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미분류 2002-12-18   1134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 30호] 참여민주주의로서 예산감시운동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국민의 올바른 선택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운명을 5년간 좌우할 것입니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습니다. 깐깐한 유권자의 꼼꼼한 선택! 여러분 한분한분의 선택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호에는 지난주에 이어 예산감시운동 중 지방자치의 차원에서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들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지방에서의 주민참여형태

현재 각 국가별로 시행되고 있는 주민참여제도에는 크게 주민투표제, 주민소환(recall), 주민발안(initiative)이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제도인 주민소환(recall)은 해직청구라고도 하는데, 선거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에 대해 일정수 이상의 주민이 해직을 청구하고 단체장 및 의원들의 경우 대체로 주민투표를 통해 해직여부를 의결하며, 여타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 의회에서 의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은 지방의회의 해산청구, 의원의 해직청구, 지방자치단체장의 해직청구, 주요 공무원의 해직청구 등의 주민소환권을 인정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소환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 샌디애고시의 경우 모든 공직자는 취임 6개월이 지나면 주민소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주민소환은 선거구 유권자의 유권자 15%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의회에 청원하면 소환투표를 실시하는데, 이때 후임자 후보에 대한 투표를 동시에 하여, 소환찬성이 과반수 이상이면 후임자 후보중에서 다수득표자가 그 직을 승계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법에서 채택하고 있는 ‘주민투표제(referendum)‘는 ‘선택적, 자문적’ 성격의 주민투표로서 지방정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파악하는 정도의 규정력을 갖습니다. 따라서 의회해산, 단체장 소환 등 지방정부의 주요 권력과 관련된 상항은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 참여민주주의가 되려면 미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과 같이 자치정부의 주요 재정변화와 관련된 문제에서부터 의회해산, 의원 및 단체장 탄핵 등 정부권력의 핵심문제와 관련된 것을 투표대상으로 포함하는 강제적, 의무적 성격의 주민투표제를 채택하여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니가타현 마키정(町)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철회시킨 성공사례가 있습니다. 마키정의 경우에는 주민투표 이외에도 조례제정청구,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해직청구 등 각종 직접민주주의 제도가 총동원되었는데, 주민들의 조례제개정청구에 의해 ‘마키정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관한 주민투표조례’가 제정되었고, 단체장의 소극적 자세에 대하여 주민소환을 시도하여 단체장의 사임을 받았으며, 새 단체장 하에서 실시된 주민투표를 통하여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철회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민발안(initiative)을 들 수 있는데, 일정한 수의 유권자 서명에 의해 지방정부의 조례의 제정 및 개폐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발안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최종적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경우를 주민발안이라 부르나, 우리나라의 ‘주민조례청원권’처럼 주민이 발안하되 지방의회에서 의결하는 청원(petition)적 성격의 것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조례청원이 유일하게 승소한 사례로 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 제정운동이 있습니다. 1991년 청주시의원 30명이 ‘행정정보공개 조례’를 발의하고,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수렴을 거쳐 의원만장일치로 의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1992년 대법원에 ‘정보공개 조례’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지만 대법원은 청주시의 사무에 관한 정보만을 공개대상으로 하고 있어 주민의 알권리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권 행사를 국가의 입법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가로막을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오늘은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주민발안의 형태인 주민감사청구제도와 이와 유사한 일본의 시민옴부즈만제도,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인 청렴계약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의 주민감사청구제도와 시민 옴부즈만 운동

