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기타(jw) 2020-10-12   1614

[공동성명] 제 18회 세계사형폐지의 날, 폭력의 악순환을 끝내고 평화와 생명의 시대로 함께 갑시다!

정의와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형제도폐지 종교 · 인권 · 시민단체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2007년 사형집행 중단 10년을 기점으로 각각의 영역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애써오던 한국사회의 대표적 종교·인권·시민단체들이 대한민국의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해 마음을 모아 공동의 행동을 펼치기 위하여 모인 연대체입니다. 연석회의는 그동안 대한민국이 진정한 인권국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연대하며 함께 노력 해 왔습니다.

 

오는 2020년 10월 10일은 세계사형폐지운동연합(World Coalition Against the Death Penalty)이 전 세계 회원 단체들과 함께하는 18번째 세계사형폐지의날(18th World Day against the Death Penalty)입니다. 매년 세계사형폐지의날을 기념하며 기자회견, 세미나,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왔으나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확산의 우려가 여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별도의 행사를 개최하지 않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였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기원하며 현재 치료 중인 모든 분들의 쾌유를 기도합니다.

 

올해 말이면 대한민국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지 23년이 되고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평가 받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법률상 사형제도가 존재하는 국가입니다. 지난 15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매 국회마다 빠짐없이 총 8번의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발의 되었지만 단 한 차례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도 현실입니다.

 

연석회의는 18회 세계사형폐지의날을 맞아 첫 번째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21대 국회에, 세 번째로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전 세계적 흐름인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을 선포할 수 있는 정부에, 그리고 국민들께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진정한 인권국가로 나아가자는 호소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합니다.

 

전 세계 142개국이 폐지한 사형제도가 대한민국에서도 완전히 사라지면 분명 폭력의 악순환이 끝나고 평화와 생명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갈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공동성명 

폭력의 악순환을 끝내고 평화와 생명의 시대로 함께 갑시다!

 

대한민국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1997년 12월 30일 이후 23년 동안 사형집행이 중단된 ‘실질적 사형폐지국가(Abolitionist in Practice Country)’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사형집행을 주장하며 강한 형벌 정책을 주장하는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사형제도 폐지로 폭력의 악순환을 끝내고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고 믿는 종교·인권·시민단체들의 부단한 노력과 함께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정치인들이 나서 사형집행을 막아내며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지켜왔습니다.

 

유엔(UN)은(이) 이미 전 세계의 사형폐지를 천명했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되는 여러 조건 중 하나가 사형제도의 폐지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아도 사형제도 폐지와 사형집행 중단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흐름입니다. 모든 범죄에서 사형을 폐지한 106개국과 우리나라처럼 실질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36개국을 더하면 유엔 회원 193개국 중에서 사형폐지국의 수는 142개국에 이릅니다.

 

우리 정부가 4년 6개월에 한 번씩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를 받거나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정기국가보고서 심의를 받을 때마다 수십 개의 유엔 회원국들이 우리 정부에 끊임없이 사형제도 폐지를 권고해왔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정부는 법률상 사형제도는 존재하지만 오랫동안 사형집행은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앞세우며 인권옹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것만 보아도 대한민국에서 사형제도가 사라질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대한민국 정부는 <유럽평의회 범죄인 인도협약>에 가입하면서 국내에 송환되는 범죄인에 대하여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맺었고 국회는 이를 비준하였습니다. 이 협정에 따라 유럽에서 송환된 범죄인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우리나라는 더 이상 사형제도를 유지할 명분도 사라진 셈입니다.

 

우리 국회에는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이번 20대 국회까지 매 국회마다, 총 여덟 건의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발의되었습니다. 심지어 17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는 재적 국회의원의 과반을 훨씬 넘는 170여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공동발의를 했음에도 단 한 차례도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의 여야 300명 의원들께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사형제도를 법률적으로 완전히 폐지 해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정부는 사형집행 중단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사형제도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유엔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에 서명하여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대선 TV 토론에서 공식적으로 밝히셨던 것처럼 사형제도 폐지를 국가의 정책 방향으로 확인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인권을 책임지는 독립기구답게 사형제도 폐지를 정부와 국회에 다시 한 번 강력하게 권고하고 사형제도폐지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를 시민사회와 함께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또, 현재 사형제도에 대한 세 번째 헌법소원 심리가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기다립니다. 재직 중인 9명의 헌법재판관들 대부분이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도 폐지의 입장을 밝혔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를 폐지하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입법 · 사법 · 행정부와 시민사회가 한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게 되는 교두보를 헌법재판소가 놓게 되는 커다란 의미의 일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호소합니다.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단호하고 합당한 벌이 내려져야 함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사형제도 폐지를 염원하는 것은 그 참혹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국가가 대신 복수를 하듯 생명을 빼앗는 방식으로 똑같이 행해져서는 안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어디에선가는 끊어내야 합니다. 참혹한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범죄 발생을 자체를 줄여나가는 것이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회안전망 구축에 도움이 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또한 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이들이 다시 우리 사회의 당연한 구성원으로 돌아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적,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합니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와 시민사회를 비롯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는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크고 무거운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종교, 인권, 시민단체들은 국회와 정부 그리고 헌법재판소를 향해 간곡한 호소를 보냅니다. 대한민국이 완전한 사형폐지국가가 되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인권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진정한 인권국가 될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 주십시오. 어떠한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다는 대한민국의 수준 높은 인권의식과 생명존중의 정신을 사형제도 폐지라는 부름에 응답하는 것으로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폭력의 악순환을 끝내고 평화와 생명의 시대로 우리 함께 나아갑시다.

 

2020년 10월 10일

 

18회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기념하며

사형제도폐지 종교 · 인권 · 시민 단체 연석회의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사형제폐지불교운동본부,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더하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센터,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한국불교종단협의회불교인권위원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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