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11-15   1873

[심층분석5] 2013년 장애인 예산(안) 분석

2013년 장애인 예산(안) 분석

 

남찬섭ㅣ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자립‧자활지원강화라는 예산편성기조와 일관성 결여

2013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총지출예산(일반회계와 특별회계 및 기금)은 40조 8천억 원으로 전년도 36조 7천억 원에 비해 약 4조 1천억 원이 증가하였지만 장애인예산이 복지부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도 4.1%에서 2013년도 예산안에서는 4.0%로 하락하고 있다(일반회계 기준).

 

장애인복지예산은 정부의 분야별 예산분류상으로는 취약계층지원 예산에 포함되는데, 이 취약계층지원예산의 편성기조로 정부가 밝히고 있는 것은 ① 기본 소득보장 및 자립·자활 지원 강화와 ② 공정한 출발기회 제공의 두 가지이다. 취약계층지원예산에는 장애인복지예산과 아동복지예산이 포함되므로 장애인복지예산과 관련된 예산편성기조는 아마도 기본 소득보장 및 자립·자활지원 강화인 것이다. 이 예산편성기조가 딱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정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비단 장애인정책만이 아니지만). 이 기준에 비추어 정부의 장애인복지예산이 충분한가는 매년 논란이 되어온 바이지만 내년도 예산에 있어서도 그런 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내년도 장애인복지예산을 소득보장과 자립‧자활이라는 예산편성기조에 비추어 보면 항목별로 엇갈린 방향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득보장과 관련하여 장애인연금은 16.8% 증가했지만 장애수당은 증가하지 않았고 저소득장애인지원예산은 증가폭이 장애인예산 전체의 증가폭보다 낮았다(7.4%). 또한 자립‧자활에 관련하여 장애인일자리지원예산은 33.7%나 증가하여 일견 자립‧자활지원을 매우 강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립‧자활에 필요한 재활지원예산은 증가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7.5%). 그리고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예산은 증가폭이 더욱 낮아 3.0%에 그치고 있고, 자립자금융자예산은절대규모 자체가 작은 예상항목이긴 하지만 30.0%나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 자립생활과 관련하여 매우 중시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예산은 3.7%의 증가율에 그치고 있어 자립‧자활지원강화라는 예산편성기조가 항목별로 일관되게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장애인에 대한 지출통제 지향적 예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장애수당(3-6급 경증장애인 대상)은 2012년도 예산에서 1,075억 원이었는데 내년도 예산에서도 같은 금액으로 동결되었다. 그런데 <표 2>에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장애수당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장애인에 대한 장애수당은 541억 원에서 525억 원으로 하락하였고 차상위층 에 대한 장애수당 및 장애아동수당은 534억 원에서 549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그리하여 두 금액을 합산한 금액이 2012년과 같아지게 된 것이다. 기초수급장애인에 대한 장애수당예산이 감소한 것은 수당의 단가는 월 3만원으로 동결한 채 수당수혜대상자를 224천 명에서 217천 명으로 감소시킨 데 따른 것이다. 반대로 차상위층 장애인 대상의 장애수당예산이 증가한 것은 단가는 월 3만원으로 동결한 상태에서 대상자를 109천 명에서 117천 명으로 증가시킨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장애아동수당도 지원금액은 그대로 둔 상태(중증 월 20만원, 경증 월 10만원)에서 기초수급자 가구의 장애아동은 숫자를 줄여서 책정하고 차상위층아동은 수자를 늘여서 책정하였다. 장애인의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더욱이 현재처럼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때에 기초수급장애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장애인연금예산은 2,946억 원에서 3,440억 원으로 16.8% 증가하였는데 이는 장애수당과 반대로 수혜대상자(18세 이상 중증장애인)는 327천 명으로 동결한 상태에서 지원금액을 증가시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지원금액 증가도 그리 충분한 것은 아니다. 기초급여는 2012년 94,600원에서 내년에 97,100원으로 증가시켰지만 이는 국민연금 A값의 증가(1,885천원에서 1,943천원으로)에 따른 자동증가분이며 당초 이 제도 시행시 계획된 국민연금 A값의 10%까지의 증액(2028년까지)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 또한 부가급여는 소득계층별로 일률적으로 2만원씩 증액시켰는데 이 역시 그간의 장애계의 요구에 비추어 충분한 수준이라 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소득보장과 관련하여 다소 증가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장애인연금예산도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대상자 동결과 지원금액의 소폭 증가에 따른 것일 뿐 소득보장의 전향적인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내년도 예산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이는 예산이 장애인일자리지원예산인데 이 중에서도 장애인행정도우미와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이 크게 증가하였다(시각장애인안마사파견사업은 동결됨). 