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5 2015-12-10   1959

[동향 2]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 토크쇼_‘국민이 마루타인가?’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 토크쇼_국민이 마루타인가?

 

서성민ㅣ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정책연구원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는 11월 16일(월)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 국민이 마루타인가? 토크쇼를 진행하였다. 의료전문가, 임상시험 경험자, 시민이 함께 모여 임상시험의 충격적인 실상을 나누고, 해외의 임상시험 관련 정책에 대해 알아본 후 현 정부의 임상시험 관련 방침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다음 글은 참석자들의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사회: 안진걸(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전문가: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의사)
-경험자: 채○○, 김○○

 

안진걸: 최근 3년간 49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정도의 숫자는 엄청난 것인데, 어떻게 숨길 수 있었을까? 도대체 임상 시험은 무엇이고, 생동성(생물학적동등성)실험이 무엇인지 정형준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겠다.

 

정형준: 임상시험은 약물 개발을 위해서 거치게 되는 과정 중 하나로, 사람에게 약물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약물 개발을 위해서는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많은 환자 보호를 위해서는 사전에 약을 개발하든지 주사제를 개발하든지, 치료방법을 개발할 때 희생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가 문제인데 의약 관련 교과서에는 환자에게 투약할 시에는 최소 약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의 임상시험은 너무나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이루어지는 임상시험은 생동성실험에 해당하는 임상시험이다. 임상시험의 종류 중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제약회사가 해외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해 복제약을 만들면서, 기존 약과 똑같은 흡수율과 배출률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약을 먹고 혈액 중에 약의 농도가 어떠한지를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계속 피를 뽑는다. 일종의 매혈과 마찬가지다. 안전성에 대하여는 밝혀진 바가 없다.

 

생동성실험에 대해 얘기하자면, 제일 처음 하는 생동성실험을 제1상 임상시험이라고 하는데, 약물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것이다. 항암제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혈압약 같은 것들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제2상 임상시험은 직접 환자한테 시험하는 것이다. 제3상 임상시험은 안전성과 효과가 인정됐다 하더라도 기존 약보다 나은지, 먹지 않은 사람하고 효과가 있는지 보는 것이다. 제3상 시험은 약 투여하는 사람과 투여하지 않는 사람을 섞어서 2중맹검법이라고 하는 위약효과까지 테스트한다. 제4상은 투여한 약물을 추적관찰을 하는 것이다. 1상과 2상은 위험해서 거의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생동성실험은 3상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앞으로 1상과 2상도 허용하려 하고 있다.

 

현 정부가 2014년 8월 발표한 투자활성화안 중에 연구자임상을 상업임상에 준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돈을 벌기 위해 시험하는 것과, 연구를 위해 시험하는 것은 참가하는 사람들의 태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정부는 상업적 시험을 허용하려는 안을 발표했다.

 

 

안진걸: 임상시험의 실상을 보면 아프지 않은 대학생, 저소득층이 아프지도 않는데 (생동성실험을 위해서)약을 먹는 것 아닌가?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가?

 

정형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항정신성 의약품은 의존성이 발생할 수 있고. 그것이 그 이후에 알콜 등 다른 중독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안진걸: 서울이 임상시험 1위 도시이고, 우리나라는 임상시험 7위 국가다. 그런데 정부는 임상시험을 더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다. 현황이 어떠한가?

 

정형준: 전 세계적으로는 임상시험이 감소되는 추세다. 연평균 11.8%나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98년부터 2014년까지 임상시험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등 주요 병원들이 모두 암센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곳들에서는 표적 항암제를 임상시험하는 연구 중심 병원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늘어나고 있는 임상시험 약물의 종류도 큰 문제다. 해외에서 임상시험하기 어려운 위험한 약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당장의 생활비가 급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어서 대학생, 저소득층들이 고위험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고 있다. 임상시험은 어떻게 보면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하는 고귀한 행위인데, 이를 돈 때문에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임상시험은 애초에 금전적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안진걸: 고위험 아르바이트 참여 이유를 보면 1~5위가 모두 같다. 교육비, 생활비, 주거비 등 절박한 이유들인데, 청년대책이나 복지가 잘 안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덴마크는 대학까지 생활비와 대학 등록금을 주니까 이런 아르바이트들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쯤에서 임상시험 경험자분들을 모시겠다. 김○○님과 채○○님은 임상시험을 얼마나 해보았고,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김○○: 5년 전에, 대구에서 대학원 진학을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 당시 다녔던 대학원이 야간에 수업이 있었다. 그래서 낮에 아르바이트를 뛰곤 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풀로 뛰면 수업 듣는 것 외에는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가장 시간을 절약하고, 많이 벌 수 있는 게 뭘까 찾다 하게 된 것이 생동성실험 아르바이트였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당장 생활비 때문에 생동성실험에 지원했다. 그 당시 고혈압 약에 지원했었다. 부작용이 있어봤자 혈압이 낮아지는 것일 것 같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한 번 했었는데, 문제의식이 있어서 한 번만 했던 건 아니고, 시간이 안 맞아서 한 번 했다.

