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4-02   1164

라틴아메리카의 거주운동

도시빈민거주지 개선운동과 협동조합운동

인권과 건강, 가족생활, 복지, 민주주의에 기초한 거주사상의 확립을 위해 동경대출판회가 1996년에 엮은 『세계의 거주운동』의 각 장을 독자들에게 연중기획으로 소개한다. 그 세번째로 책의 제 9장 라틴아메리카 편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거주 운동

도시 빈민 거주지 개선운동과 협동조합운동

호르헤 안소레나

라틴아메리카의 주거문제는 도시빈곤과 큰 연관을 맺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 빈민가 거주자의 대부분은 원주민 혹은 아프리카계 이민이고, 유럽계 이주민 도래로부터 500년이 흘렀지만 원주민과 노예 자손들의 생활은 지금도 그다지 개선되고 있지 않다.

193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 주요 도시의 인구증가는 공업생산 지향의 투자와 사회적 서비스가 도시에 집중된 결과이기도 하다. 농촌지역은 최근까지도 이동의 제한, 유아의 높은 사망율, 공공서비스의 부재에 허덕이고 있고, 빈곤 계층 농민들은 대도시로 대거 이주하게 되었다. 대도시 주변부의 조잡한 가옥이 이러한 농촌 이주민들에게 점거되었고 이들의 생활은 도시외곽에 방치되었다. 이들 불법 거주지의 5세이전 사망률은 선진국의 40∼50배에 달할 정도였다.

상파울로의 도시빈민 거주지역

상파울로의 경우 저소득층의 미공인 주거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도시들과 비슷한 양상으로, 코르티조, 비합법 구획, 화베라라는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코르티조는 도심부의 빈민가로 19세기 말 공업화시대로부터 시작되어 도시 중심부 일원의 낡은 건물의 임대형태를 띠고 있다. 1990년대 현재, 약 350만명의 사람들이 코르티조와 같은 임대주거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가 및 비합법 구획은 1950년대 이후 코르티조에 대한 규제 때문에 빈곤층은 규제가 없는 비합법, 무인가 구획의 땅을 구입해서 스스로 집을 짓게 되었다. 그러나 비합법 공간이기 때문에 법적인 소유자가 불분명하고 토지 이용은 혼란스럽고 불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화베라(Favelas)는 공유지나 사유지에 단계적 혹은 조직적 점거로 이루어진 주거공간이다. 화베라의 성장은 비합법 구획의 가격상승과 임금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1940년대 초 주로 공유지 점거로부터 시작되었다. 1975년 상파울로 시령으로 점거된 토지의 환원을 강제했으나, 이것이 화베라도스(Favelados, 불법점거자)의 조직화를 자극해, 상시적이고 합법적인 단체를 결성하여 화베라에 전기와 상수도 설비를 요구했다. 그 이후 몇 가지 화베라 지역의 개선이 이루어졌으나,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화베라에 대한 해결의 대안은 그 어디에도 없다.

베네수엘라의 공동체 조직

20세기초까지 베네수엘라 경제의 중심은 소 사육과 농작물 수출이었다. 원유 수출이 농작물 수출을 앞지른 1920년대 이후 농작물의 가격 폭락은 도시지역, 특히 카라카스로 인구집중이 가속화되었다. 1941년 인구의 35%가 도시에 있었으나, 1987년에는 82.7%가 도시에 거주하게 된다. 카라카스에 대한 도시집중은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동반하면서 1936년부터 시작되었다. 카를로스 안드레 페레즈 대통령 재직 1기 동안 경제상황이 악화되었을 뿐 아니라 도시재개발, 퇴거 등의 정부정책에 의해 도시 빈민들의 강력한 운동이 1960년대 본격화되었다. 1985년 경 카라카스 인구의 60% 가량이 열악한 지역에 거주했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1992년까지 취학연령의 40% 아동이 교육을 받지 못했고, 환자의 22%가 치료를 받지 못했다. 공공서비스는 민영화 과정에 있었고 환경문제도 극에 달했다. 경제위기로 인해 국가는 교육, 건강, 주택 및 공공서비스 예산을 동결했고, 이러한 상황은 대립과 주민결집의 원인이 되었다. 카라카스, 발렌시아, 말라카이보 등 대도시 지역이 스스로 조직화되었고 국가가 더나은 국민의 삶을 보장해 주기 위한 책임을 완수할 것을 촉구했다. 스스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은 공동체 조직을 탄생시켰다. 이 자주적 조직은 지역을 지키는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 공동체의 상황은 어려우나 스스로 리더를 뽑고, 집회, 위원회 구성, 시위 등을 기초로 활동을 하고 있고, 문화, 스포츠, 도시계획 등에 건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멕시코시티의 협동조합 운동

1940년대 이후 멕시코 시티는 급격하게 성장해 왔다. 이 성장의 대부분은 토지를 점거하고 각기 자기 집을 세우는 빈곤층 가족에 의한 것이었다. 1960년대에는 카톨릭 교회의 진보적인 그룹이 사람들의 교육 및 저축, 제조, 주택등의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을 촉진하는 멕시코사회사무소(Mexical Social Secretariat)를 창설했다. 이 조직이 60년대에 해산했을 때 그 주택협동조합부문에서 일하던 전문가들은 공동체에 기반한 주택 건설사업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COPEVI(Centro Operation de Vivienda y Problamiento)를 결성했다. 나아가서 사람들의 주택운동을 유사하게 지원하는 다른 기술적인 팀이 생겨났다.

