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11-15   1956

[칼럼] 의사 성과급: 수익에서 의료의 질로

의사 성과급: 수익에서 의료의 질로

 

은상준ㅣ서울연구원 미래사회연구실 부연구위원

 

 

지난 7월 민주노총의 문제제기에 이어, 10월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립대병원 국정감사에서 의사 성과급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010년 서울대병원의 선택진료비 수익 540억 원 중 48%가 의사 성과급으로 지급되었는데, 이러한 인센티브로 인해 불필요한 검사 증가 등 과잉진료와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 훼손에 대한 우려가 지적되었다.

 

의사 성과급의 왜곡된 목적

의사에 대한 성과급은 2010년 종합병원의 75.6%가 시행 중일 정도로 의료계의 보편적인 임금지급방식이 되고 있다. 그런데 종합병원의 74.2%에서 수입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지급되고 있다. 의료제공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진료 행태를 변화시키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건의료 영역에서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작동되는 맥락이 복잡하기 때문에 의료의 질에 대한 고려 없이 수입 극대화만을 위해 활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또는 의사 개인의 수익 증대를 위해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성과급의 영향

의사에 대한 성과급은 의사의 진료 제공량을 증가시키고, 의료기관의 수입을 늘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성과급이 의사의 진료 제공량에 따라 지급되면, 환자 만족도, 질 평가결과에 따르는 경우보다 진료량을 늘릴 가능성이 5~6배 더 높다. 또한 의료제공자 사이의 경쟁이 심할수록 과잉진료를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는 의료제공자 간 협력을 저해할 수 있는데, 만성질환 관리처럼 협력적인 진료가 중요해진 환경에서 생산성 위주의 인센티브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과급이 의료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았으나, 다른 분야 연구에서는 노동자가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게 되면 실적을 높여야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업무의 질이 떨어지고 불량률이 높아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의료는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병원 인력의 수는 정해져 있는데 할 일만 늘어나게 한다면, 의료의 질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의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하나하나에 대해 모두 보상을 해주는 건강보험 지불제도(행위별 수가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성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의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은 의사가 관리하는 환자 수에 따라 의료비를 지급하는 인두제처럼 진료 제공이 줄어들 수 있는 지불제도가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가 적게 제공되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의사의 서비스 모두에 대해 건강보험이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료량을 더 늘리기 위한 의사 성과급은 행위별 수가제의 부정적 영향을 가중시키게 된다.

 

수입이 아니라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성과급을

의료기관은 수익성 증대와 의료의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이윤을 올려 효율성을 증대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이 의료 본연의 목표인 양질의 진료 제공보다 우선하면, 본말이 전도된 우스운 꼴이 되어 버린다. 더욱이 환자의 건강을 담보로 의료제공자의 수익을 보장받으려 한다면 더 이상 우습지도 않게 된다.

 

의료기관은 효율적일뿐만 아니라, 효과가 있는 의료를 제공해야 하고(효과성), 환자의 가치관과 선호를 존중해야 하고(환자중심성), 환자가 제 때(적시성), 의료사고 없이 안전히(환자안전성), 그리고 성별, 소득 등에 따라 차별 없이(형평성)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효율성 외에 의료가 갖추어야할 다양한 면을 고려하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의료기관이 우리나라에 단 한 군데라도 있을까?

 

그러나 의료기관의 이러한 모습이 의료제공자의 양심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원가보존율의 70% 수준이 수가, 정립되지 않은 의료전달체계로 인한 과잉 경쟁, 낮은 보장성으로 인한 광범위한 비급여 영역 존재 등 다양한 의료정책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의료기관의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양질의 적정진료를 제공하도록 의료기관의 진료 행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개혁이 필요하겠지만, 직접적으로는 건강보험의 지불제도가 양질의 의료에 대해 보상하는 방식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개별 의료제공자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방식이 의료제공자의 진료 행태에 미치는 영향은 건강보험이나 국가의료체계의 지불제도가 미치는 영향을 넘어서지 못한다. 건강보험이 진료의 횟수나 양이 아닌 환자의 생존율, 적정진료 시행률 등을 통해 진료의 질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바탕을 두어 의료제공자에게 지불하는 방식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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