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5-03   405

이 봄, 희망은 가능한가

오랜 만에 오는 비가 반가워야 할 터이나,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무겁다. 편집인의 글을 쓰느라고 이번 호의 주제들을 다시 살피자니 도지는 “고질병”이다. 이번 호도 밝고 희망찬 내용보다는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을 거부해야 하는 사정이나 미적지근한 장애인 차별시정 같은 것이 눈에 먼저 밟힌다. 그나마 지방선거에 대비한 지역복지과제 정도가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고나 할까. 가슴 부푼 희망으로 복지동향을 내는 날이 과연 언제일까.

여야의 대통령 후보가 거의 결정된 모양이다. 그런데 이것도 또 걱정이다. 한번도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해본 적이 없는데다, 벌써부터 가당치도 않은 이상하고도 공허한 색깔 논쟁으로 갈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 모양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복지정책이 도마 위에 오를 중요한 품목임은 물론이다.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퍼주기식’ 복지정책이 “복지병”을 만든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기가 질린다.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소박하게 바라건대 그저 이번 연말의 대선에서는 지금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의 실상이라도 제대로 알려지기를.

여야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주중, 주말 드라마로서의 역할을 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지만, 잠시 사람을 들뜨게 할 뿐 복지의 정세는 엄중하다. 벌써 내년부터는 공적자금 때문에 정부의 재정이 거의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하다. 대선에서의 복지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아무리 희망 없는 시대라지만,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이 뻔한데 준비 없이 맞을 수는 없다. 한국의 복지에 대한 비전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친 몸을 곧추세워 다시 그것을 가다듬어야 할 때이다. 또, 현장을 누비고 다져서 국민의 목소리, 민중의 여망으로 보듬는 일이 또한 우리의 몫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복지의 확대와 발전은 곧 벌어질 복지에 대한 터무니없는 공격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무기이다. 금상첨화 격인 것은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현실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지역복지과제를 크게 부각시켜 다루었다. 비교적 풍부하게 사례를 소개하였으므로 관심있는 분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이건 별로 “끗발”이 없는 일이다. 복지도 그렇지만 “지방”도 마찬가지이다. 그럴싸해 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것들이 아닌가. 그래서 희망의 근거를 달리 어디 둘 데가 없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과 소외된 친구들 빼고는 말이다. 이들에게서 희망을 보지 않으면, 올 봄도 그리고 올해가 다 가도록 희망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김창엽(편집인,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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