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01-10   316

[편집인의 글] 2016년 1월호

편집인의 글

 

이미진ㅣ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늘 하루를 뿌옇게 뒤덮고 있는 스모그만큼이나 2015년 한 해 역시 국내외적으로 암울한 뉴스가 많았던 한 해였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일단 머리 속에 바로 떠오르는 사건들을 나열해 보니 메르스 사태, IS의 파리테러, 물대포에 맞아쓰러진 백민기 농민사건 등이 생각났다. 그리고 연이어 드는 생각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마치 실오라기 같은 헛된 믿음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글쓴이가 10, 20대 때에 생각했던 21세기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복지국가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나라, 유럽국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나라, 적어도 이렇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지금 2015년, 역사의 시계가 뒤로 돌아가고 그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문제가 속속들이 생겨나면서 이전보다도 못한 세상이 아닐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청년실업. 정말 글쓴이 같은 40대에게 이 단어는 생소하고 잘 어울리지 않은 단어의 조합이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1990년 중반까지 고도의 경제성장을 누려왔던 한국사회에서 실업이 사회문제로 인식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실업은 주로 구조조정의 대상자인 중고령층에게나 어울리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실업에 대한 관심 부족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이번 복지동향 1월호 원고를 읽었다.

 

와, 오랜만에 정말 가슴이 뛰었다! 정말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실현가능한 멋진 제안들로 넘쳐났다. 청년의 사회적 배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수당정책,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여 고용보험 급여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구직촉진수당(실업부조), 청년고용창출을 위한 사회적 비용분담을 위한 사회연대적 관점에서 제시된 청년실업대책(김성희 소장의 글) 등. 열거하면 끝이 없다. 물론 이들 정책의 타당성,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좋다. 그러면 이에 대해서 열린, 열띤 토의를 한 번 해 보자. 청년실업이 이렇게 심각한데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나. 해외취업지원과 같이 성과가 낮은 사업은 예산이 증액되고 있는데, 선진국에서 경험적으로 실효성이 있다고 알려진 사업을 지자체에서 선제적으로 주도하는 것을 막는 저의는 무엇일까?

 

원고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저려오고 기성세대로서 정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묻지 마 취업. 교육현장에서도 대학을 취업률로 평가하다 보니, 글쓴 이 역시 제자들에게 취업의 질보다는 무조건 취업을 하는 것이 낫다고 은근히 조언하지는 않았는지, 기득권 체제 유지에 수동적이지만 협조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해 보았다. 한편으로는 분노가 치밀었다.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청년이 누려야 할 권리가 왜 보장되지 못하는지, 실업급여를 받기 더 어려워지는 고용보험법 개악이 노동개혁으로 둔갑되어 지상파, 종편, 언론매체에서 뉴스로 전파되고 있는 현실에. 그리고 고용경직성이 일자리창출의 장벽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도.

 

그러나 한탄과 분노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고 연대해야 한다.
행동과 연대의 근거는 바로 이 문제가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좋은 직업의 조건이 고임금, 직업의 안정성, 사회적 대우임을 모두 알면서 다른 이들에게, 특히 청년들에게 저임금,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노동조건, 열악한 사회적 처우를 강요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삶의 조건을 뒷걸음질시켜, 후진적인 국가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어떤 역사적인 길을 갈 것인지, 이제 우리의 선택, 행동, 연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016년 새해, 새로운 역사의 길을 함께 손잡고 내딛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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