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10-02-19   2024

[논평] 국회의 격 스스로 낮춘 국방위의 아프간 재파병안 처리

 재파병 사유, 아프간 전망, PRT 실체 따지지 않고 요식적 표결


국회 본회의는 반드시 아프간 파견 동의안 부결시켜야
 



오늘(1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동의안이 통과되었다. 국방위원회는 이미 2007년에 아프간에서 철군한 이래 형성되어 왔던 국민적 합의를 깨고, 재파견에 대한 사전 공청회나 청문회도 없이 시민단체들의 방청조차 불허한 채로 아프간 재파병안에 2년 6개월짜리 백지위임장을 내주고 말았다. 


2시간 남짓 동안의 질의시간은 아프간에서 일어나는 대테러 전쟁에 대한 평가, 이미 철군한 한국군이 다시 파병되어야 하는 이유, 민간재건팀으로 홍보되는 PRT의 실체와 효과, 아프간 치안상황과 안전대책, 아프간 무장갈등의 전망과 해법을 다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국회 국방위 의원들의 대다수는 이러한 핵심적인 문제들을 질의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07년 철군한 한국군이 재파견되어야 하는 이유와 근거는 전혀 해명되지 않았다. 2007년 다산동의부대가 철군한 이후 아프간 재파병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의원도 세세히 따져 묻지 않았다. 다만 기존 동의․다산부대가 철군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불만 섞인 문제제기를 했을 뿐이다. 대다수 의원들은 기존 파병에 대한 평가나 재파병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로 막연하고 맹목적으로 군대의 파견을 정당화하는 발언에 치중했다.


정부가 매 1년 단위로 파병동의 혹은 연장동의를 구하던 전례를 깨고, 2년 6개월 파병동의를 구한 데 대한 일부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과 친박연대의 김 정 의원은 최근 20년 동안이나 국회는 아무런 문제없이 1년 단위로 연장안 동의를 해 왔고, 우리와 같은 조건에 있는 독일의 경우 1년 단위로 연장한다고 해서 사망자수가 더 높아진다는 개연성도 전혀 없다며, 정부의 2년 6개월 파병 기한 명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홍준표 의원을 비롯해 대부분의 의원들은 2년 6개월을 별다른 비판 없이 수용했다. 대다수 국방위원들의 이같은 심의 태도는 국군의 해외파병을 매우 예외적이고 신중해야 할 일로 보는 우리 헌법의 정신을 훼손하고, 나아가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사전 동의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유일하게 재파병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제사회가 아프간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지금 파병 보다는 인도적 지원을 늘려 국제사회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재파병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다국적군, 아프간 정부, 미군도 모두 PRT가 군 중심이라고 인정하는데도 한국정부만 유독 민간재건팀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파병을 찬성하는 서종표 의원도 군사 작전 개념에 따라 PRT는 민사작전의 일환이라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은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고 정부안에 대한 거수기를 자처하고 말았다.


이번 국방위원회에서는 미국이 고전을 면치 못해 온 지난 8년간의 대테러전쟁 및 동의 다산부대를 비롯한 기존의 한국군 파병에 대한 평가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심지어 삼환기업 등 이미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 그 노동자들이 이미 겪고 있는 심각한 안전상의 위협과 그 구체적인 대책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이 원론적인 수준의 교민안전대책만 언급되었다.


국방위의 아프간 재파병 의결과정은 국제정세와 국민안전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무지와 무책임,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원의 권한과 책무에 대한 전반적인 방기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방위의 논의수준과 내용 자체가 대한민국의 국격, 그리고 대한민국에서의 국민의 격을 여지없이 실추시키고 있다. 국방위에서 동의한 한국군의 아프간 재파견 방침은 국민 대다수의 합의와 전면 배치되는 것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평화와 재건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오도된 공명심과 군사주의의 발로로서 아프간에서의 무장갈등을 심화시키고 여기에 우리 국민들을 연루시킬 위험천만한 군사적 개입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국방위 표결 양상이 그대로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국회의원들이 헌법기관으로서의 임무를 최소한이나마 자각한다면 본회의 표결을 통해 아프간 재파병 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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