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1998 기타(sw) 1998-12-10   2729

IMF 사태 이후 복지수요와 생활의 변화

서 론

IMF 사태 이후 경기침체와 대량 실업의 발생으로 한국인이 얼마나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는 대우경제연구소가 11월 9일 발표한 나라별 고통지수에 잘 나타나 있다. 고통지수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수치에 소득증가율을 뺀 것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한국의 고통지수는 작년 1.5에서 올해는 20.9로 14배나 급상승하여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삶의 고통이 가장 큰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단순히 물가상승률, 실업률과 소득증가율 만을 감안하여 산출되었다. 때문에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갑작스레 '준비 안된 실업사태'를 맞은 한국의 저소득층 실업가구의 고통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이들의 고통은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에 조사된 결과들을 토대로 IMF 사태 이후 취업상태, 생활의 변화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취업현황

실업률 0.1% 감소, 그러나 '임시·일용직,

시간제 근로' 취업자 증가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 자료에 의하면 추석 수요 기대 요인과 공공근로사업의 확대에 힘입어 실업자수는 8월 157만 8천 명에서 9월에는 6천 명이 줄어들어 157만 2천 명이고, 실업률 또한 7.4%에서 7.3%로 줄어들었으며 취업자수와 경제활동인구 또한 8월보다 약간 늘었다. 그러나 계절조정 실업률은 8월의 8.1%에서 9월 8.4%로 0.3% 증가하였다. 그리고 통계청 서울통계사무소가 11월 4일 발표한 '3/4분기 서울 고용동향'에 따르면 7∼9월 신규 취업자수는 모두 461만 9천 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0.3% 줄었다. 이 중 1주일에 36시간 이상 근무하는 정규취업자는 이보다 더 많은 14.1%가 줄었고 주당 1∼17시간 일하는 시간제 근로취업자는 22.9%나 증가하였다.

또한 노동연구원이 10월 28일 발표한 '최근(98년 1∼8월) 실업의 특징'에 의하면 실직자로 있다가 일자리를 얻은 사람의 75%가 임시·일용직을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경기침체로 노동시장이 buyers' market으로 전환되고 노동조합의 협상능력이 저하되면서 퇴직금 적립 등 부담을 덜 수 있는 시간제 근로와 같이 고용주가 선호하는 근로형태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불안정한 형태의 취업의 증가로 인하여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생계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여성 정규직 실업자 양산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지난 8월 31일∼10월 2일 실시한 '경제위기가 여성의 고용평등과 실업에 미친 영향' 조사에 의하면 고용조정을 통한 정규직의 퇴직률은 남성이 12.0%인 데 비하여 여성은 23.0%로 더 높았으며, 그 결과 정규직의 남녀 비율은 고용조정 전 2:1에서 고용조정 후 3:1로 변화하였다. 또한 노동연구원의 '여성실업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들어 여성정규직 취업자가 지난해보다 20% 줄었다. 남성은 정규직보다 일용직 실직자가 훨씬 많은 반면 여성은 이와 반대로 정규직 실직자가 많았다. 여성 실직자가 취업을 포기하면서 비경제 활동인구로 분류되어 여성실업률은 지난 2월 이후 큰 변동이 없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가 지난 9∼10월 여성실업자 721명을 대상으로 공공취업알선기관 실태조사를 한 결과 구직등록을 하지 않은 여성실업자의 48.2%가 "구직등록에 대해 몰라서 하지 않았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구직등록 3개월이 지난 여성실업자 가운데 40.5%가 재등록을 하지 않았으며, 그 중 26.6%가 취업전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여성실업대책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이들에게도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며 공공취업알선기관을 통한 구직등록에 대한 홍보가 시급하다.

젊은 여성 신규 실업자 급증

노동연구원의 '여성실업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8월 5.8%이던 15∼19세 고졸 이하의 여성실업자는 올해 8월 15.8%로 10%가 늘었으며, 작년 6월 3.5%이었던 20∼29세 고졸이하 여성실업자는 올해 9월 9.7%로 6.2% 늘어 다른 어느 집단보다 실업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5∼19세 여성실업자의 수는 3만 6천 명, 20∼29세 실업자는 19만 8천 명이었다. 이들 젊은 여성 실업자들은 방치하면 유흥업소 등 불건전한 향락산업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15∼19세 여성실업자들은 그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적은 예산으로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의 변화

실직자 가정의 가장 심각한 경제문제는 생계비

윤정혜가 지난 8월 중산층을 포함한 전체 실직가구 644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실직자 가정의 가장 심각한 경제문제는 생계비(67.4%)였으며, 현재의 경제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경제적 파산'(39.7%)과 '끼니의 어려움'(25.6%)이 예상되었다.

