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2-01   9979

[기획2] 폐지 줍는 노인, 우리 사회 노인빈곤의 민낯1)

배재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손꼽힌다. 그만큼 불안정한 노후가 일상화된 나라로 볼 수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노인빈곤율의 수치가 일부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상대적 빈곤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상당 기간 노인빈곤율이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되면서 노인들은 스스로 탈빈곤의 방안을 모색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인들의 경제활동은 제한적임에 따라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범주에 대다수의 폐지를 주워 파는 노인들(이하 ‘폐지 줍는 노인’)이 포함된다. 폐지 줍는 노인은 거리나 도로에 버려진 쓰레기 가운데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들을 수거해 팔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폐지뿐만 아니라 빈병, 플라스틱, 헌옷가지나 신발, 고철 등 돈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 줍고 있다. 이렇게 모인 재활용품들은 폐지 줍는 노인의 손수레나 리어카에 실려 고물상으로 옮겨지고 그 무게에 따라 현금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지 줍는 노인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이유는 폐지 줍는 일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저임금 노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폐지 줍는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노인빈곤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노인빈곤의 대표적 사례로서 폐지 줍는 노인에 주목하여 이들의 현황과 실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폐지 줍는 노인은 전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 : 적극적으로 폐지를 줍는 노인은 전국에 약 1만 5천명

2014년 자원재활용연대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의 수를 175만 명으로 추정하였다. 그러나 이 수치는 차상위계층의 대부분이 폐지를 주울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추정할 방법은 없을까? 이 같은 문제의식에 토대로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추정해 보았다. 노인실태조사는 노인복지법 제 5조에 근거해 3년마다 실시하는 법정조사다. 이 조사에서는 약 1만 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 생활의 현황, 특성, 욕구를 파악하여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가장 최근에 실시된 2017년과 2020년 노인실태조사의 경제활동 부문 중 “귀하께서 현재 하시는 일의 내용은 무엇입니까?”의 질문에 “폐휴지 수거”라고 응답한 사례를 폐지 줍는 노인으로 분류하여 전국 폐지 줍는 노인의 수를 추정해 보았다. 그 결과는 <표 2-1>과 같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폐지 줍는 노인의 수를 추정한 결과, 약 6만 6천 명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2020년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폐지 줍는 노인의 수를 추정한 결과, 약 3만 1천 명으로 확인되었다. 노인실태조사를 이용한 결과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은 모집단 대비 폐지 줍는 노인의 비율이 낮아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인실태조사의 모집단은 1만 명이지만 폐지 줍는 노인의 비율은 2017년 0.9%, 2020년 0.3%에 지나지 않아 일반화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대표성의 문제와 일반화의 이슈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좀 더 대표성 있는 자료를 확보하여 분석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별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다만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동일 자료를 보유하고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였다. 실제로 전국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약 180개 지방자치단체만이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고 자료의 상세 내용에도 차이가 있었다. 본고에서는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추정을 실시하고자 예측모형을 이용하였다. 그 결과는 <표2-2>와 같다.

지방자치단체 자료를 이용하여 예측모형을 적용한 결과 전국 폐지 줍는 노인의 수는 최소 14,800명에서 최대 15,181명으로 약 1만 5천 명으로 확인되었다. 단 지방자치단체 자료를 이용하여 추정한 폐지 줍는 노인의 수는 폐지를 줍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인을 전제한 것으로 이들은 주 평균 20.7시간(최대 48시간, 최소 8시간) 폐지를 줍고 있는 이들이다. 다시 말해 65세 이상 폐지 줍는 노인이 1인 평균 20시간을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노동 강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정리하면 폐지 줍는 노인의 수에 대한 2014년 자원재활용연대의 175만 명은 근거가 불충분한 추정이며, 2017년과 2020년의 노인실태조사 자료로 추정한 방식 역시 대표성 오류에 자유로울 수 없기에 약 6만 6천 명과 약 3만 1천 명의 추정치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조사한 폐지 줍는 노인의 현황에 예측모형을 적용하며 추정한 결과가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추정치로 판단되며 이를 통해 약 1만 5천 명의 폐지 줍는 노인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예측모형의 방법으로 추정한 결과에서도 이들이 폐지를 줍는 목적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기에 이 적극성이 곧 생계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실질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빈곤노인에게 폐지 줍는 일은 ‘자발적 강제 노동’이자 ‘생존을 위해 노년을 갈아넣는 일’

폐지를 줍는 노인 대부분은 경제적인 이유로 폐지 줍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은 자기 병환으로 인한 의료비 과다 지출, 사업 실패나 사기로 인한 파산 등 노후 준비가 안 된 빈곤한 노인들이었다. 이외에도 가계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배우자 간병, 자식이나 손자녀 돌봄처럼 부양의 책임을 떠맡은 경우도 많았다. 즉 예측하지 못한 사고나 노후 준비 미흡으로 인해 폐지 줍는 일을 하게 되었거나 간병이나 양육 등 가족의 문제로 부양의 책임을 떠안게 되면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폐지 줍는 일이 생계를 위한 유일한 경제활동이라 주장하며 중요한 수입원으로 언급하였다. 다시 말해 폐지 줍는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노인들로 이 일이 경제적으로 적지 않게 도움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폐지 줍는 일로 벌어들이는 소득의 절대 금액은 적지만 이마저 중요한 수입원으로 의미가 있었다. 폐지 줍는 노인이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결국 절대빈곤이 원인이었으며 각자의 사정과 나름의 이유에서 가난한 삶을 살고 있었다.

“아이고 힘들었죠. 아들이 집 나가고 며느리도 도망 가버리고. 손자는 나한테 맡겨 놓고. 그렇게 (폐지 줍는 일)시작한 게 몇 해인지….”

