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2-11   498

과학기술에 대한 여성의 입장을 널리 알리기

1.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과학기술 혹은 과학기술과 사회와 관련한 쟁점 중에서 시민들이 주목할 만한 것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우선은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을 둘러싼 안전 및 윤리에 대해 시민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학기술의 개발 및 발전이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지는 만큼, 생활의 주인인 시민이 이를 비판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생명윤리법 제정에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과학기술의 발전이 성적 평등을 지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야 합니다. 특히 여성적 관점에서 과학기술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경쟁력위주의 과학기술 지원이 아니라, 생태주의적 가치를 고려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과학정책의 결정 과정에 과학자 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함께 참여해 그 방향을 논의하는 열린 행정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3. 2003년 귀단체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생명윤리법의 제정과 더불어 과학기술에 대한 여성의 입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생명윤리법 제정을 위한 공동캠페인단 뿐 아니라 여성단체들과 함께 입법 운동을 보다 조직적으로 벌이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명공학 부문을 비롯한 과학기술 담당자들로 하여금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또 과학기술 영역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 및 홍보 활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4. 최근 성폭력범에 대한 유전정보은행을 만들려는 검찰의 발표로 한때 사회적인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습니다. 현재에는 여성운동과 시민과학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생명공학 감시 운동이 보조를 이루고 있습니다만, 일각에서는 성폭력 범죄를 감소시키기/근절하기 위해 유전정보은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요? 아울러 “성폭력범 유전정보은행”을 설치함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점들,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십시오.

성폭력범죄를 감소/근절하려는 사회적 노력은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가 하려는 유전정보은행은 또 다른 인권침해 등 더 이상의 많은 문제를 야기할 여지가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관리 및 규제장치가 미흡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유전정보은행은 악용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유전정보은행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유전정보은행이 성폭력에 대한 예방적 조처로서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것이 근원적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부분적인 접근보다는 성폭력을 양산하는 사회구조나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피해자를 포함해서 여성들이 처해 있는 입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여성계와 과학기술계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진숙 | 여성민우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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