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득불평등1)
장지연 l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소득불평등 수준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2014년 지니계수는 시장소득 기준으로 0.341이고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0.302이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 수준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이지만, 이 수치만 보아서는 우리나라 소득불평등 수준을 직관적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 시점의 지니계수를 과거 시점의 지니계수와 비교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의 지니계수와 비교함으로써 현재 우리의 위치를 판단할 수 있다.
소득불평등도의 변화를 추세적으로 살펴보면 1990년대 초반 이후 증가하다가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 불평등도의 심화가 일단 멈춘 상태인 것을 알 수 있다<그림1-1>. 그림으로 나타내지는 않았으나, 지니계수가 아닌 다른 지표를 통해서 소득불평등도를 살펴보아도 그 추이는 비슷하다. 전국비농가를 모집단으로 조사한 가계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에 상위 10%에 해당하는 소득액은 하위 10%에 해당하는 소득액의 4.35배이며 도시2인 이상가구 자료를 근거로 한 소득액은 3.73배를 기록하였다 중위소득과 상위 10%에 해당하는 소득 간 격차를 나타내는 p90/p50은 관찰기간동안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데 비해 중위소득과 하위 10%에 해당하는 소득 간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중위소득은 1992년에 하위 10%에 해당하는 소득의 1.76배였던 것에서 2009년에는 2.26배로 증가하였다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즉 저소득계층의 소득이 과거보다 더욱 낮아짐으로써 전체적인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의 기간 동안 상위 10%와 하위 10% 소득집단 사이의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2010년 이후 이러한 양극화 추이는 멈춘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자면 우리나라는 OECD국가들 중에서는 비교적 소득불평등이 심한 편에 속한다. 지니계수로 살펴볼 때 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어 왔다는 것이 커다란 흐름이나,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 소득불평등도가 약간 감소하는 경향이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소득불평등의 추이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1992년부터 2009년까지 소득불평등의 심화를 초래한 주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둘째, 2010년부터 소득불평등이 완화되거나 적어도 더 이상 심화되지 않게 된 것은 어떤 요인 때문인가? 이 글에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제시하긴 어렵지만 이러한 질문들을 염두에 두고 소득불평등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소득원(요소)별 불평등 추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관찰할 수 있는 소득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2009년 이후부터 소득불평등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는 현상은 어떤 요소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 요소가 임금소득, 자영업소득, 그리고 자산소득 등이라면,2) 이것들의 불평등 정도는 각각 어느 정도일까? <그림1-2>는 가구의 임금소득 불평등도를 지니계수로 측정한 것이다. 전국의 모든 가구를 대표하는 측정지표는 2006년부터 사용할 수 있으므로 2인 이상 도시가구의 임금소득 불평등도를 함께 제시하였다. 여기서 임금소득이 0인 가구를 제외하고 측정한 지니계수는 순수하게 임금소득이 있는 가구들만을 대상으로 측정한 값이다. 임금소득이 0인 가구를 포함하여 계산한 지니계수는 임금소득이 있는 가구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에 따른 효과를 반영한 것이 된다. <그림1-2>에서 보이는 그래프에 따르면 임금소득이 조금이라도 있는 가구들 간에 임금소득 불평등은 1990년대에 주로 증가하였고, 2000년대에는 대체로 정체상태를 보이다가 2010년도 이후에는 감소세로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자영업소득의 불평등도는 자료의 한계로 인해 임금소득과 같은 방식으로 측정이 불가능하였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1-3>을 통해 알 수 있는 바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영업소득의 불평등도는 임금소득의 불평등도보다 높다. 둘째, 자영업소득이 있는 가구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2009년 이후 자영업소득의 불평등은 심화되거나 완화되지 않고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셋째, 자영업 비중의 축소, 즉 자영업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가 늘어나는 현상의 효과를 함께 고려하면 자영업소득의 불평등도는 최근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최근 경향성에 대한 설명은 조세와 사회보험분담금의 작동방식을 고려하면 더욱 어려워진다. <그림1-4>는 조세와 사회보험분담금을 납부한 금액을 지니계수로 변환한 것이므로 수치가 클수록 누진성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2003년까지 조세와 사회보험분담금의 누진성은 감소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은 소득의 불평등도가 증가한 시기이므로 논리적인 불일치가 없다. 조세와 사회보험분담금의 누진성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짧은 기간동안 증가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와 사회보험이 가처분소득의 불평등도를 억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008년부터는 조세와 사회보험분담금의 누진성이 약화되어 2000년대 초반 수준까지 하락하였는데, 이 기간 동안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는 오히려 감소하였다. 소득불평등도의 추이가 재분배 제도의 강화 혹은 약화와 무관하게 진행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가구의 가처분소득 불평등도는 근로소득과 긴밀하게 연동하여 변화하였고, 그 중에서도 임금소득의 변화와 연관성이 있다. 따라서 다음 단계에서는 2008년까지 근로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과 그 이후 불평등도가 감소세로 돌아선 원인이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근로소득 불평등 추이에 대한 설명