서OO(1946년생, 남성)

“남들은 적은 돈이라 해도 나한테는 커. 이거 안 하면 밥은 어떻게 먹고 방 값은 또 어찌내나….”

조OO(1953년생, 남성)

생계를 이유로 폐지 줍는 일을 하는 노인들은 당장이라도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나 폐지 줍는 일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으로 설명하였다. 이들은 폐지 줍는 일을 “당장 그만두고 싶은 일”로 표현할 만큼 이 일이 고됨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였다. 그만큼 이들에게 폐지 줍는 일은 육체적으로 버거운 일이었으며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로 의미가 부여되었다. 따라서 빈곤노인의 폐지 줍는 일은 자발적이지만 강제된 노동(자발적 강제 노동)이라는 점에서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그만두고 싶어요. 오늘이라도 그만두고 싶지요.  너무 힘들고 서글프고…. 근데 그만 둘 수 있나. 안하고 싶어요.”

이OO(1945년생, 여성)

“아파도 해야지. 겨울에 일하다 동상인 줄도 모르고. 그러다 손가락을 잘랐지. 그래도 별 수 없지. 밥 먹고 살라면 해야지요. 다른 게 없잖아. [중략] 몸은 다 아파요. 안 아픈 데가 없고. 천식 끼가 있어서 그르렁 거려도 하고 무릎이 안 좋아져도 다니고 그런 거지.”

박OO(1944년생, 여성)

폐지 줍는 노인은 폐지 등 재활용품을 줍는 일을 하면서 건강이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고강도의 폐지 줍는 일을 통해 건강이 악화되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는 노화로 인한 건강의 문제뿐만 아니라 폐지 줍는 일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부상과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빈곤노인에게 폐지 줍는 일은 고정 소득이나 수입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빈곤노인에게 있어 폐지 줍는 일은 자신의 건강과 무관한 일로 “죽지 않는 한 해야 하는 일”로 자기 정의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폐지 줍는 노인은 자신의 키에 몇 배는 더 큰, 자기 몸무게에 몇 배는 더 무거운 쓰레기를 모아 싣고 나른다. 이들에게 폐지 줍는 일은 ‘생존을 위해 노년을 갈아 넣는 일’이었다.

데이터로 본 폐지 줍는 일 : 하루 11시간 일하고 1만 원 수입(시간당 948원)

폐지 줍는 노인의 일은 어떠할까? 본고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의 일 관련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폐지를 줍고 있는 노인 10명 섭외하여 추적 관찰하였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폐지 줍는 일을 할 때 목걸이형 GPS 장치를 휴대하도록 요청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였다. 목걸이형 GPS 장치는 폐지 줍는 노인의 이동상황을 1분 단위로 추적하는 기기로 이들의 이동거리와 노동시간을 측정하는 데 활용하였다. 이렇게 생산된 폐지 줍는 노인의 일 관련 데이터는 2021년 12월 29일부터 2022년 2월 26일까지 총 18일간 수집하였고, 10명의 폐지 줍는 노인을 대상으로 각 6일간의 활동 상황을 추적하였다.

위와 같이 실험연구를 진행한 결과 <표 2-3>과 같은 결과가 도출하였다. 10명의 폐지 줍는 노인의 6일간 일한 결과를 분석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적극적으로 폐지를 줍는 노인의 경우 하루 평균 12.3km를 이동하였고, 하루 평균 11시간을 일하였다. 이를 이들의 수입 현황과 연동시켜 환산하면 시간당 수입은 948원이었으며 하루 평균 10,428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법정 최저임금(시급)이 9,160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은 1/10 수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8시간 이상 초과 근무까지 고려하면 산정한다면 더 큰 격차가 발생한다. 즉 폐지 줍는 노인은 하루 11시간 일하고도 1만 원을 버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함의 및 시사점 : 빈곤노인이 폐지를 주울 수밖에 없는 사회, 공적영역에서 해결해야

폐지 줍는 노인은 우리 사회 노인빈곤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민낯이다. 따라서 노인빈곤율이 완화될수록 적극적으로 폐지를 줍는 노인의 수도 감소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물론 노인빈곤율과 폐지 줍는 노인의 상관관계가 검증되지 않아 확신할 수 없으나 폐지 줍는 노인의 상당수가 가난을 이유로 일하는 빈곤노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폐지 줍는 노인의 수는 노인빈곤이라는 화두와 연동되고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이슈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 폐지 줍는 노인의 수는 노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느냐의 또 다른 지표로서 빈곤노인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결코 이들의 삶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상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우리 사회 여론은 분명하다. 이는 빈곤노인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에 대한 이견 또한 크지 않다. 실제로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있을 때마다 이들을 위한 제도 및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이슈들은 철저히 방치되었다. 정부에서는 이들을 지원할 명확한 근거의 부재를 이유로,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를 핑계로 빈곤노인이 폐지를 줍게 되는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일각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의 문제는 연금제도의 적용 세대가 노인세대로 유입되면 ‘자연소멸’ 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폐지 줍는 노인과 같은 빈곤노인 문제의 본질은 늘 정책의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이에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한 섬세한 움직임이 요구된다.

더 이상 폐지 줍는 노인의 자연소멸을 기대하며 현 노인세대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새로운 노인세대의 폐지 줍는 노인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다뤄져야 할 이슈임에 분명하다. 이제 노인빈곤의 완화와 노후소득 보장의 차원에서 폐지 줍는 노인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의 활성화, 제도 및 정책의 마련의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더 이상 이들의 상황을 개인의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폐지 줍는 노인에게 있어 연민보다 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1) 본고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2022년 수시연구‘ 폐지수집 노인의 현황과 실태’를 부분 발췌하여 재편집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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