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1-01   2051

[기획2] 정부의 규모와 역할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개혁 방향 비판

김 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태원 참사는 국가책임을 외면한 소위 ‘작은 정부’가 국민의 목숨과 안전을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지를 드러낸 비극이었다. 국민의 안전과 일상을 보장해야 할 책임이 국가와 정부에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 책임을 외면하였고, 이러한 국가 책임과 공공성의 후퇴가 윤석열 정부를 규정짓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서 공공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컨트롤타워인 행정 안전부 장관은 참사 전후에서 책임 회피로 일관했지만, 그에 대한 책임 추궁은 정부 내에서 행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는 일선 경찰관과 소방관들을 희생양 삼은 채, 이태원 참사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기보다는 그 후폭풍을 축소하고 책임을 최소화하는 데에만 애를 썼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민간 주도 성장·건전재정·공공기관 개혁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저조한 국정 수행 지지율이 보여주는 것처럼 실제 성과는 초라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하는 연금 문제나 사회안전망, 의료 복지 등의 사안에서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난 국가의 부재는 작은 정부와 시장주의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가 핵심적인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전세계적으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강화되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여 민영화, 인력 감축, 예산 긴축, 규제완화, 공공서비스 민간 이전 등 국민의 삶과 안전을 자본의 이윤을 위해 팔아치우고 약화시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 정부의 규모와 역할 변화

코로나19는 사회경제적 영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OECD 가입국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코로나19의 피해가 사회계층에 불균등하게 분배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사회경제적 악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주요 각국 정부는 재정정책을 통한 대규모 국가개입과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역할을 도모하였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 조치는 감당해야 할 재무적 비용을 증가시켰지만, 이러한 재정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오히려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가 발표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불평등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선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부유한 나라에서는 정부의 개입으로 빈곤의 증가를 억제한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을 보면,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도 저소득·저임금 계층을 돕는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집권 4년간(2018~2021년) GDP 대비 정부재정 지출 비중은 평균 35.4%로서, 동일 기간 OECD 국가 평균 44.0%에 비해 매우 저조하게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 위기 대응 기간(2020~2021년)에 38.2%로서, 동일 기간 OECD 국가 평균 47.6%에 현저히 미달했다. 더욱이 다른 나라들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GDP 대비 재정지원(‘추가지출 등’) 비율이 일본 15.6%, 영국 16.3%, 독일 11.0%, 프랑스 7.7%, 이탈리아 6.8% 등인데 반해,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가로 쓴 재정지원의 비중이 GDP 대비 3.4%로 G20 경제 선진국 10개 국가 중 매우 낮은 편이었다. 2022년 들어 주요 선진국들이 잇달아 재정 건전성 관리로 돌아서고 있다고 하나, 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했던 것에서 조정하는 것뿐이다.

나아가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오히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 커졌다. 통계청이  2022년 11월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3.0% 늘었는데, 실질소득은 2.8% 줄었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과 같은 일회성 지원 정책의 중단은 저소득층에 소득 감소의 충격을 더 치명적으로 안겼다. 모두가 약간이라도 소득이 늘어날 때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만 유일하게 총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불평등을 완화하는 도구로 생각되었던 정부의 재정정책과 조세제도가 오히려 불평등을 확대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은 채 자유화와 규제 완화를 급속히 확대한 것이 우리나라의 불평등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긴축·감세·규제완화 중심의 신자유주의 국정운영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신자유주의 국정운영 기조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와 6월 13일에 나온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의 경제운용 4대 기조 중 ‘자유: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기반한 경제운용’, 즉, 경제운용을 정부에서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민간의 자유·창의를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정부는 과도한 시장개입을 지양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한다는 민간중심 역동경제는 신자유주의의 Y노믹스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인수위 국정과제의 분야별 국정목표 중 하나인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는 표현은 1980-90년대 신자유주의의 정부혁신 버전인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 NPM)에서 제시되었던 개념이다. NPM의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했던 데이빗 오스본과 테드 개블러의 『정부혁신의 길』은 기업가적 정부의 중심개념으로 ‘전통적 행정의 노젓기(rowing)보다는 정부의 방향잡기(steering)’를 제안했다(Osborne & Gaebler, 1992). 방향잡기는 이 책 1장에 나오는 용어로, 직접 노젓는 ‘일’은 민간에게 맡기고, 정부는 전반적인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김철, 2022a).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도 국정비전에서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해 “성장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022).1) 이는 전세계적으로 이미 파탄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 복음을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부분 국가들이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제위기와 불평등 심화에 대처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국정운영 기조를 폐기하고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은 없었다는 듯이 이름만 바꿔서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되었던 정책과제들을 되풀이하고 있다(김철, 2022a).2)사실 역대 우리나라 정부개혁의 모델은 공공관리에 시장메커니즘을 강조하는 신공공관리(NPM)에 기반한 것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민주정부라고 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또한 신공공관리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작은 정부와 시장주의라는 신공공관리의 국정기조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하는 사업에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이는 정부의 개입 없는 자유경쟁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노동자 보호나 사회보장, 심지어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규제도 자유의 적으로 간주했던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윤석열 정부의 ‘작은 정부’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로부터의 안전뿐 아니라 노동현장에서의 안전, 재난으로부터의 안전, 질병으로부터의 안전, 실업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과거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와 정치권이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약속했던 것처럼, 2022년 9월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적 차원의 과학적 감식을 통한 원인규명”,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장치 대책 마련” 등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바로 직후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안전에 대한 약속이 빈말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전반에 녹아있다. 