가구의 근로소득 불평등은 개인단위 근로소득 분포와 가구의 소득계층별 근로소득자 수라는 두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첫째, 가구구성의 특징이라는 경로를 거치기는 하지만 개인단위의 근로소득 불평등은 그 자체로 중요한 불평등 설명 요인이다. 노동시장에서 임금불평등이 심화되면 이는 가구의 근로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가구의 소득계층별 근로소득자의 수이다. 고소득계층에서 2인 소득자가구(dual earner household)가 많을수록 소득불평등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저소득계층에서 두 번째 소득활동자의 노동시장 참여가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은 완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적 연상선상에서 소득활동자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노인가구나 한부모가구의 비중이 증가하는 인구학적 요인의 변화는 가구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근로소득의 불평등 추이를 가계동향조사와 한국노동패널(KLIPS)이라는 두 가지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면 <그림1-5>와 같다. 가구단위로 측정한 근로소득의 지니계수는 가계동향자료와 한국노동패널 데이터에서 매우 유사한 수준과 패턴을 보인다. 가계동향자료에서는 2008년에 최고치를 나타내는 데 비해 노동패널에서는 2009년까지 불평등도가 감소하지 않는 점, 그리고 최근 불평등도의 감소가 노동패널 데이터에서 보다 가파르게 나타난다는 점 정도가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던 간에 분명한 것은 2000년대 말 이후 근로소득의 불평등도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가구의 노동공급 패턴의 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되나 정확한 분석이 행해진 바는 없다. 그보다 더 큰 관심은 노동시장의 임금수준 분포의 변화가 가구의 근로소득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개인단위 임금과 가구단위 소득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1-6>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개인단위로 측정한 월임금의 지니계수는 가구단위 근로소득의 지니계수와 높은 수준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가구단위 근로소득에는 자영업소득이 포함되며 두 명 이상의 근로소득자의 소득이 합쳐져서 불평등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가구단위 근로소득 불평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전반적인 노동시장의 임금불평등이라고 볼 수 있다.
맺음말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관찰한 다수의 기존연구들은 소득불평등 심화의 원인을 찾는 데 주력하였다(강신욱 외 2013, 2014). 소득불평등의 상당부분은 소득이 없는 노인가구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지만(홍석철 2013), 근로연령대 가구만으로 분석대상을 제한하더라도 소득불평등의 심화는 분명하게 관찰되었다. 임금소득 불평등의 증가가 소득불평등 심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이병희・장지연(2012)은 임금불평등의 증가가 소득불평등 심화를 주도하였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가구단위 노동공급 패턴이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거의 모든 자료에서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더 이상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거나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최근 동향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였다. 가구소득 불평등 심화에 임금불평등이 주요한 요인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소득불평등의 완화 역시 임금불평등의 완화가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통계상의 추이들이 관찰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지난 20~30년간 노동시장에서 임금불평등의 심화 혹은 완화를 초래한 기제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한국의 교역구조 변화, 이와 연계된 산업구조의 변동, 기업의 인력 활용전략에 따른 고용형태의 다양화 추이 등을 분석해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이 글은 전병유 외 (편), 「2016 한국의 불평등」의 ‘제1장 소득불평등’을 요약한 것임
2) 시장소득은 임금소득과 자영업소득을 합한 수치인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사적이전소득의 합이다. 또한, 경상소득에는 사적이전소득이 제외되고 공적이전소득이 포함되며 가처분소득은 이 모든 소득액에서 가구가 납부한 조세와 사회보험분담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정의된다.
3)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는 2009년에 조사표를 대폭 개편하였는데, 이에 따른 조사항목의 일관성 훼손을 최소화하고자 2009년 이전 자료를 일부 수정하는 조치를 시행하였다. 이로 인해 2009년 이전에는 자영업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를 식별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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