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생각 vs. 시민의 생각 ①] 촛불집회 참가했다 기소된 ‘안 감독’의 생각


편집자 주 : ‘안 감독’은 촛불집회 현장에 있다가 경찰의 마구잡이 연행 작전에 걸려 경찰서로 끌려갔다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약식기소된 후 현재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판을 받고 있는 30대 초반의 시민입니다.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비판한 참여연대의 검찰보고서에 대한 검찰의 반박을 읽은 ‘안 감독’의 생각입니다. 본인의 뜻에 따라 실명대신 별칭을 사용했습니다.

안 감독(촛불집회 참가자)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그 믿음과 상반되는 진실 앞에서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는 것 같다. 바로 검찰에 대한 이야기다.
 
2008년 5월 26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촛불집회 사건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검찰에 지시한 이후부터였을까? 검찰은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시민 누구에게나 발언의 기회가 열려있었고, 때때로 단체 활동가들이 시민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했던 촛불집회에 여전히 배후세력과 주동자가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집회라기보다는 자발적인 시민 참여의 축제가 펼쳐졌던 광장에 있었던 대한민국 시민 모두가 불법폭력집회에 참가한 폭력행위자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참여연대의 검찰 보고서에 대한 반박에서도 검찰은 그 믿음에 근거해서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입건된 피의자들은 불법폭력집회의 주도자, 폭력행위자”라고 말하고 있다. 입건된 피의자들이 단순히 집시법만 위반한 것이 아니라 “기물파손, 경찰관 폭행 등의 폭력행위를 저질러” 정말 그렇게 하기 싫은데 “부득이 책임을 묻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입건된 모든 피의자들이 불법폭력집회의 주도자, 폭력행위자라는 믿음과 상반되는 사실을 검찰도 못 본 것은 아니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강경대응 기조를 밝힌 당일(2008. 5. 26)에도 서울중앙지검은 연행자들의 가담정도가 경미하고, 주동자급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한겨레 2008. 5. 26일자 인터넷판) 하지만 ‘부득이’ 촛불집회 연행자들을 전원 불구속 입건하였다. 본 것은 본 것이고, 믿음은 믿음 그대인 것이다.  

물론 검찰의 믿음처럼 집회 현장에서 폭력행위를 한 시민이 있을 수도 있고 검찰이 이를 실정법 위반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촛불광장에 있었던 시민 모두를 법범자이자, 폭력행위자로 보는 검찰의 믿음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서 체포한 현행범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무 이유 없이 연행했겠냐고도 한다. 촛불 1주년 집회 관련 연행자에 대해서도 검찰은 전원 기소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 일본인 관광객이 경찰의 폭행과 함께 연행되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본인이 아닌, 대한민국의 시민인 시민악대는, 인테리어 공사 중에 목장갑을 낀 채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나와 보았던 시민들은 검찰의 믿음에 걸려 불법폭력집회의 주도자가 되고, 폭력행위자가 되었을 것이다.

자유발언 한번 해 본적이 없는, 싸움 한번 해 본적이 없는 소심한 시민인 나도 작년에 ‘신념의 강자’ 검찰에 의해 불법폭력집회의 주도자, 폭력행위자로 입건되었다. 검찰에 많이 서운하다. 하지만 어디 나 뿐이랴. 검찰의 믿음에 고통받고 있는 시민이.

[검찰의 생각 vs. 시민의 생각 1.] 촛불집회 참가자 수사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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