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02-10   718

[기획주제3]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_주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_주거

 

임경지 l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나왔다. 지난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에 이은 종합 대책으로 여성의 출산과 양육, 그리고 고용에 초점이 맞춰져있던 지난 두 차례의 기본계획과 달리 이번 기본계획에는 청년의 고용과 주거, 노후 소득 보장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세대 별, 분야 별 종합적인 정책이 나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화려한 외관을 보고 들어간 식당에 막상 먹을 것 하나 없는 것처럼 이번 기본계획도 찬찬히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특히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주거 문제의 경우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 그리고 관성에 젖은 기존의 정책만 반복될 뿐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는 관성적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최근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내 집 마련을 꼽는다.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주요한 계획 중에 하나이기에 가족을 구성하고 일을 하면서 정착해서 살 곳을 신중하게 결정한다. 그렇기에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을 단순하게 제시보다 한 개인의 생애 주기를 기준으로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진단과 대책이 도출되어야 한다. 즉 높은 주택 가격으로 인한 부담과 짧은 거주기간, 그리고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소해야 미래에 대한 계획과 출산을 기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으로 청년들의 만혼과 비혼을 짚어 일자리와 주거 지원에 관한 부분이 포함되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정부의 기존 정책 추진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표적으로 일자리 정책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으로, 주거 정책은 신혼부부 대상의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주요한 정책인데 사실상 이는 저출산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되어야 할 청년들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월세 60~100만 원에 달하는 임대주택이며 국토교통부 역시 중산층 주거혁신이라 이름을 붙이고 있다. 점점 청년의 빈곤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 수준인 뉴스테이는 보편적인 청년정책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아울러 계속해서 신혼부부를 주요 대상으로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협소한 방법으로는 지금의 저출산을 계획하기는 어렵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정책의 틀은 고정된 채 수만 조절하고 있는 상황은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제가 발생해서 정책 수단을 활용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존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한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청년 대상의 주거 지원은 신혼부부를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08년부터 공공임대주택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가 시작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주택은 2013년 1월, 0.96 대 1로 6년째 미달이었다. 2015년 도심 내에 위치한 행복주택의 4개 지구에 신혼부부들의 지원이 높았으나 미달난 지역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를 두고 보수 언론과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른바 미달 사태라며 신혼부부가 배가 불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책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들이 이에 대한 면밀한 평가 없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관성대로 정책을 개선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신혼부부 대상의 공공임대주택 미달 원인은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적절한 입지와 적정한 임대료의 공공임대주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4년 미달률이 가장 높았던 남양주시 별내지구의 경우 주변 교통, 교육 시설 등이 부재해 자가용이 없으면 출, 퇴근이 어렵고 양육하기에 어려운 환경이다. 또한 도심에 위치해있지만 원룸형으로 행복주택을 공급해 신혼부부의 생활환경과는 거리가 먼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 1인 가구 대상의 주거 지원은 어떠한 상황일까. 1인 가구의 안정적인 토대가 마련되어야 가족을 구성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명제에 우리 정부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청년 1인 가구 대상 공공임대주택은 행복주택 밖에 없다. 그러나 행복주택의 입주 기준은 재직 중인 청년에 한정하고 있다. 고용이 불안정한 청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각종 불안이 야기됨에 따라 사회 밖 청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장을 기준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입주를 제한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된 것은 물론 사회적 신분을 두고 정책의 접근성을 차별하고 있어 다분히 인권 침해 요소도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재직 중인 청년에 한정한 행복주택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교통부는 해명자료에서 미취업자인 1인 가구 대상의 입주를 위해 준주택(기숙사, 고시원 등)을 리모델링해서 공공임대주택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공공주택 특별법이 시행(15.12.29.)되고 있으나 2016년 준주택을 활용한 공공임대주택의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 방침, 예산은 현재 전혀 없는 상태이기에 이를 시도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경우. 실행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 안정화는 실과 바늘

 

저출산・고령사회의 적나라한 현실과 이를 통한 원인과 해결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센리 신도시, 1961년 오사카 근처로 신도시 본격화의 시초, 고도 성장기 때 인구 집중과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지만 저출산으로 인해 가구 규모와 인구가 줄어들자 거주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고령화 비율은 20%를 넘어섰다. 다른 신도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택 가격 역시 20년 전에 비해 60% 이상 하락했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부동산 거품이 일시에 꺼지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자녀를 낳아야 할 기성세대가 더 이상 출산을 할 수도, 양육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높은 주택 가격은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자 고령사회의 현상이며 점차 떨어지는 주택 가격과 이를 통해 과도한 부채 비율은 다시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가계부채 해소와 주택 가격 안정화는 동시에 달성해야 할 저출산의 과제이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가계부채를 해소하기 보다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유예시키기 위해 LTV, DTI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택 거래량을 늘리고 주택 매매 시장을 활성화했다. 주택 가격 지수 또는 주택 거래 지수는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보였을지라도 가계의 재정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 시행 1년 4개월만에 가계부채는 약 140조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전세보증금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 더욱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11일 새로 취임할 유일호 경제부총리 역시 이러한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답했고 한국사회의 저출산은 더욱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 상승을 계속해서 한다고 해서 가계부채가 해결되지는 않으며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미 집을 구입한 기성세대에게는 가계부채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청년세대에게는 안정적인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거사다리를 다시 놓는 방안이 지금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자 특단의 대책이다.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첫 번째 과제는 청년의 안정적인 토대 마련

 

그동안 통과의례로 여겨지던 청년의 주거 문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여타의 청년 문제 중에서도 주거 문제는 청년들의 삶의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해 안정적인 생애 설계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주거 문제 중에서 청년 주거 문제는 더 이상의 정부의 주택 공급 촉진과 건설 경기 부양을 골자로 하는 정책이 유효하지 않고 주택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새로운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정책 대상이다. 이에 청년들이 겪고 있는 주거불안은 정책의 공백으로 시민의 권리로서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이자 이들의 경제 및 사회 활동의 저하로 나타나고. 이는 곧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의 위기이며 바로 이것이 저출산의 이유이자 결과이다.

 

주택 시장에서 현재 청년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물론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여있다. 대학가 주변에 널리 공급된 고시원의 평택 임대료는 약 15만 5천 원으로 중, 대형 주택보다 평당 임대료가 더 비싸면서도 주택의 질이 낮다. 뿐만 아니라 원룸 관리비는 평당 약 1만 원인 반면 아파트의 경우 5천 원으로 원룸 관리비가 관리 항목이 훨씬 적음에도 2배가량 비싸다. 중대형 주택보다 월세가 많은 원룸이 훨씬 더 전월세전환율이 높아 소형주택에 사는, 보증금이 없는 주택일수록 임대료, 관리비, 전월세전환율이 높은 기형적인 구조이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율은 20대 1.2%. 30대 8.5%로 상당히 낮다.

 

고비용의 고등교육과 불안정한 노동시장, 그리고 이미 한없이 높아진 주택가격으로 인해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기반은 매우 악화되었다. 게다가 저성장에 들어서면서 주택 시장이 활발해지지 않은 지금, 청년들의 삶을 담보 잡아 빚으로 마지막으로 주택 가격을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내일에 대한 절망감과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정부가 오늘을 보지 않고 내일 무조건 더 잘 살 수 있다는 헛된 믿음만 주고 있다.

 

우리사회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정부의 근간이 되는 기본계획을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것은 시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는 행태이다. 이미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 교육, 금융, 공공개혁과 의료, 연기금 민영화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짜깁기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폐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좋은 말만 가득한 정부의 두꺼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담긴 책은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없다. 정부가 예견하는 장밋빛 미래는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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