주민감사청구제도는 주민이 직접 지방공공단체의 장 혹은 직원이 저지른 위법 또는 부당한 공금의 지출, 재산의 취득, 계약의 체결에 대해 감사위원의 감사를 요구하고, 위법, 부당한 행위를 방지하며, 지방공공단체가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주민이 지방공공단체에 대해, 지방공공단체를 대신하여 소송을 하는 것이 가능하며 한사람의 주민이 소송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중립적이라고 하는 감사위원(일본의 감사위원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독립기관입니다) 조차도 부패나 공금유용에 대해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는 현실 속에서 시민이 직접 세금이 부정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자는 시민옴부즈맨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시민 옴부즈만 운동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례로 시민옴부즈맨제도를 두고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에 시민 옴부즈만은 시민운동의 차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4년 출범한 전국시민옴부즈만 연락회의는 주로 ‘관관접대'(지방자치단체가 중앙부처나 상급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접대하는 것)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식량비’에 대해 전국적인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습니다. 1995년 정보공개청구의 결과 전국적인 식량비 총액은 300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고, 그 중 압도적인 부분이 관관접대에 사용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관관접대에 대한 근절을 연락회의는 요구하였고, 몇몇 지자체에서 관관접대를 전면폐지하겠다고 발표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전국시민옴부즈만연락회의는 매년 식량비, 교제비, 관급공사 입찰가, 출장여비 등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세금이 부정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감시활동을 하고 있으며,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지방자치단체가 예산환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주민소송을 제기하여 책임을 물었습니다.(주민소송은 지난주에 살펴본 바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집행에 위법이 있을 경우에는 주민이 지방자치단체를 대신해서 지방자치단체에 피해를 입힌 공무원이나 사인(私人)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 군포시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군포시의 경우 감사청구위원회가 결정한 사항에 대하여 감사여부를 시장이 다시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많고, 감사청구인의 숫자가 너무 많아 전국적으로 단 17건만이 청구되었습니다. 최근에 이러한 지적에 따라 주민감사청구 요건을 완화하여 2백명 선으로 줄였지만, 실질적인 주민자치와 주민참여를 위해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단 한명이라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하겠습니다.

청렴계약제도(Integrity Pact)

청렴계약제란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 :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90년대의 중반에 개발한 부패척결제도입니다. 1994년 에콰도르에서 정부조달의 대규모의 사회간접자본관련 수주에서 25∼30%정도의 뇌물이 오가고 있는 것에 대해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투명성기구는 파견단을 보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조사를 통하여 많은 사업가들이 뇌물을 제공하고 싶지 않지만 제공을 중단하면 다른 경쟁업체가 뇌물로 자신의 사업기회를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여 뇌물이 끊이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판단하여, 계약자(낙찰자)가 뇌물공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모든 커미션과 계약에 관련된 모든 금전지급사항을 공개할 것이라는 선서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을 취소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려 입찰을 금지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부패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파나마, 아르헨티나(멘도자)에 적용되었고, 독일,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콜롬비아, 네팔 등으로 확산되면서 ‘청렴계약제(Integrity Pact)’로 발전되었고, 한국에서는 서울시와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2000년부터 ‘청렴계약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청렴계약제란 행정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의 입찰, 계약체결, 계약이행과정에서 업체와 행정기관 양당사자가 뇌물을 주고받지 않고 위반시 제재를 받겠다는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공공부문 계약과 관련한 부패를 예방하고자 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입찰과 계약, 그리고 이행과정에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가 청렴계약 옴부즈맨으로 위촉되어 행정절차과정을 감시케 함으로서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실제로 2001년 2기 청렴계약 옴부즈만을 참여연대, 반부패국민연대가 참가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2000년부터 청렴계약제를 통해 서울시와 각 자치구의 모든 관급공사에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서울시의 50억원이상 공사와 10억원 이상의 설계 및 감리, 2억원 이상의 물품구매 사업에 대해서는 청렴계약 옴부즈만이 집중감시대상사업을 설정하여 이에 대해 집중 감시하고 있습니다. 청렴계약 옴부즈만은 청렴계약 관련사업 서류열람 및 제출을 요구, 부조리 관련사항 시정 및 감사요구, 3단계 평가회 주관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렴계약제를 위반했을 때 가해지는 제재조치로는 그 사안별로 6개월에서부터 2년까지 서울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거나, 계약해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서울시의 청렴계약제에 대해서 그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청렴계약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부제보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현행 청렴계약제는 이에 대한 규정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현행 규정에 의하면 ‘내부비리자의 보호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 서울시의 경우에는 내부비리제보 공무원의 보호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실정입니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상도 서울특별시 부조리신고 보상금지급에 관한 조례에서 부조리신고 대상별로 각각 10만원, 30만원, 1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외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업체는 물론 서울시에 대해서도 공익제보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금지하고, 공익제보에 따른 보상금 지급을 위한 조례개정이 필요하겠습니다.

공공부문 계약과 관련한 부패는 공직자의 윤리성 문제로 끝나지 않고, 성수대교 붕괴처럼 대형참사로 이어져 인명피해와 정부예산의 낭비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사전 방지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청렴계약제는 계약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부패를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청렴계약제나 주민감사청구제도는 제도적 한계로 인하여 크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행정기관에서는 앞다투어 이러한 제도의 실시를 홍보하고 있는데, 홍보를 위한 제도가 아닌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이룩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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