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4-02   503

새 봄을 새 기운으로 맞자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밋밋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나,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로 한바탕 좋은 구경거리가 될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짜증과 무관심의 대상에 지나지 않던 정치가 볼거리라도 된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역시 한국 정치가 갈 길은 먼가 보다. 도대체 대통령 후보를 뽑는 터에, 정책노선의 신선한 날카로움은 커녕 해묵은 “음모”니 지역감정이 웬말인가. 이런 마당에 국민의 관심이자 역사적 과제인 남북화해, 재벌개혁, 복지확충 등이 의제로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꿈도 한참 허황된 꿈일까.

그래도 올해는 앞으로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참으로 중요한 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참여자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그동안의 복지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이루어져야 할 과제들이 논의되어야 하고, 또 어느 정도 그러할 것이다. 비록 그 수준이 낮고 국민들의 관심이 적어도 논의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사회적인 중요성으로 보나 과제의 본질적 가치로 보나, 복지정책은 이제 우리나라 사회의 가장 중요한 논의과제의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민은 이러한 객관적 조건과 정치·사회적 논의의 천박한 현실 사이에 있는 틈이 결코 좁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선거든 지방선거든 복지 의제는 아직도 구색 맞추기 아니면 선정적 비판의 대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우리 사회 전반의 터무니없는 야만적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시민과 세계>에서 김균이 고백한 것처럼, 우리 사회가 종국에는 극단적 자유시장 사회로 가고야 말 것이라는 “희망 없음”이 더도 덜도 아닌 우리의 현실인 다음에야.

그러나 우리 “복지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물론 짧게 보면 때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요즈음은 절망 쪽이 커 보인다. 최근 들어 정치적 조건의 악화, 제도적 틀의 일시적 안정, 개인적인 에너지의 소진(혹은 적응) 같은 것들 어우러져서 그리 좋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정신차려 이런 일을 한 것이 얼마나 되었다고. 스스로 자족할 일은 아니나, 그리 실망하고 쉽게 맥을 놓을 일도 아닌 것이 확실하다.

마침 계절이 바뀌는 때이다. 긴 겨울을 이기고 시작된 봄이 새 생명을 움틔우는 희망을 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랜 추위의 타성을 털고 새 봄을 새 기운으로 시작하자.

그런 뜻에서 <복지동향>도 봄을 맞아 약간의 변화를 꽤했다. 편집인과 편집위원을 개편한 것이 조그마한 변화이다. 복지에 대한 새로운 다짐과 함께, 내용도 형식도 매달 새롭게 바꾸어 나가겠다는 약속을 독자 여러분에게 환한 봄 선물로 드린다.

이 번 호에서 특집으로 다룬 ‘가족의 부양의무’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부탁한다. 기초생활보장법의 개선을 논하는데 있어 이것이 핵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 것이다. 이러한 작은 논의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 자리를 잡는데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창엽(편집인,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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