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3-01   12390

[동향1]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과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제안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론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환기된 것은 2001년 1월 22일에 경기도 시흥시의 오이도역에서 있었던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가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장애인 이동권에 근본적이고 충분한 변화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작년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다시 서울 지하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에 지하철 승객들의 피해의식도 만만치 않은 것 같고, 전장연 대표와 서울시장이 만났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하였다. 그렇다면 전장연의 이러한 이동권 보장 요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장애인의 이동권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제3조에 의하면, 이동권은 교통약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독일 헌법 제11조는 이동에 대한 독립된 조항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독일의 모든 국민이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더불어 이동권이 제약되는 경우에 오직 법률에 의하거나 법률에 근거하여 제한되는 요건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캐나다 헌법은 제6조를 이동권에 대한 독립적 조항으로 규정하였는데, 이를 통해 모든 국민들이 어느 지역으로든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 러시아, 스위스, 스웨덴, 스페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많은 국가의 헌법에서 이동의 권리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박준환, 2017). 서구에서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교통권으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는데, 교통권의 내용으로는 이용자의 이동권뿐 아니라 교통수단의 자유로운 선택, 재화의 수송방식의 자유로운 선택, 그리고 교통수단과 그 이용 방법에 대해 이용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권리 등 네 가지의 내용을 포함하여 논의하고 있다(박창석, 2021).

장애인에게 이동권의 확보는 신체적 불편을 일부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삶을 영위하는 사회적 일부로서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적인 요소이다. 나아가서 이동권은 장애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박창석, 2021).

장애인 이동편의의 운영 현황 

‘2021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이하, 이동편의 실태조사)(국토교통부, 2022)에 의하면, 2021년 기준으로 전국의 교통약자 인구는 15,509 천 명으로 총인구 대비 약 30.0%의 비율이었다. 교통약자의 유형별로 살펴보면, 총인구에 대비하여 고령자 17.1%, 어린이 6.2%, 장애인 5.1%, 영유아 동반자 3.8%, 임산부 0.5% 순으로, 교통약자 중 장애인이 17.1%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국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30.6%(10,828대)로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변경(안)(2017~2021)에서의 보급 목표율 42.0%와 비교하여 달성률은 72.9% 수준이었다(<표 1-1>). 그나마 30.6%라는 도입률은 시내버스에 해당하는 것이고, 농어촌버스는 1.4%, 마을버스는 3.9%의 도입률을 나타내고 있어, 만일 농어촌버스와 마을버스까지 포함시킨다면, 전국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25.8%에 불과하다. 

이것은 정류장에서 장애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면, 지나가는 버스 세 대에는 탈 수 없고, 매 네번째 버스에 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만약에 비장애인들이 이렇게 세 대의 버스를 그냥 지나쳐야 한다면, 그것을 참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장애인은 왜 참아야 하는가? 

이에 2021년 12월 31일에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개정안에는 시내버스·마을버스 등의 교체 시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저상버스 도입과 관련해 빈틈이 보이는 것은, 동 법 제14조(노선버스의 이용 보장 등) 제7항에 의하면, “도로의 구조·시설 등이 저상버스의 운행에 적합하지 아니하여 해당 노선의 노선버스 운송사업자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관 교통행정기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저상버스 도입 의무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또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기준에 시외버스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2021년 기준으로 전국의 특별교통수단 운행 대수는 4,074대로 법정 기준 대수 4,738대 대비 86.0%의 보급률로 나타나,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변경(안)(2017~2021)의 목표치(84%)에 도달하였다(<표 1-2>). 그런데 법정 기준 대수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 5조(특별교통수단의 운행 대수) 제1항에서 보행상의 장애인으로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대”로 산정하고 있으나, 왜 150명당 1대인지 실증적 근거는 없다.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특별교통수단 이외에 임차 택시, 바우처 택시 등의 대체 수단을 8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총 24,557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바우처 택시가 23,718대로 가장 비중이 컸다. 그러나 전동휠체어 이용자는 바우처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수동휠체어 이용자도 바우처 택시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그 대수가 부족해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 그런 장애인에게 있어 약속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동편의 실태조사에서는 도시철도와 광역철도를 구분하여 조사하지 않아 도시철도만의 전국 상황을 알 수는 없으나, 도시철도의 경우에 일부 지하철역은 외부에서 대합실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교통약자 개찰구가 한 방향으로만 이용 가능한 역사도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차량 사이에 간격이 넓어 휠체어 바퀴가 끼일 수 있어 매우 위험한 역사가 적지 않다. 

결론 

이에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 혹은 해결점을 제시한다면, 첫째, 교통수단 및 여객시설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개정을 하여 모든 여객시설과 교통수단에 대해 장애인의 이용을 보장해야 하고, 추가로 도입되는 모든 교통수단에 대해서도 장애인의 접근과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보급률을 100%로 올려야 하고, 고속버스와 같은 광역버스, 관광버스와 같은 전세버스 등 모든 버스에 대한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특별 교통수단 차량을 증차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해외처럼 휠체어 사용자도 이용이 가능한 일반 택시를 도입해야 한다. 넷째, 국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교통 관련 정책에서 장애인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법적 근거를 명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동권은 인권의 일부이고, 인권은 인간으로서 응당 누려야 할 권리이며, 그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인간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슈는 누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조건(비장애인의 시각에서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고 있냐는 것이며, 불편한 진실은 장애인은 인간 이하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복지의 차원에서 소위 ‘사회적 약자’, 이동권과 관련해서는 ‘교통약자’에게 이러저러한 이동편의를 제공하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됨의 기준에 장애인을 포함시킨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교통 수단과 시설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비장애인 위주로 교통 시스템이 구축되어 왔고,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이득을 보았던 것은 비장애인이며 손해를 보았던 것은 장애인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평등과 부정의를 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비장애인도 이런 관점에서 좀 더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이동의 문제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법률 제18784호 (2022. 1. 18. 일부개정).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국토교통부령 제1190호 (2023. 1. 19. 일부개정). 

국토교통부 (2022). 2021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 최종보고서. 세종: 국토교통부.

박준환 (2017). 헌법적 기본권으로서 이동권의 의미와 과제. 이슈와 논점, 1371, 1-4. 

박창석 (2021). 기본권으로서의 장애인의 이동권. 법학논총, 38(4), 77-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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