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12-10   1143

고용동향 – 비정규직이 문제다

2000년은 이른바 "IMF위기"극복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인가? 적어도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드디어' 1998년도 전반기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는 사실에만 비추어 보면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동향은 이러한 낙관마저 허용하지 않는다. 연내에 부실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추진되면, 실업률은 4%대를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개선의 이면에는 취업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노동시장 내부에 구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비관적인 예측이 숨어있다.

여기에서는 2000년도 3/4분기를 기준으로 지난 4년간의 고용동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사회의 고용구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한다.

고용동향 – 실업률의 감소 vs 비정규직의 증가

2000년 9월 현재 실업률은 3.6%로 1999년 1/4분기의 실업률 8.4%를 정점으로 하여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7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표 1). 또한 취업자수는 이미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경제활동 참가율에 있어서도 1997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표 1).

<표 1> 고용동향 – 1997~2000

(단위: 천명, %)

자료: 노동부 (각년도). 분기별 노동동향분석, 노동부.

http://www.molab.go.kr

그런데, 이러한 고용동향을 고용형태별로 분석하면 매우 의미있는 자료를 얻게 된다. 즉, 1997년 이후 우리 노동시장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증가이다. 1997년 4/4분기 현재 임금근로자 13,226천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일용직과 임시직을 포함하여 6,074천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45.9%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비해, 2000년 3/4분기에 이르면, 이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여 전체 임금근로자 13,177천명 중 6,895천명으로 831천명이 증가하여, 52.3%에 이르고 있다 (표 2). 이는 약 3년간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12%나 증가한 것을 의미하며, 같은 기간 중 임금근로자의 총수가 오히려 4만9천명 감소하였으며, 상용근로자의 수가 869천명 감소한 것을 감안한다면, 이 비율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다시 말해서, 1997년 이후 노동시장에서의 취업구조는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하여 정규직으로부터 실업자로, 그리고 다시 실업자로부터 비정규직으로 옮겨가는 경향을 보인다 (표 2).

<표 2>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동향 – 1997~2000

결국 1999년도 1/4분기를 정점으로 하여 노동시장의 변화는 실업률의 감소를 보이고 있다기 보다는 정규직으로부터 비정규직으로 옮겨가는 근로자의 수가 증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림 2). 다시말해서, 1997년도 이후 급격한 경기침체와 이에 동반된 급속한 구조조정은 정규직 근로자 중 취약계층들을 실업자로 전환시켰다가 1999년도 이후 이들 중 상당수가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데는 성공하였으나, 이전의 정규직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대다수가 비정규직 근로자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극심한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고, 사회보장제도에서 조차 소외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증가는 매우 심각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이 정규직 근로자들을 점차적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성마저 심각하게 해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전체 임금근로자의 반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은 기업의 규모와 업종에 따라 철저하게 분절되어 있는 우리의 노동시장이 근로자의 고용상 지위에 따라 첨예하게 분절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 하겠다.

취업구조의 변화: 일시적 현상 vs 구조적 변화

비정규직 근로자의 급증으로 대표되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노동시장의 취업구조 자체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인가? 적어도 최근 몇 년간의 고용동향 (비정규직 근로자와 장기실업자의 지속적 증가, 그리고 자발적 실업자의 증가 등)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또한 2000년 3/4분기를 기준으로 전직실업자의 이직사유를 보면, 개인적 이유, 건강, 시간, 보수 등의 불만에 의한 자발적 사유가 전체 이직사유 중 46.3% (30만4천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년 동월에 비하여 10.5%나 증가한 것이며 자발적 사유에 의한 실업자의 수가 전체 실업자의 38%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림 2).

자발적 이직사유에 의한 실업자의 증가는 노동시장 내에서의 마찰적 실업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노동시장 내부에서의 수요과 공급이 부적절하게 조절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실업상태에 있는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서 취업이 비교적 용이한 비정규직 형태로 취업하게 되고, 다시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족으로 인하여 수시로 노동시장에서 탈락과 취업을 반복하게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시장 내부에서의 원활한 정보교환과 적절한 직업훈련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효과적 대책수립의 필요성

현재의 고용구조가 중장기적으로 장래의 노동시장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 비정규직 근로자의 법적 지위 확대

–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및 노사관계 당사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 등의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노동계에서는 이를 위한 입법청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의 적용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법적, 행정적 조치들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 노동시장의 변화에 민감한 고용정책의 수립

– 노동시장에서의 고용동향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실업대책을 수립하여야 하며, 중장기적인 고용전망을 토대로 직업훈련 및 취업알선등의 적극적인 실업대책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시장 내부에서의 정보교환과 제공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이 실업과 인력부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장기실업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공존하는 현상은 정부의 고용정책이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한동우 /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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