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10-01   747

[동향2]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 1년 평가와 과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 1년 평가와 과제

 

김윤영 l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2015년 7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맞춤형 개별급여’라는 별칭을 달고 시행된 이 제도는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 7가지 급여를 통합적으로 운영되었지만, 맞춤형 개별급여에서는 급여별 기준선이 각각 설정되었다. 원하는 급여만을 신청할 수 있고 수급탈락이 전체 급여에서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설계의 장점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75만 명의 신규 수급자가 생길 것이고, 탈 수급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이르다. 개별급여라는 형식은 수용했으나 최저생계비 인상, 즉 선정기준과 급여 수준을 현실화 하라는 ‘내용’은 불용했기 때문이다. 

 

껍데기만 바뀌고 내용은 그대로 송파 세모녀 여전히 지원하지 못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지면을 통해 선정기준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선정기준이 크게 완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의료급여와 생계급여로 설명이 가능하다. 2015년에 혼자 사는 A씨가 있다고 할 때, A씨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는 기준은 소득인정액 61만 7천원이다. 일상적 급여로는 의료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 현금으로 수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은 49만 9천원 이하일 때 가능하다. 

 

변경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어떠한가? 같은 해인 2015년 7월의 기준으로 비교해 본다면 의료급여 선정 기준이 62만 4천원이다. 현금급여인 생계급여 기준은 43만 7천 원이다. 주거급여가 분리된 것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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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주거급여는 어떨까? 주거급여가 분리되어 서울에 사는 1인가구라면 최대 19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임차료를 반영하기 때문에 A씨의 임대료가 5만 원 이라면 A씨는 5만 원만 받는다. 만약 A씨에게 65만 원의 소득이 생겼다면? 생계, 의료급여에서 탈락하지만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6만 3천 원 가량의 자기부담금이 발생해, 월세가 5만 원이라면 받을 수 있는 급여는 없다. 월세가 30만 원이면 19만 원에서 6만 3천 원을 제외한 12만 7천 원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실제 받을 수 있는 내용은 소폭 변화하거나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이번 개편의 결과다. ‘상대빈곤선 도입’ 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걸었지만 기존 수준에 머무른 실제 선정기준의 한계 때문이다.

 

상향된 주거급여 선정기준인 중위소득 43%는 기존 차상위계층도 포괄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다(2016년 4인 가구 기준 188만 8천 원). 선정된다고 해서 모두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준임대료와 실제임차료, 본인부담금이라는 까다로운 계산식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급여가 정해진다. 특히 선정기준 상향으로 수급에 신규 진입한 수급자의 경우 모두 ‘자기부담금’이 발생하게 되는데, 실제 주거급여를 일만 원, 이만 원 지급받으면서 기초생활수급가구가 되는 착시도 일어나게 된다. 

 

교육급여는 가장 큰 폭으로 선정기준이 개선(4인 가구 기준 219만 5천 원)되었고, 부양의무자기준도 폐지되었지만 초등학생에게 일 년에 한번 3만 9천 원, 고등학생에게 일 년에 한번 13만 1천 원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현금급여로서 의미가 적어 저소득층 소득보조 정책이 주된 역할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독립된 급여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

 

즉 중요한 급여의 선정기준은 예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법의 이름이 ‘송파 세 모녀법’이었음에도 송파 세 모녀는 여전히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2016년 급여별 선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사각지대 해소 목표 절반도 달성 못해 주거급여 예산 2500억 원 불용

 

부양의무자기준도 마찬가지다. 자녀와 부모, 사위와 며느리까지 약간의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부양의무자기준은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이 완화되었다.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소식을 듣고 수급신청을 하려는 사람들은 열에 아홉 다시 희망을 거둔다. 여전히 기준을 초과하거나 가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가족관계 해체를 인정받기 위한 서류를 준비해야한다는 말에 신청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편을 핑계로 오히려 후퇴한 변화들이 있다는 점이다. 자활사업에 참여하던 이들에게 주어지던 자활소득공제와 장려금이 폐지되었다. 수급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안정적인 탈 수급을 위해 소득이 최저생계비 150% 이하일 때 최대 2년까지 보장해주던 의료급여와 교육급여 특례도 폐지되었다. 

 

정부의 설명은 제도를 개편했으니 이제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두 정책은 대상과 목표도 다르고 피해자도 분명하다. 꼼꼼하게 나빠진 이런 후퇴들은 법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보니 논의대상도 아니다. 대통령령으로 공포해버리거나 지침으로 보건복지부가 통보해버리면 그만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제도의 당사자인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단 한 번도 의사를 묻거나 사전 안내를 하지 않았다. 

 

빈곤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을 지원하는 것이다. 결국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은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인가’ 인데, 이번 개정안은 ‘어떻게 줄 것인가’에서 멈춰버렸다. 그리고 그 변화는 더 복잡해진 형식과 절차만을 남겼다. 실제 변화해야 할 내용은 변화하지 않고 선전만 비까번쩍한 복지에 국민들은 지칠 만큼 지쳤다. 

 

75만 명 늘리겠다던 수급자는 1년 동안 35만 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주요급여인 의료급여, 생계급여 수급자 숫자를 보면 11만 명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10년 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숫자보다 적다. 그 결과 지난 해 주거급여 예산 2500억이 불용됐다. 국민들의 복지에 돌아갔어야 할 2600억 원의 불용은 150만 원의 소득으로 50만 원의 반지하방 월세를 내야했던 송파 세모녀와 무복지 상태에 내던져진 국민을 생각할 때 심각한 문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전 인구의 8.6%에 달하는 절대빈곤층, 14%에 달하는 상대빈곤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빈곤정책이자, ‘빈곤 문제’ 라는 사회현상에 개입하는 제도여야 한다. 빈곤을 해결하는 동시에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히 넓고 튼튼한 안전망을 갖출 때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빈곤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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