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논문상] 수상자 공고

[당선작]

구지혜 「‘탈장소’ 경험을 통해 본 십대 여성 주체에 관한 연구: 성매매를 경험한 십대 여성을 중심으로」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석사학위논문)(논문보기)

안화영 「1980년대 도시하층민소설 연구 – ‘내부의 난민’ 형상과 ‘난민-시민’을 향한 상상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학위논문)(논문보기)

이희영, 정다울, 정성조 「민주적 방역, 혹은 권리 없는 자들과의 협치 –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사례를 중심으로」 (기억과 전망 45권)(논문보기)

[가작]

신현아 「경합하는 노동자의 언어들-대우조선 노동조합 <옥포노보>를 중심으로」 (인문과학 83권)(논문보기)

[심사총평]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뼛속까지 냉기가 몰아치는 날입니다. 이러한 강추위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더 가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추위에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 난방이 충분히 되지 않는 집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 도시빈민들, 얼어버린 땅에 이동권의 제약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에게 지금의 추위는 가혹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추위보다도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점점 강자들의 지배를 위해 약자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지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구석구석을 조명하면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을 비추는 실천적 연구자들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짝반짝 논문공모전을 심사하는 저희는 지난 한 해 사회적 현상을 누비며 소수자와 약자들의 삶을 조명해온 헌신적인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어둡고 추운 세계에 필요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논문공모전에는 예년의 두 배에 이르는 37편의 논문이 모였습니다. 이 때문에 심사위원도 기존 세 명에서 네 명으로 늘렸고, 심사절차도 1심과 2심을 나누는 등 더욱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심사위원들은 총 세 편의 당선작과 한 편의 가작을 선정해 수상하고자 합니다.

첫째 수상작은 구지혜 선생님의 연구 「‘탈장소’ 경험을 통해 본 십 대 여성 주체에 관한 연구: 성매매를 경험한 십 대 여성을 중심으로」입니다. 이 글은 청소년에 대한 ‘보호’라는 명분으로 십 대의 노동을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규범과 조치들이 어떻게 청소년에 대한 시민권과 노동권의 부정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면서, 특히 가족을 중심으로 조직된 이성애-가부장 질서의 외부로 밀려난 ‘탈장소’ 여성 청소년들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족 질서의 외부에 위치한 십 대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를 다루면서, 저자는 온정주의적 관점의 유혹에서 벗어나 현실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직접 여러 당사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서술되는 이 논문은 ‘집’과 ‘가정’을 중심으로 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 구조가 여성과 십 대라는 이중의 굴레를 안고 있는 집단에게 어떤 모순적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증언해주고 있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둘째 수상작은 안화영 선생님의 「1980년대 도시하층민소설 연구 – ‘내부의 난민’ 형상과 ‘난민-시민’을 향한 상상을 중심으로」입니다. 저자의 석사학위논문인 이 글은 1980년대 도시빈민들의 삶과 투쟁을 다룬 소설들을 추적하면서 그 안에 그려진 도시하층민의 삶이 어떻게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되고 또 그에 대한 저항 속에 주체화양식이 출현하는지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1980년대 소설에서 그려진 도시하층민의 존재를 사회의 ‘내부난민’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내부난민으로서의 지위가 갖는 ‘소외된 자’이자 ‘불온한 자’로서의 이중적 성격에 주목합니다. 이 글의 백미는 이들 이름 없는 지워진 내부 난민들이 철거촌 투쟁과정에서 어떻게 주체화되며, 집단지성을 형성하는지를 조명하는 글의 마지막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목동 철거촌 투쟁에서 한 사람씩 한줄 한줄 성명서를 공동으로 써내려가면서, 집단적 작품으로서 성명서를 써내려간 투쟁 주체들의 서사를 설명한 부분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21세기의 한복판에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난민의 형상들에 대해서도 귀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공감 속에서 이 논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셋째 수상작은 이희영, 정다울, 정성조 세 분의 공동 논문인 「민주적 방역, 혹은 권리 없는 자들과의 협치 –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사례를 중심으로」입니다. 이 논문은 두 가지 차원에서 기존의 코로나 방역을 다룬 논문들과 다른 관점을 보여줍니다. 먼저 이 논문은 방역당국을 주체로, 시민들을 억압당하는 객체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각이 일면적임을 지적하면서, 어떻게 방역정책이 정부와 시민의 상호관계 속에서 등장하는지를 바라봅니다. 일방적으로 억압하는 국가와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시민이라는 이분법적 생명정치의 관점은 코로나 유행 시기에 등장한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 또 당국의 방역정책을 견인했던 시민들의 주체적 역량을 개념화하기 어렵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고 또 기존 프레임에 대한 적절한 비판으로 보였습니다. 동시에 이 글은 소위 K방역의 생명정치가 처한 위기를 이태원 클럽 감염사태에서 발견하며, 이 과정에서 어떻게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를 예리하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추상적’ 평등은 동시에 ‘차별’과 같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모두 강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사자들은 한 편의 가작을 더 수상하기로 했는데, 그것은 신현아 선생님의 「경합하는 노동자의 언어들-대우조선 노동조합 <옥포노보>를 중심으로」입니다. 저자는 87년 대투쟁의 산물인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기관지 <옥포노보>를 검토하면서, 노동조합 운동의 초창기에 노동자들 사이에 어떻게 언어적인 경합과정이 일어나는지를 추적합니다. 이를 통해 저자는 투쟁을 통해 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고 해서 처음부터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를 발명해내는 것이 아니며, 사용자의 언어와 노동자의 언어가 벌이는 경합과정 속에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적 분석을 통해 저자는 오늘날 새로 노동운동에 가담한 청년세대들의 낯선 정서에 대해 기존 노동운동 진영이 배타적으로 비난해선 안 되며, 그러한 신생 노동운동 세대 역시 자신들의 언어를 찾기 위한 경합과정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과거의 노동운동으로부터 현재를 되돌아보는 저자의 노력이 갖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가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이번 논문공모전 심사에 참여한 저희 네 명의 심사자들에게는 올해 정말 많은 논문이 응모되었다는 사실이 고무적으로 느껴집니다. 한국 사회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토록 많은 연구자들이 우리가 처한 사회적 현실을 고발하고 실천지향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희 심사위원들에게 큰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수상작을 쓰신 저자분들에게는 깊은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모든 분들에게 상을 드리지 못해 송구하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훌륭한 연구들이 계속 진행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우리 사회는 나아갈 것이고 어둠을 극복할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모든 분들의 삶에도 햇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2년 12월 15일 심사위원 김만권 문지선 송경호 한상원을 대표해서

심사위원장 한상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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