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자원활동 2021-03-18   1886

[후기] 공공병원 종이모형 만들기 참여 자원활동가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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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종이모형 만들기 자원활동에 참여해주신 시민분들 <출쳐=참여연대>

많은 시민분들이 ‘공공병원 종이모형 만들기’ 자원활동에 함께 해 주셨어요

시민들과 함께 3월 18일 故 정유엽 학생 1주기 추모행사에 사용할 공공병원 종이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전국에 좋은 공공병원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의료공백이 사라지고 ‘제2의 정유엽’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해 주셨는데요. 그 중 두 분이 소감문을 보내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공유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자원활동에 참여해 주신 모든 시민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자원활동가 이수연 님 소감문

3월 10일 참여연대에서 ‘종이 모형 만들기’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위한 종이 모형인지, 어떤 모형인지도 가늠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기 위한 설명을 들었고 그냥 종이 모형을 만들기 위해 온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년 코로나 사태가 급격하게 심해지고 뉴스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흔하게 보도 되고 있을 당시 몇 번쯤 들어 보았던 17살 학생의 사망 소식. 봉사활동 전에는 그 17살 학생의 이름이 ‘정유엽’인지도, 정유엽 군의 사망 원인이 폐렴인지도 몰랐습니다. 또한, 그 어떠한 병원도 정유엽 군을 치료 해주지 않고 방치 한 채 사건을 덮으려고만 했다는 사실에 더 잘 대처하지 못한 누군가에 대한 원망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난 후 우리 나라에 공공병원이 더욱 세워져야 하고 정유엽 군과 같은 일이 반복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공 병원 전개도를 오리고 붙이며 이름을 짓는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더욱 더해지고 합쳐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제가 공공 병원 모형을 만들고 이름을 붙인 것 처럼 누군가의 어느 공공 병원들이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작은 도움이 정유엽 군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해놨던 여느 봉사활동보다도 의미 있었고, 뜻깊었습니다. 이번 활동을 계기로 ‘참여연대’를 알게 되었고, 참여연대의 큰 노력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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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공공병원이 생겨서 제2의 정유엽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출쳐=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윤창우 님 소감문

솔직히, 공공의료니 의료 공백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니, 많이 알아도 조심스럽다. 내가 뭘 얼마나 자세히 안다고 그 무거운 단어들에 의견을 실을까. 다만 나는 조금 더 개인적인 부분, 내가 감히 입에 올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우리 외할머니는 얼마 전에 아들을 잃으셨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에, 생전 처음 보는 엄마의 눈물에, 어수선한 응급실에 혼이 쏙 빠져있던 중 할머니께서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네 삼촌 어릴적에 너무 울어서 이제 눈물이 메말랐나보다, 울지 않는 할머니가 이상하지는 않니”

매일 집에서 매질 당하는 아들, 밖으로 나다니는 아들 때문에 할머니는 참 많이도 우셨다고 한다. 그 담담하고 쪼글쪼글한 할머니 눈에서 나는 자식 잃은 부모의 공허함을 보았다.

삼촌은 암으로 돌아가셨다. 하물여 억울한 일로 건강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 정유엽 군을 죽음으로 방치해둔 세상을 저주하고 또 미워할 법도 한데, 그 부모는 훨씬 더 용감하고 슬픈 선택을 하셨다. 자기 아들 같은 피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너를 앗아간 세상을 바꾸겠다는 마음. 그 휘몰아치는 마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공감과 이해 뿐이라는 사실이 죄송해질만큼.

그래서 나는 그냥, 최선을 다해 종이를 접었다. 내가 접은 조잡한 종이 병원 모형 하나로 그 마음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세상이란 건 결국 그런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모여 큰 변화를 일구어 내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기에.

앞서 말했지만, 나는 이 분야에 대단한 지식이 있는게 아니라서 섣불리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두렵다. 다만 그냥 내 자리에서 내가 느끼는 공감을 최선을 다해 표현하는 것, 그런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정의라고 생각한다.

Q. 이국종 교수님, 정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자기 할 일을 하는 거죠.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명문구단으로 만든 빌 벨리칙 감독의 말이예요. 남들이 뭐라하든 휘둘리지 말고 그저 너의 할 일을 하면 된다는 거죠. (중략) 구조대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오더가 내려오더라도 사람을 구해야 하고, 의사는 어떻게든 생명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누구의 의중이라든가 누구의 업무 지시 방향이 이럴 것이다 하고 지레 생각해서 윗사람이나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내 일의 교과서적인 의미를 잊는다면 그때 정의는 무너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예능 <대화의 희열> 이국종 교수 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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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작은 활동 하나하나가 모여 큰 변화를 일구어내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습니다 <출쳐=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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