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2-12-11   1323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29호] 나라의 주인으로 거듭나기 : 예산감시운동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미국의 무시하는 듯한 태도와 SOFA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요구가 높습니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에서는 대국민 행동지침을 마련하고 서울은 지난주에 이어 토요일(14일) 3시에 시청앞에서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때입니다. 참여연대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온라인 서명운동 참가하기). 이번 호에는 지난주에 이어 예산감시운동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예산감시운동의 필요성

우리나라에서 예산낭비의 사례들은 불행히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이 타당성없는 사업을 타당성있는 것으로 조작한 사업이나, 수익성도 없는 환경박람회를 186억을 들여 무리하게 개최했다가 대규모 적자가 난 하남환경박람회 등과 같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만성화된 예산낭비로 관급 공사계약시나 민간위탁계약시에 계약금액을 부풀림으로써 예산을 과다하게 지급받는 사례들도 있고, 예산집행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거나 감시해야 할 지방자치체장이나 지방의원, 국회의원들의 예산낭비 사례로 관행화된 낭비성 해외연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판공비 낭비, 전직 국회의원들에 대해 대한민국 헌정회를 통해 변칙적으로 월 6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는 사례 등등 국민의 혈세가 마구 새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예산감시운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러한 예산낭비의 근절과 같이 ‘돈의 절약’차원을 포함하여 책임 추궁과 함께, 납세자가 자신의 세금으로 진행되어지는 정책과 사업을 판단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제도개혁을 통하여 실질적인 예산통제권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산감시운동은 특히 지역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는 운동이라 하겠습니다. 지방정부는 예산과 사업의 규모가 지역단체들이 감시하기에 적당하고, 그 내용이 주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의 다양한 예산감시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산감시운동의 주된 경향을 보면 행정부와 의회감시를 통한 예산편성 분석과 비판, 예산감시운동의 법제화와 제도 개혁, 예산편성과 집행에 대한 시민참여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투명성 확보를 위한 행정부 및 의회감시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예산분석과 모니터를 통하여 결산이나 차년도 예산(안)을 분석하고,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지방정부의 판공비, 민간단체보조금 등 경상비를 주된 분석 대상으로 하여 예산낭비 실태를 밝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예산안 분석 등에 필요한 정보공개청구운동이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6월29일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 네트워크’가 발족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낭비성 경비인 판공비에 대한 정보공개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5일 인천지방법원이 인천시내 구청장의 판공비 사용내역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였고, 올해 6월 16일에도 서울행정법원이 서울시장의 판공비 사용내역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취지와 판결을 내리는 등 성과도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국정감사 모니터링을 시민사회단체가 실시하였던 국회 예산안 심의 감시활동이 있습니다. 올해 국회 예산안 심의에 대하여 경제정의실천연합은 타당성이 결여된 60개 사업 8,576억 5,300만원 삭감조정을 요구하였고, 함께 하는 시민행동은 건설교통위원회와 같이 정부원안보다 1조원 정도를 증대시키는 등 정부원안보다 약 4조 2천억원을 증액한 2003년도 예산안의 국회 심의에 대하여 잘못된 사업예산을 삭감한 후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적절히 편성하지 않은 채, 납세자의 부담을 여전히 고려하지 않는 증액일변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시민단체의 예산감시운동은 납세자이자 정부 예산 지출의 수혜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예산의 투입과 산출, 그 성과를 분석하는 지표를 ‘성(gender)인지적 예산’, ‘지속 가능한 환경예산’ 등 각 영역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지표로 만들어 예산의 과정을 감시하는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재정운영의 책임성 확보를 위한 법제화와 제도 개혁

정책결정과 집행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정도의 예산낭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설령 예산낭비를 알게 되어도 불법, 부정한 행위가 아니면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예산낭비 방지 및 공익제보자 보호, 공익제보를 통한 부정방지를 위한 납세자 소송법 제정운동이나 부패방지법 재정 등 법제화와 제도개혁을 위한 운동이 있습니다. 더욱 세부적으로는 최저가 낙찰제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운동, 의회의원 공무 국내외 출장에 관한 조례, 시금고 운영에 관한 조례, 행정정보 공개조례 등이 있습니다.

납세자 소송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위법하게 사용된 경우에 이를 환수할 수 있는 소송 제기권을 납세자에게 부여하는 제도로서 지난주에 살펴본 미국의 큐탬제도이며, 일본도 지방자치법에 ‘주민소송’이라는 이름으로 납세자 소송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일본의 주민소송 제도는 1948년 지방자치법 개정시 미국의 납세자소송을 모델로 하여 도입되었는데, 보통 주민감사청구를 거쳐도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재무행위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에 행위의 금지나 취소, 무효확인, 손해배상, 부당이득의 반환 등을 주민들이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소송제도입니다. 이러한 일본의 소송제도를 통하여 최근에 가와구치시가 자치회장회의에서 지출한 홍보민원비가 실제로는 접대성으로 지출되었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명한 판결이 있었고, 1989년에 나고야시에서 개최된 세계디자인 박람회의 시설, 비품을 주최자인 세계디자인 박람회 협회로부터 나고야시가 구입한 것에 대해 ‘적자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가치도 없고 필요도 없는 물건을 구입하여, 시에 손해를 입혔다’고 하여, 시민이 당시 시장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에서 약 10억3천6백만엔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한 판결도 있었습니다.

