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12-10   1929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확대 적용의 문제

임시직, 일용직, 계약직 등 이른 바 비정규 근로자 atypical workforce 의 수가 2000년 3월 기준으로 685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1천 3백여만명의 53%에 이르렀다. 비정규직은 불완전한 고용 상태, 임금 등에서 정규직에 비해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불이익 외에 비정규직은 사회복지 차원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는데 사회보험에서도 원천적으로 적용이 배제되어 사회적 위험에 대처할 수 없거나 혹은 국민연금, 의료보험에서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어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2배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현상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조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비정규근로자의 30-60% 정도가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에서 적용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거나 아니면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어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표본조사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 외에 5인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도 상당부분 사회보험에서 제외되어 비정규근로자와 비슷한 유형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과 5인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를 사회보험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상당한 노력을 진행해 오고 있다. 고용보험이 98년 10월 1일부터 1개월 이상, 월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를 의무적용하기 시작했으며, 국민연금의 경우 시간제 근로자는 의무가입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되어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어 있었고 임시, 일용직 등은 3개월 초과 고용시 사업장 가입자로의 가입이 강제되었으나, 최근 개정된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의하여 고용보험과 동일한 기준으로 바뀌어 2001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에 있다.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적용 범위 확대도 급속히 이루어졌는데 고용보험은 98년10월부터 5인미만 사업장을 강제 적용했으며, 국민연금의 경우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어 있으나 최근에 입법예고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의하면 2002년 1월부터는 이들을 모두 사업장 가입자로 전환시킬 예정에 있다. 산재보험의 경우는 올해 7월부터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를 의무 적용시키고 있으며 최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앞으로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을 산재보험 의무 적용 사업장으로 직권가입 조치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산재보험 확대도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과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을 사회보험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나라 4대 사회보험은 수백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와 5인미만 영세 사업장근로자들을 배제시키고 있다. 99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보면 산재보험의 경우 전체 임금근로자의 59.4%만을 적용하고 있으며, 고용보험의 경우도 전체 임금근로자의 48.3%만을 적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는 실제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52%만이 실제 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실정에 있다.

올해 들어 산재보험이 5인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국민연금의 보험료 납부자가 약간 상승한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우리 나라 4대 사회보험은 실제적으로 비정규직의 대부분, 그리고 5인 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상당수를 사회보험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우리 나라 사회보험은 비교적 우리 사회에서 안정적인 사람들(정규직 근로자, 소득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 자영자)을 보호하고, 그렇치 못한 사람들을 제외시키는 반복지적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을 사회보험안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사회보험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가입대상자들이 보험료 납부를 기피할 수 있으며, 고용주가 보험료 부담의 증가를 이유로 사회보험 적용을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이미 4대 사회보험은 법률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근로자를 보험안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법에 규정된 강제 적용이 비정규직 근로자 및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특징, 즉 잦은 사업장 이동(전직), 불규칙한 고용 형태(반복 실업), 임금 및 소득상태의 부정확한 파악 등의 요인으로 실효성있게 적용되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즉 다른 말로 하면 사회보험 관리기관이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자격관리와, 보험료 부과, 징수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사회보험 적용은 4대 사회보험 기관(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고용안정센터 및 지방노동사무소 등)이 모두 독자적인 예산과 인력을 동원하여 독자적인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각 기관의 인력으로는 이들을 정확하게 조사하여 사회보험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비정규직과 5인미만 사업장근로자들을 사회보험 안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주요 이유가 행정관리 능력의 부재에 있다면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확대는 사회보험 행정관리 능력을 제고시키는 방향을 전제로 해야 한다. 대략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는 현재의 4대 사회보험 행정기구에서 피보험자의 자격관리,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이다. 즉, 가입대상자가 동일한 4대 보험을 독자적으로 운영하지 말고 적어도 자격관리와 부과, 징수 기능을 한 기관으로 통합해서 관리하면 지금 보다 휠씬 많은 비정규직와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을 사회보험안으로 끌어 들일 수 있을 것이다. 4대 보험에 흩어져 있는 피보험자 정보와 인력들을 한 곳으로 집결시키면 더욱 효과적으로 비정규직들의 사회보험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의 방안은 보험료, 부과 징수 기능을 국세청으로 아예 이관해 버리는 방안이다. 비정규직과 5인미만 사업장의 경우 소득상태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 사회보험행정기관에서 보험료를 부과, 징수하는데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와 비교하면 국세청은 집행의 강제력, 소득 파악 관련 자료의 풍부함 등을 갖추기 있기 때문에 정치적 의지에 따라서는 휠씬 강력한 부과, 징수 기능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국체성은 모든 자료를 '인별'관리로 하고 있다는 점도 부과, 징수에 있어서 장점을 갖고 있다(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은 현재 사업장별 관리를 하고 있음)

사회보험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의 경험을 보면 급여행정은 분리되어 있어도 보험료 부과 징수 기능은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연금, 고용보험, 의료보험을 총사회보험료 형식으로 의료보험행정기구에서 일괄징수하고 있으며, 일본은 연금, 의료보험은 사회보험사무소에서 고용, 산재보험은 노동성 지방조직에서 징수하고 있다.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국세청에서 일괄 징수하는 나라도 많다. 이 경우 대개 국세청에서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일괄 징수하여 관련 사회보험기관에 보험료를 이전시키는 방식인데, 미국(연금과 의료보험을 국세청에서 통합 징수), 영국(99년부터 국세청으로 사회보험료 징수 기능 이관), 그리고 스웨덴, 아르헨티나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4대 사회보험 자격관리의 일원화와 보험료 부과, 징수의 통합은 비정규근로자 및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사회보험의 실질적 확대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이다.

김연명 /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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