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2-11   605

과학자 혹은 기술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 방식

1.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과학기술 혹은 과학기술과 사회와 관련한 쟁점 중에서 시민들이 주목할 만한 것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생명윤리법안, 이공계 지원 방안, 여성 과학 기술자 육성 모두 시민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는 문제들입니다. 전 에너지와 환경 문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터넷 공간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지적 소유권에 대한 문제, 음란물 유포와 관련된 문제도 꼭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밖에도 국가가 수행하는 과학 기술 정책 분야에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쟁점이 되는 분야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로 관련이 있는 쟁점들도 많구요. 그런데 사회적 쟁점에 대하여 관심 있는 시민들이라도 그것에 대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만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시민 단체의 일인 것 같습니다.

2.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좀 더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부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자신 있는 정책을 수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투자 연구소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연구원들의 신분이 매우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계약직 임시직 연구원들의 비중을 줄여서 이들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 요즘 들어 중·고교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논의들은 대개 전반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테면 과학교육이 안고 있는 특수한 문제들이 여간해서는 이슈화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런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제기된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현재 중·고교 과학교육이 어떤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과학 교육이 안고 있는 특수한 문제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포괄적 수준에서 교육의 위기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실 붕괴, 학생들의 학력 저하 같은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 교육이 가진 특별한 문제점을 제기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인문계 학교의 경우 모든 교육이 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그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실험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실험을 통한 수행평가는 오히려 평균 점수를 높여주는 역할만을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3-1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두드러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대학 입시에서 이공계열 지원자의 급격한 감소가 제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중·고교 과학교육이 담당해야 할, 혹은 담당할 수 있을 만한 역할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십니까?

학교에서 해결하기는 힘든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우선 보아집니다. 이공계 대학에 합격했던 몇 안 되는 우수한 학생들조차 다음해에 학교에 와서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 교육에서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은 과학자 혹은 기술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계속해서 불어넣어 주는 것일 겁니다.

3-2 이공계에서의 여성 비율은 여전히 저조한 실정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여러 가지가 제시될 수 있겠습니다만, 중·고교 시절에서부터 여학생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WISE(Women In Science and Technology) 사업도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유의미할 것 같은데요, 이 사업에 대한 일선 중·고교 교사들의 인식도는 어떠한지, 그리고 이 사업이 현재의 중·고교 과학교육의 틀 안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뒷받침되어야 합니까?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여성 차별이 없어지면 과학 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됩니다.

3-3 현재 중·고교 과학 교과서에 STS와 관련한 부분들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만약 그러한 내용들을 일선에서 활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교육과정에서 STS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별로 강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시하고 상관이 덜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4. 현재 중·고교에서 대안교육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상 대안교육과 관련해서 발언하고 또 실천하는 주체는 주로 사회단체들로, 학교 및 교사 단체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학교교육에 관해서 사회단체들이 개입하고자 하는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개인적으로 제가 담임을 했던 아이가 대안학교에 가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을 보았습니다. 학교에서 부적응하는 아이가 대안 교육을 통해서 안정감을 가지게 되면 학교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죠. 그러나 학교에서 부적응하여 자퇴하고 대안 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언론매체에서 모든 학생들이 본받아야 할 우상으로 보도하는 일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자옥 | 용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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