지방의원 등의 시찰 연수여행이 오로지 골프플레이의 유흥 목적으로 계획, 실시된 것으로 시찰 연수의 실체를 갖지 않는 위법한 것이라고 판결한 사례, 토지개발 공사와 오사카시와의 사이에서 상당액을 초과한 가격으로 토지 매매계약의 체결 및 매매대금의 지출을 한 것의 금지 청구가 인정된 사례 등 우리나라와 아주 유사한 유형들의 예산낭비를 소송을 통해 방지, 또는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성과주의 예산제도 역시 이러한 움직임과 가까운데, 예산집행 결과, 어떤 산출물을 생산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가 측정해 이를 기초로 책임을 묻거나 보상을 하는 결과중심의 예산체계입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그동안 실시한 성과주의 예산제는 예산 편성과 집행을 항목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평가의 근거를 마련하여 재정 합리화에 일정한 진전을 이루었으나, 그 전반적 내용은 양적 효율성과 평가에 편중되어 있으며 항목 자체의 타당성은 문제삼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산 편성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이러한 항목들을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에 대한 시민참여

예산감시운동은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행정부나 집행부의 예산 편성과정에 개입하거나 예산집행과정을 모니터 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시민예산합의회의, 예산시민위원회를 바탕으로 한 참여예산제도나 건설사업 예산감시운동이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지방선거시 제시했던 예산 참여운동의 한 형태인 참여예산제도는 세계사회포럼의 개최도시로 잘 알려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10여 년간 실시해온 제도를 수용한 것입니다.

브라질 노동당은 1988년 지방선거에서 다수의 시정부를 장악하게 되자 참여예산제를 이듬해부터 실시하였습니다. 몇 개의 기관으로 구성된 예산참여기구를 두고 있는 참여예산제는 세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현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아르헨티나의 호자리오, 우루과이의 몽떼비데오, 프랑스의 쌍뜨데니스, 캐나다의 토론토, 벨기에의 브뤼셀 등의 지역에서 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포르투 알레그레의 참여예산제는 지역별 총회 및 의제별 총회, 대의원 포럼, 평의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6개 지역에서 6개 의제별로 2차에 걸쳐 총회가 열리는데, 총회의 목표는 ▲ 지역 및 의제별 요구 수렴, ▲ 대의원(참석자 10명당 1명의 비율)과 평의원 선출, ▲ 집행부에 대한 평가입니다. 대의원들은 평의회와 시민 사이의 매개하여 요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예산의 집행을 감시하며, 평의원들은 요구의 우선순위와 자원의 배분을 총괄하는 일반기준을 결정하고 집행부가 제출한 투자계획을 심의합니다.

1차 총회와 2차 총회 사이인 5월과 6월에 대의원과 조정관으로 구성되는 ‘중재회의’가 개최되어 각 풀뿌리 조직들의 요구들에 대하여 대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우선순위를 부여하게 됩니다. 6월과 7월에 지역별·의제별 제2차 총회가 개최되어 각 지역과 부문별로 두 명의 평의원과 두 명의 예비 평의원을 선출하는데 평의원은 1년의 임기로 선출되어 재선까지 가능하고, 과반수 참석에 3분의 2의 찬성으로 지역 혹은 의제별 대의원 포럼에 소환될 수 있습니다. 평의원들은 자치단체의 재정을 파악하고, 자원 배분을 위한 일반기준(우선순위, 사회간접자본 및 서비스의 부족도, 지역의 총인구)을 논의하고, 8월과 9월에 평의회는 모든 세입과 세출 항목을 논의하며 9월부터 12월까지 평의회는 우선권이 부여된 사업의 세부계획을 논의하면서, 동시에 평의회는 의회에서 진행되는 예산안에 대한 논쟁을 모니터하고 의원을 개별적으로 만남으로써 혹은 의사당 밖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기 위해 지역과 부문을 동원함으로써 의회에 압력을 가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예산감시운동의 필요성과 그 유형들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시민이 정부지출을 감시할 수 있는 정보획득 수단으로서의 정보공개청구제도, 정부지출의 적법성과 타당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독립적 감사기구에 감사청구를 할 수 있는 시민감사청구제도, 위법행위로 인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입게 될 손해의 예방과 확산방지, 손해의 회복을 위해 시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납세자소송 제도, 공익제보를 한 시민을 보호하는 공익제보자 보호제도, 그리고 직접 예산편성과 집행에 참여하는 참여예산제도 등이 예산감시운동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지방정부차원에서도 합리적인 예산 편성과 집행은 필수적입니다. 나아가 납세자가 참여하는 예산감시운동은 참여민주주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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