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주년 기념사, 월간 복지동향 일년을 뒤돌아보며 꾸는 꿈

지난 98년 7월에 월간 복지동향 준비 1호에서 출발하여 준비 3호까지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서 10월에 월간복지 동향이 처음으로 일반독자들에게 선을 보인 후에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풍습에서 돐잔치를 비교적 성대하게 여는 것은 의학이 발전되지 않은 시대에는 아이가 1년 정도 지나야 어느 정도 안정감있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감사를 표시하는 자축연의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이 잡지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계속 발간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제 걸음마를 익히는 한 살의 나이를 지나 두 살로 접어드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난지 1년 정도 지나면서부터 스스로 자기와 외부세계를 구별하여 자기 정체성을 인식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창간 1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제 13호의 편집회의에서 월간 복지동향이 1년을 버텨(?)왔음을 자축하면서, 동시에 잡지의 창간시에 내걸었던 사회복지 정보제공지와 정론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어느 정도 확립해 나가고 있는가를 자체적으로 반성하고 또 이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를 받는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우리사회를 강타한 IMF 위기로 실업자가 증가하고 그로 인한 노숙자 문제, 이혼율 증가, 결식아동 증가, 생계형 범죄 증가 등 사회해체와 가족해체의 문제가 심각하게 표출되었습니다. 복지동향은 이러한 사회적 위기를 맞이하여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의 미비를 지적하면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정책을 비판하며 한걸음 더나아가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또한 제도권 언론에서 충분하게 주목받지 못한 사회복지 문제나 쟁점을 다루어 이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키려 노력하는 한편, 국민연금 확대와 직장 의료보험의 통합과 관련하여 나타난 사회적 쟁점들이 언론이나 일부 사회집단에 의해서 왜곡되어 제기되거나 확대, 축소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고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지적하는 역할도 수행하였습니다. 또한 사회보험 및 사회복지 분야별로 우리 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거나 앞으로 쟁점화 시켜야할 정책잇슈를 발굴하거나 소개하는 역할도 일정 정도 수행하였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월간 복지동향이 정론지와 정보제공지로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고 자화자찬하는 꼴이 되어 조금 면구스럽기까지 합니다만 그래도 월간 복지동향이 한달에 약 2,000명 정도의 정기 구독자를 가지고 있음을 볼 때(욕심으로는 10,000부 이상 판매되는 잡지로 성장하고 싶지만), 이런 정도의 평가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나 뒤돌아 보면 월간 복지동향이 이 정도의 역할에 자기도취되어 안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우리들의 삶을 위협하는 각종 사회적 위험들을 사회연대 정신에 기초하여 함께 나누고자하는 국민 의식이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의 기본 철학은 함께 나누는 정신에 있습니다. 국민 공동체의 형성을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전체 국민을 포괄하여 통일적인 나눔의 장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의보통합과 국민연금 확대 과정에서 보고 있듯이 상당수의 조직근로자와 일반 시민들의 반발은(자영자의 소득 파악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눔이 형평성있고 정의롭게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러한 반발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조금 도가 지나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런 반대 운동의 근저에 흐르고 있는 주장과 구호에서 사회연대를 지향하여 공동체 사회를 결성하자는 따뜻함보다는 개인적, 집단적 이기주의라는 경쟁적인 약육강식 논리에서 오는 비정함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그뿐입니까? 장애인 시설, 노인요양시설이 자기 동네에 들어설 계획이라도 입안되면 아동 교육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시위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구호 속에서 집값이 떨어진다는 탐욕을 발견합니다. 뒤돌아 보면 월간 복지동향은 이러한 사회적 분열과 개인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에 좀더 적극적으로 공동체 정신의 숭고함으로 맞서지 못했습니다. 또한 함께 나누는 공동체 건설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좀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적극적 언어를 유포하는데 너무나도 소극적이었습니다. 참여연대 잡지인 '참여사회'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딴지 일보 총수는 "씨바, 시민운동 졸나 엄숙해"라고 지적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복지동향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언어의 표출 형식과 내용이 너무 엄숙하고 전문적이어서 시민의식을 변화시키고 시민들을 동참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그의 주장에 동감한 적이 있습니다.

복지동향이 일반 대중들의 삶의 문제와 그와 관련된 사회복지 문제들을 대중들의 언어로 파고들어 간다면 좀더 대중들에게 다가서서 대중들이 흥미롭게 읽고 우리 사회의 복지문제를 사회연대성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어떤 계기를 줄 수 있겠지요. 복지동향이 무슨 계몽지인가? 이렇게 질문하신다면 사실 할말이 없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복지 동향이 좀더 대중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는 그런 내용과 형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출간 당시에 잡지의 성격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기관지로 자리 메김하지는 않았습니다. 사회복지에 관련한 다양한 잇슈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굴하고 이런 잇슈들에 대하여 사회복지 전문가와 현장의 실천가들이 너무 잘 모르고 있어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이름도 복지동향으로 정하게 되었고, 주된 독차층도 사회복지인으로 생각하여 출발한 것이죠. 이런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출발한 월간지에 대하여 편집인이라는 사람이 계몽지, 대중지 운운한 것은 분명하게 꿈이죠! 복지동향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꿈이지만 또한 이루어야할 염원이기 때문에 꿈인 것입니다. 이 꿈이 헛소리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현실로 실현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편집인들의 책임이지만, 독자들의 기대와 소망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가요?

끝으로 창간 1주년 기념사를 빌어 그동안 복지동향에 원고료 한푼 받지 않고 좋은 글을 써주신 필자들과 이영환 편집장을 비롯한 편집위원들, 나남출판사 조상호 사장에게 감사를 드리며, 편집 간사인 이은경씨의 헌신적인 노력을 특별하게 기억하고자 합니다.

백종만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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