 

채○○: 세 번 정도 참여를 했다. 2012년부터 1년에 한 번 정도 참가를 했다. 약대 입학 후에 처음 시험에 참여했다. 학교 입학 후에 동아리와 학생회 활동 때문에 주말에 비는 시간이 불규칙했다. 어쩔 수 없이 하루 이틀 정도 들여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교복 전단지 돌리는 걸 하게 되었고, 우연히 생동성 아르바이트를 알게 된 후 시작하게 됐다. 고혈압,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약을 했었는데, 특히 전립선 비대증 약은 돈을 많이 줬다.

 

안진걸: 문제는 없었나?

 

채○○: 문제는 없었다. 최근에도 지원했다가 다른 아르바이트와 겹쳐서 못하게 됐다. 큰 문제가 없어 다시 신청을 했었다.

 

안진걸: 위험성에 대한 안내라든지, 충분한 정보나 안내가 있었나? 형태는 그냥 하루 종일 있으면 되는 건가?

 

채○○: 시험을 하기 1~2주 전에 신체검사를 해서 이상이 없는지 파악을 하고, 통과하면 2박 3일씩 두 번에 걸쳐서 진행된다. 시험약과 비교하기 위해 밀가루를 뭉친 위약 실험도 하기 때문에 2번에 걸쳐서 진행이 된다. 부작용이나 위험에 대해서 들은 것은 없고, 제약회사에서 시험을 맡길 때 승인을 받기 위해 작성하는 보고서를 피시험자들에게 나눠준다.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알아봐야 했다.

 

김○○: 채○○씨와 진행과정은 비슷했던 것 같고, 임상시험이 아니다, 완료된 약을 시판 직전에 시험하는 것이라서 안전성이 담보된 약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안내지를 받았던 것 같고, 문제가 생기면 얘기해달라고 했다.

 

안진걸: 이야기를 들으니 시험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의사로서 시험약이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있는지를 설명해줬으면 한다.

 

정형준: 생동성실험 부작용은 보고되기 쉽지 않다. 의약품의 부작용은 사실상 생동성실험에 참여하는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부작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임상시험 경험자분들이 경험한 혈압이나 전립선 약은 양호한 편이다. 시험약에는 항정신성 약물도 있다. 항정신성 약물은 돈을 많이 준다. 돈을 많이 주니까 부작용이 있어도 이야기가 안 나올 수도 있다.

 

시험을 관리하는 시스템 자체가 공익적인 프로그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회사, 중개 회사, 아르바이트 공고 회사가 돈을 벌기위해 하는 것이다. 언젠가 임상시험이 마루타라는 편견을 버리라는 광고가 나온 적이 있었다. 임상시험을 하면 좋은 점을 광고하는 내용이었다. 임상시험의 원칙으로 중요한 게 피험자에 대한 존경인데, 여기에는 그런 얘기는 없다. 적절한 피험자인지 검사하는 과정을 건강검진으로 둔갑시키고, 의약연구에 기여함으로써 자신 외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수준으로 홍보한다.

 

임상시험 협회 들어가면 임상시험의 위험성의 예가 나와 있다.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치료법의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 필요 시 입원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위험성의 예를 얘기하면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주겠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안진걸: 임상시험 도중에 중단할 수는 없는 것인가?

 

정형준: 임상시험은 그만두고 싶으면 도중에 반드시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 하러 간 사람이 부작용이 웬만큼 심하기 전에 중단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피험자가 중간에 중단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해야 한다. 지금은 두 번의 시험 중에 첫 번째 시험을 하다 중단하면 돈을 반 밖에 안주는 식이다. 이것은 비윤리적이다. 경제적 피해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 안 그러면 누가 임상시험을 중단할 수 있겠나.

 

현재와 같이 시험의 위험도에 대한 것을 가지고 보상을 책정하는 것, 존중받아야 하는 피험자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덧붙여 임상시험 정보는 피험자에게 보상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약품에 대한 특허권은 제약회사가 가질 수 있지만 의학적 근거, 자료, 생동성 실험에 대한 것은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안진걸: 경험자 분들은 시험을 하면서 부작용 걱정은 안했는가? 중간에 그만둔 사례가 있는지. 그만두면 돈을 조금 준 사례가 있는지?