정부의 역할을 시장에 넘기는 것이 민영화

지난 5월 27일 대통령실은 공기업 민영화를 우려하는 야당의 지적에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없고 현재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5월 19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질의 과정에서 “현재로서는”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답변하였고, 6월 2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우리 국민 전반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들, 특히 철도·전기·가스·공항 등 민영화는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7월 29일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서 민간과 경합하거나 비핵심인 기능 축소·폐지, 자산 매각 등과 관련하여 민영화는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행정안전부도 9월 5일 ‘새정부 지방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서 지방공공기관의 구조개혁과 재무건전성 강화 과정에서 기관 민영화는 배제할 계획이고, 논란이 된 민간 경합사업 정비도 기관 자체를 민간에게 이양하는 민영화와는 다르다고 강변하였다.

하지만 민영화는 작은 정부, 재정 긴축, 민간 주도(기업 주도), 시장주의, 규제완화를 핵심적인 국정운영 기조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자유, 공정, 혁신, 연대를 내용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 경제운용 비전의 본질은 공공부문을 구조조정·민영화하고, 에너지, 의료, 교통, 사회서비스 등의 공공서비스를 사기업에 넘기는 데 있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민영화와 관련하여 우려하는 것은 민영화 자체가 아니라 국가나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민간이라고 표현되는 ‘시장’, ‘기업’에 맡기는 것이다. 민관협력사업(PPP: Public-Private Partnership)이나 민간투자사업, 민간위탁·외주화를 문제삼는 것도 단지 민영화라서가 아니라 공공서비스 제공에 책임져야 할 공적인 주체가 사라져버리고 경쟁 논리와 이윤추구에 내던져버리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혁신, 민간 주도 명목으로 공공의 역할 약화

문재인 정부가 민간위탁을 포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편 것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업무에 대한 상시·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기능·인력 등을 조정하고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상의 경영효율화 계획이나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상의 상시적 기능점검 방안과 유사하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22.7.29.)은 기능조정 추진방향으로 △민간경합 기능의 축소(당초 독점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였으나, 민간부문의 성장으로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을 축소) △지자체 수행이 바람직한 기능 축소(지자체 업무를 단순 위탁 수행하거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 해당 기능은 폐지하거나 축소) △직접 수행이 불필요한 비핵심 기능 축소(고유 목적사업 외 영역확장 또는 수익증대 등을 위해 확대된 기능은 원칙적 폐지) △정책환경 변화에 따른 수요감소 기능의 축소(포스트 코로나, 디지털 전환 등에 따른 수요감소 기능을 축소, 시장수요·정책방향 전환 등으로 기능수행 필요성이 감소되었으나, 기존 조직·인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축소 추진) △유사·중복 기능의 통폐합·조정(공공기관간 유사·중복기능을 수행하는 경우 기능 통폐합 또는 기능조정 추진)을 제시하였다. 특히, 민간경합 기능의 축소와 관련하여 ‘민간경합성 점검 체크리스트’를 통해 △재화·서비스의 경쟁성 도입 가능 여부 △시장의 재화·서비스 공급능력 및 민간 경쟁업체 여부 △공공기관의 민간 대비 경쟁력 요소 여부 등을 점검하여, 관련 사업을 민간으로 이양토록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경합성 점검 체크리스트는 2014년 박근혜 정부 시기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시장성 테스트’(market test) 제도를도입하여 민간과의 경쟁을 통해 사업 수행자를 결정토록 했던 것과 비슷하다. 2014년 당시 정부는 공공성은 있으나 민간과의 경쟁이 필요한 분야는 △사업 구조조정(기업 분할) △자회사 신설 △민간투자사업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김철·박용석·김경근, 2022). 그런데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도 시장성 테스트를 통해 민간과의 경쟁 또는 민간 참여 확대의 기반이 조성된 것을 전제로, 국민의 생명·안전·복지와 관련된 공공서비스에 대해서도 민간의 경쟁성이 확인되거나 공공기관의 경쟁력이 미흡할 경우 관련사업을 민간으로 이양(매각·분할·위탁 등)토록 하고 있다(박용석, 2022).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명목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이나 자산·지분 매각 등도 민영화의 사전포석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내놓는 공공기관 정책마다 민영화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정권 내내 공공기관 선진화, 공공기관 정상화 명목으로 사실상 민영화를 추진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판박이다. 