1968년에는 학생운동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정부에 대한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으며 학생 운동출신 활동가들을 이 운동에 합류하게 했다. 이는 몇몇 도시주변의 가난한 노동자 운동에 활력소가 되었다. 1977년에는 멕시코 계곡의 저소득층 주거지역 대표자들이 몬테레이에서 전국 규모로는 최초로 회합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멕시코 대중운동 전국통일국 (National Coordinating body of Mexico”s Urban Popular Movement:CONAMUP)이 설립됐다.

1984년에는 CONAMUP은 전국 규모의 도시대중운동의 60%를 기획하는 수준이 됐으며 1988년에는 75만에서 약 100만에 이르는 구성원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멕시코 도시빈곤자운동에 의한 주택사업의 대부분은 FONHAPO로부터 융자를 받았다. FONHAPO는 저소득세대, 특히 소득액이 지역최저임금의 2.5배를 밑도는 저소득 세대를 위한 주택건설에 자금을 공급하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1981년에 멕시코 연방정부에 의해 설립된 공공 금융기관이다.

1983년부터 88년 사이에 FONHAPO는 멕시코 전국에서 24만5천동이 넘는 주택의 건설과 개량에 자금을 공급했다. 그중 거의 4분의 3은 신설로, 자금을 빌린 세대는 건설의 대부분 또는 전부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들 대부금의 4분의 1은 기존 주택의 개량을 위한 것이고 근소하게 0.5%가 완성된 주택의 구입을 위한 것이었다. FONHAPO는 NGO와 지역집단 및 공적인 기관에도 자금을 대부했다.

전후 라틴 아메리카 국가의 주택정책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라틴아메리카 정부의 최초 주택정책은 완성된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일례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52억달러를 투자해 97동의 고층아파트를 지어 16만명에 달하는 도시 빈민층을 입주시켰다. 그러나 이 정책은 입주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했고, 50년대 말 빈집이 속출하고 관리부실로 결국 물리적 환경의 급속한 악화를 낳았다.

1946년 이후 아르헨티나의 D.페론 대통령은 공공주택금융기관을 통해 30∼50년에 달하는 장기 저리의 주택 대출제도를 도입, 49∼54년까지 17만건의 주택융자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주택가격이 빈곤층의 구매능력 범위를 넘어서게 되었고, 자조원조제도가 시도된다. 콜롬비아의 I.C.T.(Instituto de Credito Territorial)가 그 예이다. I.C.T.는 도시 저소득층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토지신용기관이다. 이 기관은 주택가격을 낮추고 저소득층의 노동력을 활용하여 주민을 직접적으로 주택시장에 참여하게 했다. 우루과이에서도 상호부조협동조합과 기술원조기관을 통해 정부는 대출을, 조합원은 노동력을 제공하여 자신의 집을 짓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군사독재정권은 1975년 이를 돌연 중단시켰다.

인간적인 주거환경을 위해

1995년 3월에 하비타트 국제회의(Habitat International Council)가 쿠바의 아바나에서 개최됐다. 여기에 라틴 아메라카로부터 온 저소득 주택 그룹의 대표들이 다수 참여했다. 민중을 위한 저소득 주택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의 전망은 공장의 폐쇄, 실업, 사회 복지의 축소 등을 동반한 아메리카 대륙의 경제 위기로 인해 결코 장미빛이라고 할 수 없다. 이들의 견해에 의하면 금후 수년간의 도시에서의 거주 운동의 목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1. 도시의 빈곤층이 근래 특히 공공 서비스와 융자 분야에서 얻고 있는 부분적인 권리를 유지하는 것.

2. 라틴 아메리카 도시의 현실에 보다 적합한 건축조례 및 건설에 관한 규제를 취득하는 것.

3. 자조 및 상호부조에 의한 주택 건설에 협동적인 정신을 유지할 것

4. 빈곤층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시도하는 건축가들과 민중의 대화를 지속시킬 것.

라틴 아메리카의 사회상황을 보면 빈민가는 금후로도 오랜기간 동안 존속할 것이다. 따라서 빈민가를 살기 좋게 만들고 나아가서 인간적인 주거 환경으로 개선해나가는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저자 : 호르헤 안소레나, 번역 : 김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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