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1999-07-15   392

[08호] 특·집·글·③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안) 및 시행규칙(안)에 대한

생명안전·윤리 연대모임 의견서

유전자조작 식품(이하 'GM식품')이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은 국내외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유전자조작 식품 개발그룹은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최근에도 영국정부의 과학자문단체는 GM식품이 뇌막염처럼 위험한 질병을 치료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GM식품이 인체 및 환경에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GM식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논란이 진행되는 가운데, GM식품의 소비자인 일반시민들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최소한 GM식품이 표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GM식품의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일본 등의 시민들도 표시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유전자재조합 식품의 의식조사' 결과 94.7%가 GM식품의 표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0% 이상이 GM식품의 부작용 사실 및 안전성 여부를 표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시점에 농림부가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안)'에 유전자변형 농수산물임을 표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농수산물 품질관리법과 이 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안)은 GM식품 표시제도로서는 유전자변형 농수산물 표시가 의무규정이 아니고 안전성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안)이 지금의 상태로 제정된다면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진정한 의미의 표시제도가 아닌 명목상의 표시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GM식품의 표시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 중 유전자변형 농수산물 관련 부분에 대한 의견>

1. 제정안의 범위

○ GM 농수산물이 생산·가공·수입·유통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 사항들이 반드시 사전에 충분히 검토되어야만 한다.

1) GM 농수산물이 인간건강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2) GM 농수산물이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3) GM 농수산물이 농업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지속가능한 농업 혹은 대규모 산업형 농업과의 관계 등)

4) GM 농수산물이 야기할 수 있는 정치·사회·윤리적 파급효과

5) GM 농수산물에 따르는 잠재적인 경제적 이득과 손실

6)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규제 및 관리 정책의 세부적 내용

○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은 이상의 사항들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으며, 농수산물 안전성조사와 GM 농수산물 표시제를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들조차 GM 농수산물의 엄격한 규제·관리를 위해서는 매우 불충분하다.

2. 제정과정의 문제점

○ 안전성조사와 표시제 등 GM 농수산물의 규제·관리 문제는 국민 건강 및 소비자 권익의 보호와 직결되어 있는 중요한 분야이며 또한 상당한 수준의 산업적 이해관계를 연루하고 있는 논쟁적 분야이다.

따라서 이들 규제·관리 방침은 GM 농수산물의 연구개발·생산·가공·수입·유통에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 독립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심의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존중하여 초기 단계에서부터 그 심의 내용이 시민·환경·소비자단체 및 국민 대중에게 모두 공개되고, 또한 이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수렴·반영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절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준비되어야 마땅하다.

○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제정과정은 이와 같은, 투명한 공개행정과 민주적 정책결정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3. 농·수산물품질관리심의회의(이하 '심의회의')

1) 심의회의 구성

○ 법 제3조 제②항은 농·수산물품질관리심의회의의 심의 사항에 농수산물의 안전성조사과 GM 농수산물의 표시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키고 있고;

○ 이어 시행령 제3조 및 제4조에서는 1)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보건복지부·환경부·농촌진흥청·산림청·특허청 등 각 부처 공무원, 2) 농업·수산업·축산업·임업·인삼협동조합 임직원, 3) 농수산물유통공사, 4) 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국식품개발연구원, 5) 농·수산물의 생산·가공·유통·소비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자로 구성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 이는 GM식품의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과 소비자 권익의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개발자의 입장이 편향되게 반영될 위험이 크다.

○ 식품의 안전성조사를 위해서는 당연히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포함되어야 하나, 유전자변형 농수산물을 '가공하지 않은 유전자재조합 농작물'로 국한시키면서 '심의회의'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배제시키고 있다

'심의회의'에는 개발자들 이외에 GM식품의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는 국립환경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한국소비자보호원 등과 시민·환경·소비자단체가 추천하는 인사도 포함되어야 하며 이러한 사항을 시행령에 명시하여야 한다.

