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참여자치지역연대 공동기획] 좋은공약 좋은세상-‘개발에서 복지로’…삶에 미소 줄 검증된 공약

교복 무상지원, 아동수당 지급등 ‘삶의 질’ 향상 초점
재정여건등 실현가능성도 고려…”실천의지가 관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한겨레>가 함께 꾸린 공약평가단이 지난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출마자들에게 제안할 ‘좋은 공약’을 선정하기 위해 토론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선택 6·2 D-26] 좋은 공약 좋은 세상 (클릭하시면 <한겨레> 기사로 바로이동)



직업과 나이, 활동지역은 달랐지만 공감대는 쉽게 형성됐다. 지방자치의 본령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선 인간다운 삶을 영유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제도적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한층 중시돼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한 시민활동가는 이를 두고 “지방정치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정치의 무게중심이 ‘개발’에서 ‘복지’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었다.



지난 3일 ‘좋은 공약’ 선정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여명의 학자·시민운동가들은 이런 ‘전환’이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의 위협으로부터 ‘정상적 삶’을 복원·보호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이들 공약의 상당수가 국내외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중인 ‘검증된 공약’이라고 입을 모았다.




■ 보육·교육 ‘초·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이 분야에선 ‘초·중학생의 학습준비물과 교복 무상지원’ 공약이 눈에 띈다. 면밀한 실태조사를 거쳐 초·중학교의 학습준비물 비용 전액을 교육청이 부담토록 하고, 교복의 경우 해마다 중학교 입학생에게 동·하복 1벌씩을 지방정부 재정으로 지원토록 하는 방안이다. 학습준비물은 지자체의 보도블록 교체 예산만으로도 충당할 수 있으며, 교복 역시 지자체가 의지만 있으면 1차례의 무상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모든 초등학교에 방과후 교실을 설치하고 지역아동센터와 연계 운영한다’는 공약은 방과후 교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특기적성 교육 서비스뿐 아니라 돌봄서비스까지 제공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지역 내 방과후 보육의 중요한 인프라인 지역아동센터(공부방)가 가동중이므로, 경우에 따라 지역아동센터와 학교가 함께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거나 프로그램 상호교환, 아동들의 욕구에 따른 적절한 배치 등이 긴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 복지 최근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활발한 아동수당 공약이 눈길을 끈다. (7살 미만) 어린이가 있는 가구에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하자는 제안으로 이미 88개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아동수당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미국, 터키, 멕시코뿐이다. 국내에서는 소득 하위 80% 이하에 수당을 지급하는 ‘준보편적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시·군·구마다 보호자가 필요 없는 병상 100개 이상’을 확보해 사설 간병인 고용 부담을 덜어주자는 공약도 있다. 100개 병상을 운영하는 데 11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못 받는 최저생계비 이하 저소득층에 기초급여를 지급한다’는 공약도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필수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 일자리·주거·환경 일자리 분야에선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해 여성과 청년 실업을 해소한다’는 공약이 핵심이다.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이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21.3%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보육·교육 등 공공성이 높은 일자리를 대폭 늘려 여성과 청년층의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주거 분야는 ‘불요불급한 정비(예정)구역을 해제해 난개발을 예방한다’는 공약과, 3~4%에 머물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선진국 평균은 20% 안팎)을 대폭 확대하고 주거 취약계층의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임대주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공약 등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앙정부가 제시한 공공임대주택 확보 목표에 안주할 게 아니라, 지자체별로 연차별 확보율 목표치를 제시하고 유형별 공공임대주택 확보방안을 공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가 가용한 모든 행정수단을 동원해 사업 강행을 최대한 저지해야 한다는 공약이 제안됐다.


■ 공약 현실성은? 공약 선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강조한 것이 실천가능성이다. 이들은 모든 공약들이 지자체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실천에 옮기는 데 문제가 없다고 단언한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35%에 그치고 있지만, 정부 교부금을 더한 ‘재정 자주도’(지자체 의지대로 집행할 수 있는 가용재원 비율)는 65%가 넘기 때문이다. 좋은예산센터의 정창수 부소장은 “문제는 지자체마다 이미 집행중인 대규모 개발사업이 많아 재정의 신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복지지출을 늘리려면 정책 중요도를 고려해 기존 개발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워크숍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체 예산 중 35% 수준에 이르는 토목예산을 줄여 복지재정 비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높이면 지자체 사정에 맞는 공약을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 어떻게 선정했나



풀뿌리단체 개발 ‘생활공약’
전문가·활동가 워크숍서 엄선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한겨레>가 선정한 ‘좋은 공약’은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이래 지난 10년 동안 ‘삶의 질’ 문제를 고민해온 지역 시민운동가들의 네트워크와 전문가들의 노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좋은 공약’을 선정한 공약평가단엔 교육, 일자리, 보육, 지방자치 분야의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했다. 지난 2000년 전국 18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소속 활동가들도 이들 전문가들과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좋은 공약’은 그동안 시민사회 진영이 쌓아온 정책역량을 토대로 하고 있다. 2006년 5·31지방선거 때 활동했던 지방선거시민연대를 비롯해 희망제작소, 풀뿌리정치 네트워크, 고양무지개연대, 경기희망연대, 충북유권자희망연대 등 지역 단체들이 개발한 수백여개의 생활공약 가운데 추려낸 게 많다.



공약평가단은 지난 3일 서울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좋은 공약 선정 워크숍’을 열어 이들 공약들을 검토했고, 이 가운데 긴요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들을 간추려 이를 50개의 공약으로 다듬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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