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연구소 학술행사 2002-03-14   3706

발전 민영화 포럼, 사회적 합의 부족 드러내

사실 해석조차 서로 달라, “충분한 공론화 절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 차례 연기되었던 참여사회연구소 정책포럼 “발전산업 민영화 문제,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가 지난 13일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렸다. 저녁 7시부터 진행된 이날 포럼에 정부측이 불참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노조관계자뿐만아니라 전력문제에 관한 준전문가인 연구자들이 청중으로 대거 참여해 늦은 시간까지 격론이 오가는 등 토론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전산업 민영화문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이 날 어렵게 발제자로 나온 박태주 박사(연구전문노조)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 안은 그 내용 면에서 전력공급의 불안정이나 요금상승 등 심각한 공익의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절차적인 면에서도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민영화 안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소유, 경쟁체제 도입’, 즉 한전으로부터 독립된 공기업회사로 구조개편하고 규제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임으로써 실질적인 경쟁체제를 갖추는 한편 최소한의 공익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공기업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과감한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하여 효율과 수익성을 제고하며 한편으로는 공공서비스의 질도 향상시켜야 할 것을 제안하였다. 덧붙여 자율경영체계를 갖추기 위해 낙하산 인사와 같은 정부 간섭 배제, 사회적·공공적 규제제도의 도입, 민주적인 의사결정제도의 확립 등을 과제로 제시하였다. 박태주 박사는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기간산업 민영화나 구조개편과정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치는 ‘합의를 통한 변화’임을 강조하였다.

이어 진행된 포럼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발전산업 구조개편의 타당성 여부와 개편 방식, 즉 반드시 민영화 형식이어야 하느냐로 논쟁이 이어졌다.

민영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공공성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송광의 박사(에너지경제연구원)는 전력산업이 국가 네트워크 산업으로서 필요에 의해 수직통합되어 있었지만 공기업 구조 자체가 비효율을 낳고 가격경쟁 메카니즘이 존재하지 않는 현 시점에서는 분리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송 박사는 전력의 역사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력산업의 공공성은 왜곡된 전제라고 지적하고 민영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공공성이 상실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정부가 분할된 기업을 철저히 규제함으로써 오히려 과거보다 더욱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고 정부의 책임성도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민영화 반대 논거로 주장되고 있는 발전소 추가 건설 비용문제나 투자보수율 문제는 경쟁적인 전력시장을 전제한다면 민영화 반대논리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전면적인 민영화보다 분리 가능한 부문만 일부 민영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실질적인 경쟁이 확보될 수 없을 때는

규제체계를 개선하는 수준에서 구조개편 마무리

민영화를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임원혁 박사(한국개발연구원)는 발전산업 구조개편의 경우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제반여건이 조성되어야 하고 만일 실질적인 경쟁이 확보될 수 없을 때는 규제체계를 개선하는 수준에서 구조개편 작업은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영국의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수요자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이지만 한국의 경우 전력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전산업을 민영화할 경우 가격정상화 문제, 다시 말하면 요금인상 문제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문제제기 했다.

임박사는 또한 전력시장의 경쟁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였다. 일단 발전소 추가 건설에 대한 리스크가 크고 추가건설요인이 감소했을 경우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이윤을 보장해주는 식으로 진행되면 민영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전력사태처럼 민간기업의 전략적 담합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박사는 발전부문의 민영화는 민간기업지배구조나 규제감독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추진되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였다.

노조가 반대하는 것은

재벌이나 외국자본으로 발전산업 매각하는 것

황민호 부위원장(공공연맹)은 노조가 반대하는 것은 구조개편 반대론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현재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민영화라기 보다는 발전소 재벌이나 외국자본에 대한 매각임을 분명히 하면서 그럴 경우 2001년 캘리포니아 전력사태와 같은 업체간 담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번 포럼은 발전부문 민영화와 관련하여 많은 사실이 왜곡되어 있었고 찬반의 논리 또한 많은 부분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그것은 바로 발전산업 민영화로 불거진 공기업 민영화 문제가 지극히 공론화되지 못했고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제서야 발전부문 민영화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가 시작된 것이다.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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