장애인행정도우미예산은 지원단가가 877천 원에서 1,112천 원으로 비교적 크게 상승하였는데 하지만 지원대상자는 동결되었다.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예산은 대상자가 지방에 한해 6,500명에서 7,200명으로 늘어났고 인건비는 서울과 지방 공히 259천 원에서 273천 원으로 늘어났다. 일자리예산은 매년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해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일자리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며 내년도 예산에서도 지원금액의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의 자립‧자활과 가장 중요한 관계가 있는 활동지원예산은 지원단가는 월 692천 원에서 월788.5천 원으로 13.9% 증가하였지만 대상자는 55천 명에서 52천 명으로 감소하였다. 그리하여 활동지원예산은 2012년 3,098억 원에서 내년도 3,214억 원으로 3.7% 증가율이 그치고 있다. 최근 정부는 활동지원제도의 대상자를 현행 장애 1급에서 2급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런 계획에 비추어볼 때 내년도 예산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 장애여성활동가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에 집에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사고가 일어나 지금까지 시행해온 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 며칠 전에는 역시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에 산소호흡기가 빠져 장애인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이는 자립생활운동에서 출발한 활동지원제도를 자립생활이념에 맞추어 설계‧운영하지 않고 기존의 재활패러다임에 입각한 지원서비스로 접근하고 거기다 예산을 이유로 제도 확대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활동지원제도와 관련된 욕구판정체계를 장애인중심적으로 재편하여 필요에 따른 24시간 활동보조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활동지원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활동지원제도와 관련하여 발생한 최근의 참사를 생각할 때 현 정부의 장애인복지예산에서 특별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장애인등급심사제도에 관련된 예산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내년도 활동지원예산에서 대상자 수를 감소책정한 데에는 이 장애등급심사제도에도 원인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장애등급과 관련된 정부정책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는데 그 전조는 2007년에 활동보조제도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당시에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본격화한 것은 현 정부에 들어와 장애인연금제도를 시행하면서부터였다. 장애인연금제도를 시행하면서 정부는 장애등급재심사를 강화하였고 또 활동보조제도를 활동지원제도로 개편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장애등급재심사를 강화하였다. 정부는 장애등급재심사 강화는 장애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의료인력에 의한 장애등급이 장애인에 대한 거의 모든 사회적 급여의 수급자격을 결정하는 제도체계를 그냥 둔 상태에서 장애등급심사만 강화하는 것은 급여제도와 장애판정제도 간의 긴장만 고조시키고 수급자격 획득 및 결정에 관련된 모든 부담을 장애인 당사자들과 의료인력에게 전가시켜 정부가 바라는 결과를 얻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는 비단 장애등급심사절차만 강화한 것이 아니라 기초보장수급자 등에 대한 자산조사와 부양의무자 조사도 강화하였는데 이는 영국의 대처 행정부 시절 일부 부정수급을 빌미로 장애인 등 저소득층 대상의 사회적 급여를 축소시킨 시도(Roulstone and Prideaux, 2012)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이는 현 정부가 대단히 통제지향적이며 이러한 통제를 위해서는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매기는 것과 같은 사생활침해에 가까운 시도도 기꺼이 감행할 수 있으며 사회적 급여를 권리로 보장하는 데에는 하등의 관심도 없는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리하여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정책은 사생활침해의 소지마저 있을 정도로 수급자격을 한없이 강화하는 복지급여 엄격화의 흐름과 함께 권리적 접근에서 유래한 활동지원제도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제한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수급자격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통제는 불가피하지만 이것도 사회복지 공급체계를 합리화하고 그 속에서 전달체계를 적절하게 구축하는 방법을 통해 접근해야지 장애등급심사절차만 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하루빨리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수요자중심적인 전달체계를 구축하여 자원배분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2013년 장애인 복지예산은 실질적인 복지대상자 동결 및 축소를 바탕으로 하는 장애인에 대한 수급 통제권강화예산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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