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10-02-25   2132

[논평]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으로 인해 발생할 모든 재난과 갈등에 대한 책임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148명의 찬성의원들에게 있다.
 


결국 국회가 국민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주고 말았다. 오늘 25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일부 퇴장해 재석 163인 가운데 찬성 148인, 반대 5인, 기권 10인으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동의안이 가결되었다. 국민의 높은 반대 여론도, 기존의 대국민 철군 약속도, 테러로 인한 국민의 안전 위협도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채, 국회는 정부의 재파병안에 대한 거수기를 자처한 것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토론을 하러 나온 한나라당 의원들의 논리와 근거는 상식 이하였다. 황진하, 김동성, 정옥임 의원은 전반적으로 국력에 걸맞은 우리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파병을 해야 한다는 맹목적 주장만 반복하였다. 과거 철군에 동의한 한나라당의 입장이 왜 바뀌게 되었는지, 8년간의 대테러전쟁에 대한 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PRT가 군 중심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허위홍보논리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심지어 PRT가 나토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식의 사실과 다른 주장,  북한 유사시 국제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아프간 파병을 해야 한다는 식의 연관 없는 궤변으로 재파병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했다. 특전사들이 아프간 파견지원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정옥임 의원이 인용하는 대목에서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태도는 정점에 이르렀다. 정부와 국회의 왜곡된 홍보와 잘못된 선택의 책임을 군인들에게 전가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반대 토론을 통해 언급한 것처럼,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한국군의 이라크, 아프간 파견으로 인해 한국 군인은 물론 현장 노동자, 민간인들이 피랍되거나 테러를 당하는 일이 수차례 발생해 왔다. 만약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가 아프간 참전으로 인해 양국에 무고한 인명 피해가 초래된 것에 대하여 단 한차례라도 제대로 된 평가를 시도했다면 오늘과 같은 토론과 표결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우리 정부가 당연한 것처럼 지원해 왔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초강대국이 왜 패배해왔고, 왜 전세계로 테러가 확산되게 되었는지,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와 재건은 왜 실패했는지 진지하게 분석하는 시간을 단 한번이라도 가졌다면, 이미 철수한 군대를 다시 그 수렁에 보내고 2년6개월이나 정부에 맡겨두겠다는 위험한 결정에 이토록 많은 다수가 차마 찬성표를 던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부는 아프간 철군에 대한 국민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했고, 2년 6개월이라는 유례없는 장기간의 파병 기한을 요구함으로써 국회 헌법적 권한을 함부로 훼손했지만, 한나라당을 필두로 하는 국회의원 대다수는 이를 방조하고 오히려 앞장서서 이를 조장해왔다. 148표라는 찬성표는 이 나라 국민과 국회의 추락한 품격을 보여주는 변치 않는 증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그 오명을 반드시 기억할 것이며, 이후 아프가니스탄인과 우리 국민에게 다가올 재난, 그리고 이 몸쓸 전쟁으로 인해 발생할 모든 역사적 범죄들에 대해 정부 관련자와 해당 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논평 원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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