 

김○○: 신체 부작용은 없었다. 신체 부작용도 중요한 문제긴 한데, 존엄성에 대한 문제가 더 컸다. 시험을 하게 되면 시작부터 기분이 좋진 않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은 ‘아는 사람 만나면 안 되는데’였다. 아는 사람 마주칠까봐. 그게 머리에 떠올랐다. 부작용은 몰랐지만 시험을 하면서 항상 불안하다. A조는 기존 약품이고 B조는 시험 약품일 텐데, 내가 먹은 약이 기존약품일까 아닐까. 마음속으로 기존 약이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가장 기분 나빴던 순간이 약을 먹고 난 후에 약을 삼켰는지를 확인하는 입 안 검사이다. 그 때 느낌이 진짜 마루타가 되어 버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잘 때 주사바늘을 꽂아두는데, 혹시 제 시간에 주사바늘을 안 빼줘서 잘못되는 것이 아닌지 불안했다.

 

안진걸: 하루에 시험이 끝나는 게 아니고 숙박까지 해야 하는가?

 

김○○: 당일에 끝나는 시험도 있고. 일박 하고 최종으로 한 번 더 채혈하는 경우도 있고. 다음날 채혈하는 경우도 있고. 모두 다르다.

 

안진걸: 시험이 진행되는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정형준: 현재 생동성실험은 3개월이나 6개월마다 할 수 있게끔 허용되어 있는데, CRO(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가 다른 업체를 이용하면 2개월 만에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임상시험 전체를 포괄적으로 통제하는 공적 기관이 필요하다.

 

또한 시험하기 전에 피험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충분한 설명 문제는 의료 윤리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을 지키지 않고 온갖 실험을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많은 제약회사들이 아프리카에 가서 위험한 약물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척 하면서 임상시험을 했다. 이건 아주 비윤리적인 것이다. 정보를 정확히 모르니 중단할 수가 없다. 자발적 중단도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이 금전적 이유 때문에 자발적 중단이 안 되어서는 안 된다. 황우석 사건 때 발생한 금전이나 직급 등의 이해관계도 배제되어야 한다.

 

 

안진걸: 질문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 분 발언해 달라.

 

김남희: 행사 준비하는 과정에서 구글에 Clinical Trial(임상시험) South Korea로 검색을 해봤다. 흥미로운 글들이 떴다. 한국이 임상시험하기 좋은 나라라는 정보를 외국계 제약회사들이 모여 있는 포럼이나 잡지, 사이트에 공유한다. 이유는 정부가 임상시험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신청하면 신속하게 답변을 해준다는 것이다. 또 의사들이 자기 환자들을 이용해서 피험자 모집을 잘 해주기 때문에 사람을 모집하기 쉽고, 다른 나라에 비해 중도탈락률이 적고 꾸준히 한다는 거다. 자료를 읽으면서 이런 사실이 제약회사에선 좋은 정보지만, 시민에게는 좋은 현상인가 의문이 들었다. 약물 부작용에 대한 책임 추궁에 있어서 한국에서 사용하는 보험 상품은 미국에 비해 포괄하는 범위가 훨씬 낮기 때문에 보험비용이 적게 들어가고, 나중에 적은 돈이라도 받기 위해서는 소송 포기 각서 같은 것을 받는 내용이 들어있다. 사실상 시민의 위험도가 관리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안진걸: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의 마무리 발언을 듣겠다.

 

김○○: 최근에도 임상시험 관련 문자를 받고 있다. 메디슨00에서 문자가 왔었다. 다음 주 월요일 12일에 진행 예정인 40만 원짜리 임상시험이 있는데, 지원자가 많지 않아 취소 위기에 있다며 참여를 독려 문자가 왔다. 지인을 데리고 오면 1인당 2만원씩 추가 지급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임상시험은 내 몸에 가격을 붙이고 인간이라는 존재를 수량화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임상시험을 할 수 밖에 없도록 현실 상황이 젊은 대학생들을 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시험에 참가를 하는 내내 기분이 안 좋았던 건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타율로 선택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윤을 위해서 정부정책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무섭다. 위험은 누구에게 전가되는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채○○: 대학생이다 보니까 대학생들이 왜 임상시험에 많이 참가를 하게 되는지 공감이 많이 됐다. 앞으로 여러 단체에서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다루어 줬으면 한다.

 

정형준: 인간이 존엄성을 갖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안진걸: 소중한 말씀 해주신 경험자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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