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2-11   603

정보화에 대한 진정한 민중적, 민주적 참여를 보장

1.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과학기술 혹은 과학기술과 사회와 관련한 쟁점 중에서 시민들이 주목할 만한 것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노무현씨의 당선을 둘러싼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인 만큼 인터넷과 사회에 대한 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등 기본적인 기본권이 인터넷 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환경과 도전에 처하게 될지, 그리고 지난해 소리바다 문제에서 나타난 것처럼 확대되는 지적재산권의 흐름 속에서 지식과 정보의 공정한 이용과 공유가 보장받을 수 있을지가 여전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새 정부라 하지만 기본적으로 과학기술, 특히 우리 단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 있어서는 정보통신부를 위시한 과거 정부의 경제주의적 관점이 그대로 존속된 듯 하여 걱정이

됩니다. 노무현씨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가장 큰 수훈이 인터넷에 돌아가고 있는 듯 하지만 새 정부에 인터넷은 어쩌면 민주주의보다는 경제적 측면에서 더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노무

현 후보는 시민사회단체의 질의 때 인터넷이나 정보통신기술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성찰하는 태도가 다른 대통령 후보들보다 부족했습니다. 노무현 후보는 23개 시민사회

단체들이 정보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안한 33개 공약을 거의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 6월 위헌결정을 받았던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정보통신부 장관의 내용규제권한 폐지와 정보통신윤

리위원회의 폐지 등 인터넷 내용규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보통신부의 현재 입장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습니다. 알려졌다시피 싱가폴 등 몇 나라를 제외하면 법원 혹은 유사한 기구가 아닌 정부가 인터넷을 직접 규제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인터넷보다 규제적이라는 우리나라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문화관광부 장관이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해서 신문이나 잡지내용을 삭제하라 마라 직접

왈가왈부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노무현 후보는 글리벡 강제실시나 디지털 도서관의 전송권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이회창 후보를 비롯한 모든 다른 후보들이 그 필요

성에 동의한 프라이버시보호법 제정에 대해서도 안이한 답변으로 실망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인터넷이나 정보통신기술을 경제주의적 관점에서 파악할 뿐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의 관점

에서 평가가 부족한 데 따른 것입니다.

3. 2003년 귀단체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정보화를 비판하는 활동을 해 왔습니다. 현재의 정보화가 상당히 경제주의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자본의 정보화”라면 보다 민주적이고 민중적인 정보화의 내용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노사모가 보여준 “힘”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지만 이 힘의 역사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 그리고 보다 거시적 의미에서의 정보화의 설계와 운

영 과정에 대한 민중적,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의 정보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등 인권 옹호의 측면과

지적재산권 등 새로이 강화되는 상품 영역에서 지식과 정보의 공정한 이용과 공유에 대한 것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그 흐름은 다소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런 분리된 문제의식과 활동을 인권과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모아보고 연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단체는 올해 UN에서 개최하는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정보사회에 대한 세계적 수준에서의 선언이 채택될 예정인데 이 선언에는 경제주의적 관점에서 정보화를 단지 수혜적 차원에서 확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보화에 대한 진정한 민중적,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야 할 것입니다.

4. 과거 오픈한글 프로젝트 등 오픈소스운동이 초보적인 형태로 존재하기도 했고 한때 국내에도 리눅스 붐이 있기도 했습니다. 한편 대중들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으며 최근 여러 나라들에서는 비용절감 및 공공부문의 특성을 들어 국가정보화사업을 리눅스 베이스로 채택하는 등 세계적으로는 오픈소스운동이 제도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국내의 역사와 국제적 상황을 볼 때, 그리고 그 자체의 의미를 볼 때에도 오픈소스운동은 상당한 의미를 지닐 거라 예상되는데, 국내에서 오픈소스운동을 하는 데에 따르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워드 분야에서는 아래아한글과 같이 MS 워드와 경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지만, 운영체제 수준에서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MS 윈도의 독점이 매우 강한 상황입니다. 또한,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내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자생적인 오픈 소스 운동의 확산이 더딘 상황입니다. 정부 역시 소프트웨어의 생산을 “경쟁력을 키워야할 산업 영역”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오픈 소스의 진흥 정책보다는 MS와의 우호적인 관계에 더욱 신경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점차 확산되는 MS에 대한 반감과 독점에 대한 우려, 세계적 차원의 오픈 소스 운동의 확산과 타국 정부의 오픈소스 정책 채택 등은 한국 정부에도 일정한 압박을 주고 있다고 봅니다. 그 결과 조달청에서도 정부용 소프트웨어로 리눅스를 허용했지만, 정책적인 의지가 없이는 실제 얼마나 쓰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공무원들이 윈도 운영체제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민 세금의 효율적인 운영, 보안 문제, 독점에 대한 규제 등 다양한 차원에서 정부가 오픈소스의 채택과 지원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갖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정부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채택한다면, 민간 부문에도 훨씬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여경 |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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