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2-11   629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보육시설을 확보, 시범적으로 운영계획

1.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과학기술 혹은 과학기술과 사회와 관련한 쟁점 중에서 시민들이 주목할 만한 것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생명공학기술의 발달로 현실적으로 인간 복제가 가능해지고 이미 복제인간이 태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때에 생명과 윤리 및 그에 따른 법안 등은 시민들이 가장 주목할 만한 쟁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넓게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그에 수반하는 환경관련 문제가 시민들이 끊임없이 주목해야 할 사안이겠지요.

21세기에는 과학기술발달이 국가 경쟁력 향상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 과학기술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정치, 경제, 교육을 비롯한 전 분야에서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과학적 호기심을 계속 갖는 등의 과학 마인드를 지니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또 생활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사회 경제전반에 걸쳐서 급격한 변혁이 예상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주인으로 생활하고 일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 과학기술 관련 쟁점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과 창조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스스로 평생 교육을 조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시민과학≫이 앞장서면 좋겠습니다.

2.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요?

과학기술 발달이 국가 경쟁력 향상에 핵심요소가 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 새 정부의 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되어 있는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수과학기술 인력의 양성 및 활용이 중요한 연구과제로 선정되기를 바라며 나아가 전 국민의 과학화를 기대합니다.

인적자원은 지식 창출과 연구 개발 활동의 주체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맥켄지 컨설팅의 굽타 회장은 “21세기는 인재확보 전쟁시대”라는 말로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를 위하여 전 세계가 많은 투자를 하면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을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과학기술분야의 우수인력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과학기술전문지 ≪사이언스≫ 2002년 3월호는 “1960∼70년대 한국정부의 과학기술 우대정책과 청소년들의 이공계 선호 현상은 1980∼9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 나타난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2010년 이후 한국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우리의 과학기술 인력 양성 현황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과학기술부는 신기술 분야에서 학사 이상 인력에 대한 수요는 2006년까지 4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지만 공급은 22만 명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 지금까지 강조해 온 이른바 시설 설비 등 하드웨어 외에, 학생들이 흥미와 도전을 느껴서 이공계로 진학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 변화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적 내용이란 교과내용, 교육방법론, 실험조교의 확보, 인적자원 대한 투자 및 과학기술 인적자원 확보방안 등을 뜻합니다. 또한 이미 양성된 인력의 활용과 재교육에도 과감한 투자를 해서 그들이 과학기술 발전에 장기간 기여하고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역할이 저조했던 여성 과학기술 인력을 적극 양성하고 그 활용을 촉진하는 정책 마련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성 과학기술 인력의 활용은 부족한 인적자원을 보충한다는 측면 외에도, 여성 고유의 창의성, 유연성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큽니다. 한편으로 전 국민의 과학화를 위한 투자와 정책결정자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증진을 통한 각종 정책 입안은 과학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실천 방안으로는 과학기술자의 공직 기회를 확대하고 각종 국가고시에 과학기술 과목을 필수로 포함시키는 방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3. 2003년 여성과학기술인회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2003년에는 작년부터 추진해온 여성과학자 DB 구축과 여성과학 마인드 확산 사업을 계속하고,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보육시설을 확보,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여성과학기술인 리더쉽 프로그램도 마련하여 실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2005년에는 3년마다 열리는 세계여성과학자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여성과학기술인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여 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냄으로서 여성과학기술인회가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4. 여성과학기술인회가 만들어진 지 꽤 되었습니다만, 일반인들에게나 심지어 여자 대학원생들에게조차 여성과학기술인회에 대한 인지도는 그다지 높은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AAAS, NSF 등의 기구나 IEEE 등의 학회에서 “과학과 여성”을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여성과학기술인회에서 독자적인 사업 외에 학회나 과총 단위의 사업을 준비하고 계신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아직까지 없다면, 그러한 종류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따르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변 부탁드립니다.