감세와 재정 긴축으로 서민 복지는 약화되고 살림살이는 더더욱 팍팍해져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임기 내 총 266조 원 수준에 달하는 복지 사업 확대를 약속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209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전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지난 8개월을 보면 증세계획 자체가 없고 오히려 고물가 장기화 국면에서 긴축·감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폭적인 감세와 함께 재정준칙3)을 제도화하기 위해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과 재정지출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저성과·관행적 보조사업 정비, 코로나 한시사업 정상화 등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의무지출·경직성 재량지출 사업도 상시·제도화된 구조조정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에서는 △공공기관 자체 인력 효율화 △출자회사 정리 추진 시 인센티브 부여 △공공기관 업무 상시·주기적으로 점검·재조정 등을 추진했다.

물론 재정의 효율적 운용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양극화와 불평등, 저출생·고령화, 노동시장 경쟁 격화, 일자리 창출 능력의 약화, 기후위기 등의 사안들이 재정지출의 효율화만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점이다. 또한 재정지출의 효율화 측면에서 가장 먼저 축소되는 예산이 복지 관련 사업 예산일 것이라는 점도 놓쳐선 안 된다. 실제 2023년 정부예산안에서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이 축소되었고,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삭감되었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자감세는 양립하기 어렵다(홍민기, 2022). 윤석열 정부는 세제개편안에서도 드러나듯이 전반적인 감세를 통해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재정건전성 강화 기조와 충돌하는 것이다(강병구, 2022).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여 법인세율 인하가 추진되지만, 법인세 감면이 기업 투자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 중후반대로 내려앉는 등 예상되는 경기둔화 우려에 대응하여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서민 복지를 위축시키고 살림살이를 더욱 팍팍하게 만드는 부자감세와 재정 긴축이 아니라 복지지출의 확대와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또한 향후 재정지출의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하와 같이 재정수입을 감소시키는 조세정책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국회예산정책처, 2022).

공공성 침해 우려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재추진

이태원 참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2022년 11월 18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 입법 추진 의지를 밝혔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서발법 입법 추진은 시간문제였다.4)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경제부총리인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준칙 미도입과 함께 서발법의 국회 미통과를 재임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은 바 있다. 또한 서발법 입법 추진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는 물론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도 모두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한 핵심과제로 선정되었다. 

서발법은 농·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보건의료·교육·언론·공공서비스 등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하는 영역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하여 전반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할 수 있으며, 각 영역의 권한을 기재부 장관에게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정권을 불문하고 ‘재정건전성’이라는 미명 아래 복지를 삭감하고 공공부문을 민간에 팔아넘기는 재정 긴축을 해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공부문 인력 감축 등 긴축과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서발법을 다시 강조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 할 수 있다.5)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은 어쩌면 노동시민사회운동이 내년에 반드시 저지해야 할 입법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1) 현재는 국정과제가 120개이다

2) “지금 한국의 대통령에게 ‘자유’는 19세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주의’가 아니라, 20세기 밀턴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다. 국가의 역할 최소화, 그리고 시장과 개인 자유의 극대화. 대통령은 지금 재난 상황하에 스스로를 타자화하고 있고, 재난은 정부의 ‘자유 이데올로기’의 자장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프레시안, “추모객이 된 대통령…재난에서 분리된 尹대통령에 관한 고찰,” 2022.11.08

3) 재정준칙은 재정수지·국가채무와 같은 재정지표의 운용 목표와 달성 방안을 법제화함으로써, 재정당국의 재량적 운용을 막으려는 재정운용체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0% 이내로 관리하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0% 이내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4) 서발법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뒤 의료민영화 등의 우려로 지난 11년 동안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는데,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추경호 의원의 발의안(의안번호 2101441, 발의일: 2020.7.3.)을 포함하여 3건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5)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성명]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 민영화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의료와 공공서비스 민영화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재추진 중단하라,” 2022년 11월 24일

참고문헌

강병구(2022). “2022년법인세제개편안의평가와과제.” <법인세인하, 경제위기헤쳐나갈주춧돌될수있을까>(2022.11.7.) 토론회발제문.국회예산정책처(2022). 『2022년 세법개정안 분석』.

김철(2022a).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 진단과 전망.” 사회공공연구원 이슈페이퍼, 22-08.

(2022b). “은밀하게 추진되는 윤석열 정부 민영화 정책 분석과 비판.” 2022년 제3차 공공상생연대포럼(2022.10.14.) 자료집.

김철·김경근·김상철·송명관·양난주·이승철(2022). 『사회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전환 과제』. 사회공공연구원.

김철·박용석·김경근(2022). 『공공기관운영법 15년, 공공기관 대전환 방향과 과제』. 사회공공연구원.

박용석(2022). “잘못된 진단을 전제로 국가 중요 자산을 훼손하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민주노동연구원 이슈페이퍼 2022-12.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2022).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2022.5).

홍민기(2022). “불평등의 현황과 대책.” <경제불평등 심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2022년 추계 심포지엄(2022.10.28.). 서울사회경제연구소·한국경제발전학회·산업연구원 공동개최.

Osborne, David & Ted Gaebler(1992). Reinventing Government: How the Entrepreneurial Spirit is Transforming the Public Sector. Addison-Wesley Publ. Co. (데이빗 오스본 외(1994). 편집부 옮김. 『정부혁신의 길』.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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