도시빈민층 소득 30% 감소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지난 6월 15일부터 3주간 서울의 저소득층 775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6개월 사이에 가구주의 취업률은 77.7%에서 65.7%로 12.1%감소하였으며 가구당 평균소득은 122만 원에서 86만 원으로 30% 정도 줄었다. 이 때문에 64%인 493가구가 식료품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 50만 원 이하의 극빈층 가구는 56.8%이며 생활보호가구로 지정되기를 희망하는 가구가 52.8%에 이르고 있으나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는 생활보호 대상 가구는 14가구로 1.8%에 불과했다. 구제금융 사태 이후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계지출을 하는 저소득층이 갈수록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노동력은 있어도 일거리가 없어 당장 생계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생계보호 지원혜택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도시 서민의 빈민화 급속진행

한국노동연구원이 IMF 사태 이후 성남시에 사는 11가구의 소득 및 생활변화를 2개월간 심층적으로 조사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IMF 체제이후, 도시서민들이 급속하게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용직 6명은 IMF 이전 한 달에 25일 이상 일했으나 IMF 이후 4명은 일감이 완전히 끊겼다. 나머지 2명 중 1명은 한 달에 5일 정도만 일하는 반실업상태이고, 단 1명만이 20일 이상 일하고 있다. 월 100만∼250만 원 수준이던 이들 노동자의 가구소득은 소득이 아예 없거나 대부분 50만 원 이하로 낮아졌다. 영세사업자들의 경우, 슈퍼를 운영하는 한 가구의 월소득은 지난 해 10월까지 월 300만∼350만 원이었으나 지금은 90만 원 이하로 줄었다. 노점상의 월소득은 7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감소했다. 이 지역의 실업자들은 건설 및 가구제조 전문기술자들이 많은데 공공근로사업 등 성남시의 실직자 대책은 전문기술과는 거리가 멀어 참여도가 낮았다. 그리고 실직자 대출도 보증인이 없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당국은 복지 수혜대상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각자의 실정에 맞는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빚 얻는 실직자 급증

11월 5일 노동부에 따르면 실직자들을 위한 생활안정자금 대출액이 4월부터 10월까지 한달 평균 665억 원 이었으나, 9월에는 1,132억 원, 10월에는 1,173억 원으로 대출액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대출급증 이유는 대출조건의 완화 이외에도 실업이 장기화하면서 실직자들의 주머니가 바닥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퇴직금과 실업급여 등으로 생계를 꾸려 오던 실직자들이 이마저도 끊기면서 생활안정자금을 빌려쓰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실직자들의 생계지원을 위해 생활자금 추가지원을 통해 혜택을 늘여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간접자본 확충사업 등 적극적인 일거리 창출정책을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실업자 가정의 스트레스성 가정폭력 증가

윤정혜가 지난 8월 실직가구 644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남성실직자들은 술·담배를 하거나(46.2%),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경향(36.9%)이 많았다. 그리고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력은 실업 전의 76.2%에서 실업 후 70.5%로 줄었으나 아내의 남편에 대한 폭력은 10.7%에서 10.9%로 늘었으며, 폭력정도는 강도가 낮은 '욕설과 물건 던지기'는 감소하는 대신, '손발 사용 구타' 또는 '몽둥이 사용 구타' 등 강도가 높은 경우가 증가했다. 가정폭력의 증가는 가정해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실직가정의 화합을 위한 심리상담 및 생활적응 교육 프로그램이 확대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실직자 중고생 등 25만 명 학업 포기 위기

정부로부터 학비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중고생은 올해 3/4분기에 25만 5천여 명에 이른다. 그리고 내년에는 전체 중고생의 6.6%인 28만 3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가장의 실직 등으로 생계를 꾸려 가기조차 힘든 가정의 자녀들로, 학비감면을 받지 못하면 학업을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는 노동부의 실업대책기금에서 1천억 원을 확보해 이들에 대한 학비 지원을 해줄 수 있지만 내년에는 정부의 예산삭감으로 지원금을 확보하지 못해 최소 18만 명 정도의 극빈 학생들이 학비감면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측된다. 저소득층에게 자녀 교육은 빈곤 탈피의 꿈인데 공교육의 기회 상실은 결국 이들의 꿈을 박탈하는 것을 뜻한다. 새로운 교육복지제도의 도입은 고사하고 기존 제도를 계속 수행할 예산마저 삭감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장애·노약 노숙자 갈 곳 없다

11월 10일 현재 서울 시내 사회복지시설과 종교시설 등에 설치된 희망의 집은 82곳으로 이 곳에 1,932명이 수용되어 있지만 정상인 노숙자에 맞춰 시설이 갖춰지고 운영되어 장애인, 노약자, 환자들을 수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관계자들은 이들에 대해서는 입소권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좀더 과감한 지원과 다양한 보호시설의 마련이 시급하다.

결 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IMF 사태 이후 1년이 되어 가는 현재 경기침체와 대량 실업사태로 인하여 실업자가 양산되고 소득이 줄어들어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졸지에 빈민으로 전락한 실업자들은 만성적 빈곤계층과 달리 아직 근로 및 자립의욕은 강하다. 이들은 잠재 소요세력이나 무능력자가 아니라, 지금 일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우리들을 대신 해 구조조정에 희생당한 사람들이고, 동시에 일할 권리라는 기본권을 침해당한 우리시대 최대의 인권피해자들이다. 국민 모두 연대의식을 가지고 고통을 분담하여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실업률이 약간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시간제 근로자와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 등의 불안정 취업이 늘고 있으며, 여성 정규직과 젊은 여성 신규실업자는 크게 늘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실직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겨울철에는 일자리가 줄어 실업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근로능력이 있으나 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생계보호 범위를 확대하고, 생활자금 지원, 주거보호, 교육보호,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적극적 일거리 창출정책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류정순/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강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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