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월세 문제점과 대안
황규현 l 부동산연구소 소장
우리나라 전월세 현황
주거복지 문제가 2012년 대선 이후, 민생·복지의 주요 의제로 등장한 것은 급격하게 높아진 주택가격 및 임대료 등으로 인한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주거복지 정책은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실현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 기조로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택 가격을 부양하려 했으나, 엉뚱하게도 전월세 가격만 폭등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 또한 민간 건설사에게 온갖 특혜를 부여해 임대사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반면, 프랑스·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 도입한 실질적인 임대료 안정 정책에 정부는 수년째 반대해왔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가구 중 자가 점유율은 2008년 56.4%, 2010년 54.3%, 2012년 53.8%, 2014년 53.6%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임차가구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 1)에 의하면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소비지출의 1/3 수준이고, 도시거주 임차가구의 소비지출액 대비 주거비 및 수도광열비 부담 2)수준이 2010년 31.0%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4년 35.8%를 기록하는 등 주거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중위소득 50% 미만의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은 39.1%에서 2014년 41.4%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서울 거주 대학생의 소득(부모 지원 금액 포함) 대비 주거비 부담률도 2013년 39.8% 3)에 달했다.
또한 서울시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2013년 12월 약 2억 9천만 원에서 2015년 12월 약 3억 7천만 원으로, 약 7,695만 원이나 상승했다<그림2-1>.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 상승분은 최상위 계층의 소득(소득 10분위의 월평균 흑자액은 320만449원, 2014년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보다 가계상황이 열악한 서민·중산층은 부득이하게 이사를 하거나, 주거 형태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 주거비를 추가로 지출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전세가격의 폭등과 전세 가구의 급격한 월세로의 전환으로 인해, 2015년 월평균 실제주거비는 전년대비 20.8% 증가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5억5129만9000원이었고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3억7009만8000원이었다. 지난해 세금, 연금, 4대 보험 등을 뺀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56만2900원으로 조사됐다. 한 푼도 쓰지 않고 12.9년을 모아야 서울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고, 한 푼도 쓰지 않고 8.7년을 모아야 서울의 아파트 전세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거비 뿐만 아니라 수도·광열비, 연료비, 가계통신비, 교육비, 의류·신발비 등을 지출할 수밖에 없으므로 서민·중산층이 평생 모아도 전세자금을 모을 수 없을 지경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거주자의 평균 RIR(소득대비 주거임대료의 비율) 은 27%, 저소득층 평균 RIR은 34%(2014년 국토부 주거실태조사)로써 세입자가 부담 가능한 수준의 국제적인 관례로 여겨지는 RIR 20%를 훨씬 웃돌고 있다. 과도한 주거비 부담으로 가계소비는 위축되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월세 대책
위와 같은 전월세 문제점을 해결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경감과 주거안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최단 임대차기간 연장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첫째, 최단 임대차기간 연장과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야 한다. 현행 최단 임대차 기간 2년은 임대차 기간이 짧고, 중·고등학교 학제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임대차 존속의 장기화 취지와 학제에 맞춰 최단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다만 임대인의 권리와 적절한 조화를 위하여 갱신청구는 1회에 한하여 인정하고,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을 연체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한편 상가건물임대차에서는 임차인에게 5년의 범위 이내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고 있어서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가 없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프랑스의 경우 자연인은 3년, 법인은 6년의 최단 존속기간이 있고 기간 종료 시 해당 기간만큼 묵시적으로 갱신되며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독일, 일본은 원칙적으로 임대차에 기한이 없고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임대차 계약 해지가 가능하여 임차의 장기간 거주권을 보장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 및 표준임대료 시행