2) 심의회의·분과위원회의 의결

○ 시행령 제6조와 제10조의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공청회·토론회·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의 결과를 반영하여 의결한다'로 고쳐 GM식품의 안전성조사와 표시제 시행이 시민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또한 심의회의·분과위원회의는 '관계인을 출석시켜 의견을 청취하거나 연구위원을 위촉하여 연구·조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사항을 신설하여 정확하고 신중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3) 분과위원회의 설치 요구

시행령 제8조 및 제9조에 입각하여 'GM 농수산물 안전성 분과위원회' 및 'GM 농수산물 표시 분과위원회의'를 즉각적으로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이들 분과위원회의는 GM 농수산물의 연구개발·생산·수입·가공·유통에 관련된 자와 시민·소비자·환경단체 관련자를 동수로 구성하여야 하며 이를 시행령에 명시하여야 한다.

4. 안전성조사의 문제점

○ GM식품의 안전성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함에도 불구하고 농수산물의 안전성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법 제12조와 시행령 제22조는 안전성조사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시행규칙 제28조에도 세부사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 법 제12조는 안전성조사를 강제적인 사항이 아닌 '할 수도 있다' 라는 임의규정으로 두고 있으며, 이는 GM농수산물 표시의 근거가 되는 안전성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법·시행령·시행규칙이 규정하는 안전성조사가 GM식품의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준비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유전자재조합 식품·식품첨가물 안전성평가 자료 심사지침, 환경부의 LMOs(Living Modified Organisims) 환경위해성 평가 및 환경방출 지침 등 다른 부처의 안전성조사와 유기적 관계를 갖도록 하여야 한다.

○ 유럽국가에 비해 비교적 규제가 느슨한 일본의 경우도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수입 GM식품·곡물에 대해서 국내의 안전성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가공 원재료 등으로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고 종자의 형태로 수입하는 경우 새로 야외 안전성 실험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5. GM농수산물 표시규정의 문제점

1) 임의규정으로서 표시제도

○ 법 제16조 제①항, 유전자변형 농수산물임을 '표시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서 표시제도를 강제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체택하였다.

하지만 GM식품의 인체 및 환경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표시제도가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GM식품(가공하지 않은 농수산물 포함)·식품첨가물 모두에 '유전자조작'에 의한 것임이 반드시 표시되어야만 한다.

2) 표시대상품목의 설정

○ 이 법은 표시되는 GM 식품을 가공하지 않은 농수산물로 한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가공품은 제외되어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공하지 않은 농수산물보다 그 가공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표시제도는 가공하지 않은 농수산물은 물론 '유전자조작'을 통해 생산·가공된 모든 식품·식품첨가물까지 포함시켜야만 한다.

시행령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상품목은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표시가 필요없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마항을 보면 인체건강의 경우 '실질적 동등성'의 원칙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유전자재조합식품·식품첨가물의 안전성평가자료 심사지침(안)'도 '실질적 동등성'을 기본원칙으로 제정되었다. 하지만 '실질적 동등성'으로는 유전자조작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변화가 야기될 때 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증거들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시행령 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상품목은 권위있는 외국기관에서 위해성이 없다고 규정한 품목에 대해서는 표시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 그러나 올해 4월말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유전자재조합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관한 보도자료에서도 '아직은 유전자재조합식품의 안전성에 대하여 단정할 수 없으며, 이들의 안전성 검증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절실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표시 대상품목을 한정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 GM식품의 표시에 있어서 인간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표시를 위한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귄리는 GM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GM식품의 생산 과정에 대한 환경적·종교적·윤리적 고려에 있어서도 존중되어야 한다.

3) GM식품의 표시기준 및 표시방법

○ 시행령 제28조의 GM식품의 표시기준 및 표시방법 등 세부사항은 농림부 내부에서 논의될 것이 아니라 초기단계부터 시민·환경·소비자단체 및 관련 부처, 전문가가 검토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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