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_종합평가
윤홍식 l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전제적으로 평가하면 박근혜 정부의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하는 안정적 고용, 노동시간 단축, 일과 가족생활 양립, 노후보장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핵심적 대안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제3차 기본계획의 일자리정책을 전제적으로 평가하면 국가재정의 지출 수준을 최소화 하는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막대한 재정투자가 이루어져야 일자리 정책의 효과가 나타났는데, 돈을 안들이고 청년 일자리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제3차 기본계획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으로 2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은 학자들에 의해 현실적이지 않은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1970년대 이후 선진산업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는 시장이 아닌 국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의 사례를 보면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지난 30년 동안 신규일자리의 90%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만들어진 일자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청년 일자리문제와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국가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한다.
2015년 OECD가 발간한 통계자료집을 보면 전체 취업자 중 한국의 공공부문 취업비중은 7.6%로 비교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평균이 21.3%이고, 저출산 현상을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받는 덴마크는 34.9%, 노르웨이는 34.6%, 스웨덴은 28.1%이며 시장친화적인 국가로 알고 있는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도 각각 23.5%, 24.7%, 20.4% 수준이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청년 실업이 극심한 이유는 바로 공공부문에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용 가능한 OECD 최신자료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GDP 사회지출은 한국이 0.29%(2012)인데 반해 OECD 평균은 0.6%이고, 덴마크는 1.82%(2013)가 넘고, 스웨덴, 핀란드는 대략 1.35%, 1.01% 수준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과감한 재원투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마련해야
제3차 기본계획은 장시간 노동이 저출산 현상을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3차 기본계획에서는 장시간 노동시간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인 대안을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는 모순적인 계획이라는 점이다. 또한 일과 가족생활 양립과 관련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인식하고 있으나 이 역시 적절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첫째, 보육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이미 지난 수 십 년간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확대하는 것이고, 이는 국공립보육시설을 확대해야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국공립보육시설을 확대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결여하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보육예산 5조 원 중 단지 1%(350억 원)만을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에 투자했다. 이러한 규모로는 제3차 기본계획이 시행된다고 해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늘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공형은 부모들이 원하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아니라는 것이 이미 확인되었음에도 소위 공공보육시설을 국공립보육시설로 간주하는 것은 국민들의 정서와 괴리된 정부의 자가당착적 판단이다.
둘째, 육아휴직의 대상을 보편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육아휴직의 대상이 고용보험 가입자로 제한되어 있고, 고용보험 가입자는 주로 정규직 노동자이다. 문제는 2013년 기준으로 여성취업자의 57.5%가 비정규직으로 대부분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고, 이로 인해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남성 비정규직도 마찬가지이다. 즉, 육아휴직을 활성화한다고 해도 그 대상은 정규직 노동자에게 한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제3차 기본계획은 비정규직, 더 나아가 영세자영업에 종사하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특정 계층의 일과 가족생활 양립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노동시장의 지위와 관계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일과 가족생활 양립조건을 개선해한다.
셋째, 남성의 돌봄과 가사분담이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는 중요한 대안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제3차 기본계획에서는 적절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OECD 최고수준의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지 않고 추진되는 남성의 양육과 가사분담은 실효성이 전혀 없는 탁상공론식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육아휴직의 아빠의 달도 기간이 짧기 때문에 남성이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OECD 국가의 평균 이상의 수준이지만, 문제는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적절한 소득보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통상임금의 40%, 최저 50만 원에서 최고 100만 원, 남성이 휴직할 경우 최저 5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남성이 주 생계부양자인 상황에서 150만 원의 임금대체는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이용하기에 매력적인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일 중심의 조직문화 때문인데, 제3차 기본계획은 일 중심의 조직문화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을 외면하고 있다.
주거문제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대를 통해
신혼부부 주거 지원 강화는 전세임대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전세임대지원은 현재의 전세난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공공주택의 신규건설을 줄이고, 기존 민간주택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주택정책을 변경했는데, 이는 신혼부부 주거 지원 강화라는 정책기조에 반하는 것으로 즉각 수정될 필요가 있다. 공공주택 확대를 위한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6만호 건설로는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 증세는 불가피
정부가 제2차 저출산 기본계획에 따라 집행한 예산규모가 29.6조 원에 이른다고 적시하고 있는데 이는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 1,485조 원의 2.0%수준이다. 그러나 2차 기본계획을 보면 연간 3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쓰이는지 알 수 없다. 제2차 기본계획에서 정부가 적시한 대표정책들을 보면 고령사회분야에서 주요 정책으로 임금피크제 활성화, 노후설계프로그램 개발 및 표준화 등을 제시하고, 저출산 영역에서 정부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난임 부부지원, 보육비지원 등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책들은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 아니다. 만약 제대로 쓰였다면 그 구체적인 예산지출 항목을 공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제3차 기본계획에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적시한 2015년 32.6조 원과 2020년 44.9조 원의 내용을 보면 해당 예산들이 실제로 저출산 대응과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제3차 기본계획은 국가재정의 지출 수준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열거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저출산과 관련된 정책은 막대한 재정투자가 이루어져야 그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돈을 안들이고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에 대해 대응하겠다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프랑스와 스웨덴 정도의 출산율을 원한다면 기본 전제는 적어도 스웨덴과 프랑스만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지출을 수반해야 한다. 적게 지출하고 프랑스와 스웨덴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2020년 출산율을 현재 독일 수준으로 높이겠다면 그 기간 동안 최소한 반드시 동일한 규모는 아닐지라도 독일만큼의 지출이 필요하다.
2012년 현재 GDP 대비 가족에 대한 한국의 지출은 1.2%에 불과한 반면 OECD 평균은 2.2%이고, 프랑스 2.9%(2011), 스웨덴 3.6%(2011)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출산 대응을 위해 재원확대가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당장 증세가 정치적으로 어렵다면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한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다시말해 재원확대 없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탁상공론이고, 증세 없는 재원확대는 불가한 것이 현실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내와야
마지막으로 제3차 기본계획의 특징은 지난 10년간의 학습의 결과인지는 몰라도 현실 진단과 관련해서는 과거에 비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적절한 현실진단을 해놓고도 정책대응은 엉뚱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엉뚱한 진단에 엉뚱한 대책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가지만 적절한 현실진단하에 엉뚱한 대책을 내놓는다면 그야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장시간 노동이라고 적시하고 있지만 실제 대책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제3차 기본계획은 1,2차 기본계획의 미시적인 접근을 비판하고, 저출산 현상 기저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인 대안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 장시간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 일과 가족생활 양립의 대상을 보편적으로 확대하는 것, 공공주택을 확대하는 것, 노인에 대한 최저생활보장을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것 등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재원마련을 위한 조세구조 개편과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이고 근본적 대안을 제3차 기본계획에서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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