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3-06   482

민주당 경선 후보 복지정책 총평

향후 한국의 사회복지는 두 가지 지점에서 대치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사회복지의 공급주체를 국가위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위주로 설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대치점이다. 즉, 50-60년대 서유럽 복지국가의 전통적인 국가복지 노선과 80년대 이후 복지축소와 작은 정부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노선간의 대립이라 할 수 있다. 사보험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대표적인 논란거리에 해당된다. 두 번째는 기존 사회복지제도의 근대화(혹은 합리화) 과제이다. 즉 기존의 사회복지제도를 효율성과 효과성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개편을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대치점이 형성될 것이다. 후자의 예로는 의료보험 통합 에서의 제도 변경과 의약분업 제도 변경 논란이 대표적이다.

첫 번째 측면, 즉 사회복지에서 국가의 역할을 보다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의 역할을 보다 강화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보면 7인의 대선주자의 공약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국가의 복지책임을 가장 강하게 나타내는 후보는 노무현이다. 노무현은 민간의료보험보다는 공보험 강화를 주장하였고, 무갹출 노령연금의 도입을 찬성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도 대상자의 확대와 부분급여제의 확대를 주장하였다. 김근태 역시 무갹출 노령연금도입에는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정책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국가의 복지책임을 강화하는 노선이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시장과 개인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노선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후보는 이인제이다. 이인제는 민간의보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하며, 복지예산의 확대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확대보다는 현상유지 혹은 소극적 확대의 태도를 보였다.

건강보험의 재정 통합 문제에 있어서도 전체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재정분리 쪽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동영의 경우는 빈곤문제의 해소, 사보험의 역할을 강조하는 지점에서는 시장을 중시하고 있으나, 다른 사안들에서는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김중권, 유종근, 한화갑에게서는 노무현과 이인제 등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노선을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위의 세 명의 후보는 일관된 철학에 기반한 정책보다는 사안사안별로 문제를 분석, 접근하고 사안에 맞추어 해결책을 제시하는 실용주의적 정책관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고 볼 수 있다.

사회복지제도의 합리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주자가 동일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기금 관리감독체계의 상설화에 대해서 모든 주자가 찬성하고 있었으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의약분업 폐기론에도 불구하고 모든 후보가 제도 보완을 통한 의약분업의 계속적 추진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 3-4년간 기존 사회복지제도의 합리화 내지 개혁과정에서 소속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적인 입장이 나타난 사안에 대해서는 후보마다 다른 시각을 보였다. 의보통합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동영, 한화갑, 김근태 후가 다른 후보보다 건강보험의 재정통합에 대해 보다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었으며, 이인제 후보는 사실상의 재정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회보험 보험료 부과·징수기능을 국세청으로 이관하는 문제에 대해서 노무현, 유종근, 정동영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에 이인제, 김근태는 확실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고 나머지 후보들은 약간의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자 확대 문제는 소위 근로의욕 문제와 복지 예산 규모와 연관되어 첨예한 입장의 차이를 보일 수 있는 사안이다. 노무현 후보는 현재의 기초법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대상자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나 김근태, 김중권은 대상자의 확대보다는 기존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대상자 선정의 정확성을 제고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반면 많은 정책에서 시장과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인제 후보는 기초법의 탈빈곤(자활)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상자 선정의 정확성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국가복지를 어느 정도 강조한 정동영은 기초법에 대해서는 과도한 예산소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여 대상자에 확대에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주자들의 정책 공약을 종합적으로 단순화시켜 보면 노무현 후보가 국가복지의 입장을 가장 강조하고 있으며, 이인제 후보가 상대적으로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여 노무현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다른 후보중 국가복지의 입장에 가까운 후로는 김근태를 선정할수 있으며, 정동영, 그리고 유종근의 경우는 국가와 시장 양쪽의 노선을 대변하려는 입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화갑, 김중권의 경우는 전형적인 정책실용주의 노선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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