여성과학기술인회는 10여 년 전 대덕 연구단지의 여성 연구원들이 중심이 되어 발족된 후 회원들 간의 친목도모,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여성 연구원들의 과학기술 발전에 있어서의 역할 증대, 조직 정비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제 여성과학기술인회는 회원이 900명이 넘는 큰 조직으로 성장했고, 그 인지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분야가 섞여 있어서 관심의 공통점을 찾는 어려움이 있지만, 때로는 이것이 학제적인 활동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앞으로 여성과학기술인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와 참여를 통하여 역할을 증대하고 기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분과위원회와 지역 중심의 활동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여성과학기술인회 외에도, 한국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에서는 관련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여 학술 활동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화학공학회 안에 여성위원회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우수 여학생을 이공계로’라는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리학회도 2002년에 여성위원회를 발족하여서 여성의 물리학분야로의 진출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여러 학회에서 여성 과학기술자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근래에는 이러한 조직과 단체들을 연합하여 과총과 같은 조직을 구성하여 시너지 효과를 얻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관심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일과 가족에 대한 의무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5. 이공계열 대학으로 진학하는 여성의 비율은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렇지만 대학교수나 책임 연구원급에서 여성 연구원을 찾기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이를 개선, 보완하기 위해서 할당제에 대한 요구가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여성과학기술인회의 입장을 알고 싶습니다.

이공계열에 재학 중인 여학생 비율은 약 40% 정도이지만 여교수 비율은 약 5%, 책임 연구원급 여성연구원은 2% 수준입니다. 우수 여성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역할모델 개발이 매우 중요함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대학교수나 책임 연구원 중에 여성이 별로 없는 것은 시급히 시정되어야할 중요한 쟁점입니다. 우리는 이번에 제정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 법률은 선언적인 면이 강하고 진출을 장려하기 위한 채용목표제가 국공립 연구기관에 한정되어 있지만, 대통령에 의하여 구체화되고 많은 기관으로 확대되어 널리 시행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위직에 여성이 너무 적은 현실을 감안하여 승진 시 쿼터제를 도입하기를 바랍니다. 이는 단시간에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역할을 증대할 뿐 아니라 과학기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6. WISE 사업은 과학에 관심이 있는 여학생들을 청소년기에서부터 멘토링(mentoring)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고, 또 여성과학기술 인력을 구축하고 또 그 인력들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WISE 사업이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사업에 대한 여성과학기술인회 회원들의 참여도는 어떠한지요?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참여를 제약하는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WISE사업은 여학생들을 이공계열로의 진학을 유도하고 이공계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은 전공을 유지하여 과학기술계로 진출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시범 사업 기간 동안 다양하게 시도해 보고 이제 막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본 사업이 시작된 상태입니다(전국 8개 지역센터).

현재 WISE에는 과학캠프, 방문과학교실, 인턴쉽, 멘토와의 하루, 진로 안내 등 다양한 오프라인 프로그램과 온라인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여성과학자들과의 멘토링이 주된 운영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학생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중 고등학생들의 1%정도만 과학자를 만나본 경험이 있다는 통계 결과를 감안하면 여성과학자를 만날 기회는 더욱 적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위적으로라도 여성 과학기술자를 만나 조언을 듣고 상담을 받고 프로젝트도 해보는 멘토링에 참여하는 것은 큰 도전인 동시에 중요한 경험이라고 학생들이 고백하곤 합니다.

전문 여성 과학기술자들은 주로 대학(원)생들을 멘토링하고, 대학(원)생들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멘토링하는 종적인 체제이지만 횡적인 멘토링도 가능하게 운영됩니다. 과학기술계에 여성 역할 모델이 극히 적은 현실에서 어려움도 있고, 아직은 시작 단계로 홍보가 덜 된 면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많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프로그램에는 약 200여명의 멘토가 자원하여 멘토링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성과학기술인회 회원들도 다수 참여하고 계시지만 저는 보다 많은 회원이 참여하셔서 원하는 학생들이 모두 온라인 멘토링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활용률이 세계 제일인 우리나라에서, 멘토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온라인 멘토링은 훌륭한 학교 밖 과학교육 프로그램으로 육성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멘토링이 아직은 다소 생소하므로 좋은 멘토링 기법을 개발하고 확산하려는 노력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멘티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예비 여성과학기술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면 어려운 시간을 내주시는 멘토들께도 큰 보람이 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앞으로 멘토들께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여 시행할 예정입니다. WISE 사업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웹사이트 http://www.wise.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방문하시고 좋은 의견과 조언을 주시면 감사히 받아서 반영하겠습니다.

이혜숙 | 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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