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6-07   449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자기 내지는 “우리” 밖에 모르는 국민들도 세상에는 참 드물 것이다. 나, 우리 식구, 우리 지역 사람, 우리 학교 출신 등 모든 것이 “우리”로 울이 쳐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모두를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도 사실 이것은 자신과 관련된, 자신이 확대된 의미의 “우리”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사회적인 책임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 사람들을 대할 때도 이렇게 우리 중심으로 보는데 외국인을 대할 때는 이런 태도가 더욱 더 심해진다. “일본놈”, “중국놈” 요사이는 여기에 “미국놈”까지 더해져 모두가 “놈”들 뿐이다. 과거 역사와 현재의 관계가 주요 원인이 된 탓도 있으리라. 하지만, 현재 우리 나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특히 동남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쳐야 할 정도이다. 또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해할 때, 앞만 보고 가는 경향이 강하다. 성장제일주의, 출세지향주의 등 어떠한 이유건 이러한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할 때도 유럽, 미국 등 소위 선진국에 대해서는 좋게 보고 굽신거리면서, 우리보다 못하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아프리카, 동남 아시아에 대해서는 그렇게 강압적이고 비인간적일 수가 없다. 우리의 이러한 근본적인 잘못이 고쳐지지 않는 한 우리는 세계 어떤 나라 사람들과도 평등하고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달리 말해서 우리는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에게 굽실거리면서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우리 앞에만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고, 곁에도, 뒤에서 우리와 똑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릴 적에 교과서에서 배운 나라 사람들은 주로 우리 앞에 있는 사람들 밖에 없었고, 이는 우리가 인간에 대한 평등한 태도를 키워나가는데 큰 장애가 되었다. 유럽과 미국을 여행하고 오면 교양인이고 동남 아시아를 여행하고 오면 상대적으로 가난하거나 여행목적이 비교양적으로 여기고 있질 않는가? 정말 잘못된 태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너무 고마운 분들이다. “고상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기 꺼려하는 힘든 일을 해 준다는 것 자체도 물론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그분들이 우리에게 고마운 이유는 다른데 있다. 세상에는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피부로 가르쳐주고 있다. 직접 동남아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대하지 않았을 때는 동남아 국가의 민족은 이전에 우리가 교과서를 통하여 잘못 배운 판에 박힌 모습으로만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함께 일도 해 봄으로써 우리는 세상에는 우리 곁에도 뒤에도 많은 민족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 동안 우리가 세상을 잘못 이해한 것을 고쳐주는 계기가 된 것에 감사하지 않는 인간은 문제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 인간이건 사회건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에 대해 잘못을 저지르고, 외국인데 대해 비인간적으로 대해왔다는 것을 알건 모르건 큰 문제로 여기지 않고 살아왔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은 잘못된 태도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외국 노동자들로 인하여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깊이 반성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반성을 하고 나의 잘못을 고칠 수 있게 해 준 것 또한 우리가 고마워해야만 할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하여 보편성과 구체성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권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장 가까운데서 실현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이며, 의료, 교육 등 사회복지의 쟁점들도 우리에게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함께 숨쉬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또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도 똑 같이 중요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가치라는 이 중요한 깨달음을 우리에게 준 사람들이 바로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 사회복지에 관한 권리가 우리가 함께 누려야할 중요한 인간으로서의 권리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부족한 것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고,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게 해 준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

진영종(성공회대 교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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