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1996-12-25   2092

신한국당의 안기부법·노동법 국회날치기통과에 대한 입장

신한국당의 역사 거꾸로 돌리기- 악법 날치기



  안기부법과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이후 사회 각계 인사들과 시민단체는 연일 법개악반대와 철회를 요구하였다. 뿐만아니라 국민회의, 자민련 등 야당 또한 여야 합의없는 단독처리를 반대하며 변칙적으로 소집된 임시국회를 봉쇄하였다.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신한국당이 오늘 새벽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를 한 것은 문민정부라 자칭하는 현 정권의 반민주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정치적 폭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까지 날치기를 목격해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할 뿐이다. 우리는 의회주의의 기본 규칙마저 무시한 신한국당의 일방적인 법안처리를 강력히 규탄한다. 아울러 그와 같은 정국운영이 가져올 파국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불법적 새벽 6시 본회의 소집 원인무효다.
  오늘 새벽의 날치기 정황은 치밀한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은 임시국회 개회와 더불어 야당의원들의 원천봉쇄에 대비해 오세응 국회부의장을 도피시켜 놓았으며, 마치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소속당 의원들을 동원하여 날치기를 감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신한국당은 의원들의 동선을 속이기 위해 의원총회라는 빌미를 붙이는 기만성까지 보였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야당과의 사전협의 없는 새벽 6시 본회의 소집이 불법적이라는데에서 이번 폭거를 규탄한다. 국회법 72조에 따르면 본회의는 평일 오후 2시, 토요일 오전 10시에 개의하도록 되어있다. 만일 개의시간을 변경하려면 의장은 사전에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 즉 원내총무와의 협의하에 개의시를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날치기 통과를 목적으로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본회의 개의시간을 변경하였다. 따라서 국회법의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새벽 6시 본회의 소집은 그 자체가 원인무효이며, 불법적 회의에서 의결한 내용은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추락한 입법부의 위상 
 오늘 새벽 전격적으로 날치기 통과가 감행된 것은 청와대의 최종 강경방침이 전달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신한국당이 안기부법과 노동법의 연내처리와 단독처리 불가 방침을 오가며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던 것도 청와대의 최종입장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5일 김영삼 대통령의 연내처리 입장이 최종 전달되자 오늘 날치기 통과를 전격 감행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날치기 통과는 신한국당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일개 관청일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며, 민의를 받들어 국가정책을 심의·결정해야 할 입법부는  또다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것이다. 이는 말로는 개혁과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개혁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아니며, 책임있는 집권세력으로서의 위신과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행동이다. 
    
집권연장에 집착하는 신한국당의 일방적 정국운영은 파국을 부를 것이다.
 신한국당이 날치기 통과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여 안기부법과 노동법을 처리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집권연장의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안기부법 개악은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권안보를 위한 것이다. 안기부 수사권 확대는 안기부의 정치사찰 합법화와 공안정국 조성을 통해 대통령 선거시기 예상되는 여러형태의 사회적 반대를 사전에 위축시키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노동법 개악은 노동자들에 대한 배신이자 재벌편들기의 결정판이다. 뿐만아니라‘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진국형 유연화 정책’을 명분으로 내세운 졸속적 노동법 개정은 노동조건의 실질적 개선과 노동자 복지의 증진 보다는, 단기적 경기상승 효과와 재벌의 득표력을 의식한 ‘선거용’이다.
 이렇듯 신한국당이 야당과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안기부법과 노동법을 날치기로 처리한 배경에는 ‘집권연장을 위한 환경조성’이 가장 큰 목표와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전국민적인 반대의사를 무릅쓰고 날치기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안보와 집권연장에 집착하는 일방적 정국운영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신한국당은 전국민적 반대의사를 무시하고 날치기 통과한 악법이 더 큰 정치적 불신과 반대에 직면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불법적 날치기 처리된 법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이번 날치기 사건은 국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과 철회투쟁을 부를 것이다. 우리는 이번 날치기사건으로 인해서 앞으로 전개될 파국적인 정국운영이 나라와 국민의 안위에 크게 해가 될것이라는 점에서, 신한국당의 책임을 엄중히 물을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뜻에 따라 그리고 악법은 철저한 저항없이는 개폐되지 않는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하면서 정부와 신한국당의 개혁의지에 대한 한치의 유보판단 없이, 날치기 처리된 안기부법, 노동법의 철회를 위해서 노동조합, 민주단체, 시민단체들과 힘있게 연대해서 끈질긴 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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