액청구 시도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출액 감소가 인정된 경우 임대료를 최대 60%까지 감면한 바 있다. 임대료 감액조정의 확산을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상가점포의 경우에는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던 과거부터 소급해서 임대료를 감액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맹본사가 각 가맹점주들을 대신해 임대료를 감액조정하도록 각 임대업자들과 협의를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권장해야 한다. 한 개의 매장주가 임대인을 상대로 조정을 요구하고 관철시키기는 쉽지 않다. 반면 가맹본사가 브랜드 입점으로 건물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점 등을  레버리지로 활용하여 협상을 한다면 임대인과의 조정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또한 다른 가맹 매장들도 감액 조정을 협의중이라고 한다면 임대인의 수용성도 높아질 수 있다. 코로나 발발 초기 SPC 그룹이 자체 기준안을 마련해 계열사 가맹점포들을 대신해 임대업자들과 협의한 결과 40여 개 가맹점 임대료를 7개월간 최대 25%까지 감면한 사례도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한 예이다. 

셋째, 임대료 조정협상에 응하여 임대료를 낮춘 임대인들에 대해서는 “착한 임대인” 정책에 따라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적용기한을 2022년까지로 연장하기는 했으나 임대인의 선의에 기대어 자율적 감액을 유도하는 정책만으로는 감액청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임대료에 대한 정부 부담비율은 언급되고 있지 않은데, 그동안 자영업자단체들과 시민사회가 임차인, 임대인, 정부 간 임대료 부담 비율을 균등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임대료 분담 차원에서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를 높일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도 적극 고민해야 한다.

넷째,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임대료조정 협상이 잘 되지 않을 때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일방이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사건을 각하하는 경우가 많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인만큼 임대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을 확률이 큰데, 조정을 청구하는 사유가 명백하고 조정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분쟁조정위원회가 각하처리하지 않고 조정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다섯째, 법원에 임대료 증감청구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신속히 결정될 수 있도록 비송사건절차법을 개정하여 절박한 상가임차인들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말 참여연대와 중소상인·자영업자 단체들이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임대료를 연체한 업체가 절반에 이르고 임대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해 지금 당장 인테리어 투자비나 권리금 등을 회수하지 못하고 즉시 계약이 해지될 위기에 놓인 업체도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증감청구 소송이 늦어져 상가임차인들이 재기의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소상인들은 방역 조치로 입은 매출 피해의 100%를 손실보상 받지 못하는 반면 건물주들은 해당 기간의 임대료 100%를 받아가고 있다. 손실보상제도의 취지나 사회정의에 부합하려면 임대료멈춤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왔던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차원의 임차료 감액청구 기준이 제시된 것은 의의가 있으나 이미 늦을대로 늦은 기준 제시라는 점에서 이를 보완할 후속조치는 필수적이다. 자영업자들 특히 독립자영업자에게는 임대차 감액 조정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하고 관련 안내를 충실히 하는 등 이번에 마련하는 감액 조정 가이드라인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방역과 예방 조치시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임대료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더이상 미루지말고 법제화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기간 임대료 분담을 공약했던 만큼 거듭되는 집합금지와 제한조치로 벼랑 끝에 몰려있는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대차 감액 청구 활성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22. 3. 31.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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