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11-10   1036

[동향2] 사회정책적 관점에서의 한국 퇴직연금의 발전 방안: 다층체계 하에서 공적연금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사회정책적 관점에서의 한국 퇴직연금의 발전 방안: 다층체계 하에서 공적연금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정창률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한국 노후소득보장제도 논의에 있어서 퇴직연금 제도는 종종 간과되어 왔다. 그러나, 도입된 지 10년이 되어가고 있는 퇴직연금은 상용근로자의 거의 절반 정도가 가입되어 있는 주요한 노후소득보장 제도로서, 이제는 노후소득보장제도 논의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필수 요소일 수 밖에 없다. 사실, 전통적으로 사회정책에서는 사적연금 – 주로 기업연금 -을 부정적으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에서는 이러한 부정적 견해는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는 관대한 공적연금을 제공하는 국가 – 독일, 이탈리아 -보다 기업연금이 발달한 네덜란드나 스위스의 경우에 오히려 연금지출을 억제하여 재정안정을 유지하면서 노후소득은 안정적으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서도 퇴직연금의 안정적 정착이 노후소득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노후소득보장에서의 퇴직연금의 중요성 문제를 넘어서 어떻게 퇴직연금을 설계하는 것이 전체 한국 노후소득보장의 틀에서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부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기업연금 역시 공적연금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며, 이는 기존 공적연금의 제도 설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떠한 계획 하에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라는 일종의 다층체계가 고려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못했었다.

 

다층체계는 나라마다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다층체계 선발 국가 – 스위스, 영국 등 – 들의 경우, 공적연금은 저소득층을 위한 재분배기능에 집중하고, 중산층 이상은 공적연금 뿐 아니라 기업연금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까지 노후소득원을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정부의 정책적 개입은 공적연금에 집중되어 있었고 사적연금은 세제혜택이나 가입의 강제성 등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간섭없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모든 국가들이 다층노후소득 보장 제도로의 이행과정에서 선발 다층노후소득보장체제 구축 국가들의 경험을 따를 수는 없었으며, 특히 엄격한 소득비례연금을 공적연금으로 운영해왔던 독일이나 스웨덴 등은 공적연금의 소득재분배 확대 대신 소득비례방식을 유지하는 대신 – 비중은 축소하되 – 사적연금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 또는 최저보장연금과 같은 요소들을 삽입하는 식으로 나름대로의 다층노후소득 보장제도를 발전시켜왔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소득비례적 성격과 재분배적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판단하기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에 대한 사회정책적 기능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공적연금의 방향성을 고려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기초노령연금이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과 통합될 것이라는 개연성을 전제로 해서,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이 결합될 때 가지는 소득재분배적 성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의 장기적 방향은 기초보장이 바람직하다고 가정하고 다층체계하에서 퇴직연금의 사회정책적 기능을 검토하였다.

 

적용에 있어서는, 국민연금이 기초보장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퇴직연금이 굳이 저소득층까지 포괄하는 제도가 되어야 하는 부담은 줄어들지만, 한국 사회보험의 적용 – 저소득층의 배제- 문제를 고려할 때는 보편적인 적용으로 진행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퇴직금제도로부터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하는 경우 사용자에게 일시에 많은 적립금을 필요로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적용 확대에 대한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 및 재정에 있어서는, 퇴직연금에 대해서 각종 세금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퇴직연금이 사적연금으로서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보험수리적 균형을 추구한다는 가정과 달리 고소득 근로자일수록 혜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다층체계 하에서 2층 연금은 고소득 근로자에게 혜택을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1층 공적연금을 통해서 저소득 가입자를 위한 소득재분배적인 기초보장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 2층 연금에 대한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역시 공적연금이 기초보장 성격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에 고육지책으로 사용되는 방법일 뿐 우리나라 연금체계에서 추구할 방향이 되지는 않는다. 

 

급여에 있어서는, 퇴직연금 도입 당시 DB냐 DC냐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나, 현재의 현황을 볼 때 거의 절대다수가 원리금 보장형을 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를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그 외 급여 부문에서의 정책 기능에 관련해서는, 첫째, 지급불능에 대한 보장기능의 강화가 필요한데, 이는 기업의 도산 -보험료 납입 부족- 으로 인한 문제와 금융기관 파산 문제에 대한 장치가 모두 필요하다. 둘째, 수수료가 아직까지 높은 실정이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요청된다. 셋째, 장애나 사망에 대한 보장이 퇴직연금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데 이는 국민연금의 기초보장을 전제할 때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요소이다. 

 

관리운영에 있어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제도 운영은 민영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퇴직연금은 국가가 노후소득보장에 대해서 모든 역할을 다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기능을 민간이 담당하도록 장려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 금융 상품과는 상이하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에서는 자발적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하려고 해도 실제 가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근로복지공단이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퇴직연금 사업자가 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가입대상을 30인 이하 중소기업으로 한정한 것은 민간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다시 말해서, 보편적 퇴직연금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가입이 민간 금융기관의 이윤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의 가입을 근로복지공단이 스스로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민간 퇴직연금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사업비의 일부를 근로복지공단이 대신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민간 퇴직연금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근로복지공단도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는 그 도입 과정에서부터 금융 이해당사자들의 일방적인 주도하에 도입이 된 결과, 퇴직연금 제도가 가지고 있는 사회정책적 기능들에 대한 부분이 간과되어 일반 금융상품으로 인식된 채 금융 기관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퇴직연금제도의 세부 내용들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입자 확대 및 세제혜택 등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온 반면, 사회정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띄는 요소들 – 중소기업 완전적립 유예, 지급보장 강화, 수수료 규제, 장애/유족연금 부재 등 – 에 대해서는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거나 빈틈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퇴직연금이 사회정책적으로 의미있는 노후소득보장 제도로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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