둘째,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시행하고, 및 표준임대료를 도입해야 한다. 급격한 차임 인상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과 임대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공정임대료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하여 임대차 갱신 시 임대료를 정하되 당사자 사이에 갱신된 임대차의 임대료를 정하지 못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고시하는 표준임대료에 의하여 임대료를 정하거나, 임대료 행정관이 개입하여 행정기관 내부에서 공정한 임대료 기준을 정한 기준(공정임대료)에 의하여 임대료를 정하도록 한다. 뉴욕시의 경우 임대료 인상률은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대표로 이루어진 임대료가이드라인위원회가 부동산세, 상하수도요금, 관리 및 유지비용, 금융비용, 전체적인 주택공급 및 공실률 등 경제적 환경, 해당 지역의 생계비 등 지표를 고려하여 임대료 가이드라인을 매년 결정하며, 2014. 10. 1.부터 2015. 9. 30. 사이에 갱신되는 임대차계약에 대해서 1년 기간 갱신에는 1%, 2년 갱신의 경우 2.75%로 인상률을 상한으로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률적인 인상률 상한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 2배 범위 이내에서 주택임대차위원회가 정하는 기준으로 탄력성 있게 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위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기준을 초과 지급한 차임의 반환청구권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상가건물임대차에서는 환산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일 경우 임대인의 차임 등의 증액청구 한도를 9%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셋째, 공공임대주택을 확대 보급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4년 말 기준 총 주택 재고 중 장기임대주택 재고는 영구임대 193천호, 50년 공공임대 103천호, 국민임대 434천호, 기타(전세임대 등) 339천호 등 1,069천호로써 전체주택의 5.5%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에서는 공공임대주택비중이 영국 19.2%, 네덜란드 35%, 프랑스 17% 등으로 국가 차원에서 임대차시장을 안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최소 15% 이상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한편, 현 정부는 2013년에 11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13년~2014년 사이 재고 증가는 36,264호에 불과하며, 2013년~2014년 사이 매입임대주택은 79,510호에서 87,702호로 8,192호, 전세임대주택은 114,826호에서 115,609호로 783호 증가에 그치고 있다. 건설 기간이 수 년 소요되는 다른 유형의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매입·전세임대주택은 정책 의지에 따라 바로 공급할 수 있는데, 4만호 공급 계획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량을 보여주고 있다.
주거급여 등 주거취약계층 지원 확대
넷째, 주거 취약계층에 주거급여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주거비 부담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에 직접 지원을 통하여 주거비 부담능력을 높여 주거수준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도인 주거급여 제도를 개선하고 대상 가구를 확대하여 주거 취약계층에 보다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주거급여 대상자 선정 기준인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등이 많아 주거급여 대상자로 선정되기가 실제로는 극히 어렵다. 최저생계비 이하로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양의무자 문제는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1촌 이내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의 재산, 소득, 근로능력 등을 금융정보동의서를 받아 사회복지통합전산망으로 샅샅이 훑어서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실제 부양 여부와 관계없이 부적합 판정 사유가 된다. 심지어 어려운 분들이 모여 사는 영구임대아파트에서는 수급권을 받거나 유지하기 위해 이혼을 하는 등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에게 부양의무제는 저소득층의 가족해체를 강요하기도 한다. 당장 부양의무자 제도의 폐지가 어렵다면 노인, 임산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 등 가구별 특성을 고려하여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 재산산정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여 복지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나가며
정부가 주거복지를 강화한 주거정책 실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국민의 주거비 증가와 주거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고 주택가격과 더불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전·월세는 서민·중산층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 생활에서 가계부담 비중이 높은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최단 임대차기간,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표준임대료 등 임대료 규제 정책을 실시해야 하며 공공임대주택을 확대 보충하고 주거 취약계층에 주거급여가 실질적이고 보편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1) 전․월세 보증금 보정 슈바베 계수의 추이 분석, 경제주평 15-17 (통권 638호) 2015-4-24, 현대경제연구원
2) 전․월세 보증금 보정 슈바베계수 =(주거비및수도광열비- 월세+ 월세평가액소비지출액)/ (소비지출
액 -월세+ 월세평가액). 보증금의 월세 평가액을 반영한 연구
3) 남진, <서울시 거주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능력 분석>, 서울연구원「서울도시연구」 201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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