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6-07   1506

지역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대안모색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의 배경 및 의의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복지분야에서는 많은 기대가 있었다. 지방자치제의 시작으로 지역사회단위의 복지욕구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고 복지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하여 지역단위의 사회복지전달체계가 한 단계 도약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기대의 주 내용이었다. 그러나 8년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변화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 즈음이면 지역의 복지관련 이슈가 득표와 관련하여 주목을 받기도 하였지만 전반적으로 지방자치제를 실시함으로써 지역단위의 복지전달체계가 향상되었다고 단언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역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개선은 지방자치제의 실시 자체만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방자치제는 바람직한 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기반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이 당초의 효과를 현상화하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제도의 밑받침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목적 및 의의

2001년부터 지역단위 사회복지전달체계 대안의 하나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시범사업을 통해 실험 중에 있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목적 및 의의는 대략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역사회 내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복지계획을 수립하고 제안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 복지관련 문제를 지역 스스로 해결해가는 민 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서비스 제공 실무자들의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가 그 지역사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는 상향식 의사소통 구조를 확립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지역 복지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의 공공 민간 복지자원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복지자원 활용의 효율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서비스 제공기관간 연계망을 구축하여 서비스의 연계 및 조정을 극대화함으로써 서비스의 중복과 누락을 방지하고 지역 주민의 욕구충족 정도를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셋째, 지역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개선과 함께 지역사회 내 복지 정보 및 서비스 제공자간 수요자에 대한 정보 등을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반복 조사로 비롯되는 낭비를 막고 좀 더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 및 계획 수립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전산망의 구축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위와 같은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한 준비과정에서 시범사업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적합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모형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의 좀 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의 관련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복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한편, 재가복지서비스를 활성화하도록 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종전에 시 군 구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유명무실하던 사회복지위원회를 폐지하고 그에 갈음하여 시 군 구에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설치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제7조 2에 '관할지역 안의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중요사항과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심의 또는 건의하고, 사회복지 보건관련 기관 단체가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 및 보건서비스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시 군 구에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실무협의체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칙에 근거하여 통과 1년 뒤부터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사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각 주체의 협력 지향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기존의 지역단위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노력들의 결과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단위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개선을 위한 몇 가지 실험들이 존재하였다. 대표적으로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진행되었던 보건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을 들 수 있으며 2000년에는 전국의 몇 개 지역에서 보건복지서비스 연계 모의적용사업이 진행된 바 있다. 각 사업은 지역단위의 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였으나 구체적인 방식에서는 조금씩 다른 면을 강조하고 있다. 보건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이 보건소라는 한 물리적 공간에 관련 서비스 제공자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서비스 통합을 도모한 것이었다면 2000년 모의적용사업은 서비스 제공주체들의 기존 위치를 인정하고 각 주체간 연계 및 협력을 도모하여 그 효과를 탐색하는 것이었다. 서비스제공에 있어 각 주체의 분화 전문화 경향을 인정하고 각 주체의 협력을 지향하는 최근의 경향은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에 더욱 주목하게 한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은 현재 전국 15개 지역에서 진행 중에 있다. 시범사업 지역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구분하였다. 지역사회 복지자원의 분포 정도, 서비스 연계 및 협력의 경험 정도가 그것이다. 복지자원이 풍부하고 연계 경험이 축적된 지역은 협의체의 이상적인 전형을 탐색하는 지역으로, 자원이 부족하고 연계 경험이 적은 취약 지역은 전국의 많은 유사 지역에 협의체 사업을 실시할 경우 현실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의 개요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역별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 군 구 공무원, 사회복지시설장, 보건소장, 전문가, 주민조직대표, 사회복지관련 시민단체 대표, 서비스 수요자 대표 등을 중심으로 약 10여명으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체 내에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위한 지역복지기획분과 등을 두도록 권장하였다. 일선의 서비스 연계 조정의 실험과 이를 통하여 얻어지는 정보의 피드백, 그리고 기타의 실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사회복지 및 보건관련 실무자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였다. 구성이 완료되면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지역사회의 복지욕구와 복지관련 자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기초로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한다.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한 후 이를 해당 시 군 구에 제안하고 이에 대한 협의 또는 심의를 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 과정에 대해서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사업기간의 제한으로 실험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실무협의체 내의 실무팀을 중심으로 지역의 주요 문제에 대응하는 서비스간 연계 및 조정을 시도하고 이를 통하여 얻어진 정보를 협의체의 협의 안건으로 상정하여 궁극적으로 지역복지계획의 수립에 반영되도록 한다. 이밖에도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기타 지역사회복지 관련 사안에 대하여 협의와 심의를 하도록 시도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은 일정 상 중반 즈음에 있으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역사회 욕구 및 자원조사와 서비스 연계 조정이 진행 중에 있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모형 적용과 평가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은 7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은 협의체 기본 모형이 지역의 실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되어왔다. 시범사업이 끝나면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는 지역별 사업결과를 양화하고 서열화하는 작업이 아니며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지역의 실정을 반영하여 어떠한 형태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협의체 모형을 구체화하는 기초 작업이다. 따라서 평가의 내용도 물량적인 효과평가가 아니라 지역의 특성이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 그리고 지역의 복지서비스에 미친 영향에 대한 내용분석이 주를 이룰 것이다.

구체적으로 평가내용에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구성과정과 구성내용, 지역사회복지계획과 서비스 연계 및 조정을 비롯한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운영,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운영을 통해 나타난 제반 의식 및 태도, 그리고 구체적인 서비스 제공상의 변화, 클라이언트의 만족도 변화 등이 포함된다.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각 평가 항목이라기 보다는 각 평가내용간의 상호작용이다. 지역의 특성이 협의체 구성과정과 구성내용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협의체 구성과정과 구성내용이 협의체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협의체 운영이 궁극적으로 지역사회복지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대한 시사점

시범사업이 종료된 이후 면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분석결과에 기초하여 향후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이 발견될 것이지만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에서 우선 논의될 수 있는 몇 가지 과제에 대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지역에서 구성되고 원활하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는 사회복지시설, 특히 서비스 연계 및 조정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용시설의 수가 극히 적고, 단기간에 이용시설의 수를 증대시킬만한 자원도 지역 내에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관련 단체 및 센터 등의 분포도 충분하지 않은 실정에서 지역별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함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한편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이끌어갈 인적자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앞에서 언급한 사회복지 관련 시설 및 단체의 부족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기도 한데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사업을 이해하고 이에 동참할 수 있는 사회복지실무자 및 전문가의 수가 매우 제한되어 있어 시범사업을 이끌어 가는데도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물론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을 경험하면서 지역사회내의 자원부족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노력이 지역의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새로운 자원개발의 시도로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주목할 일이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확보된 자원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나타나 이러한 문제의 해결이 상당기간 중요한 사안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둘째,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목적에 대하여 표면적인 동의가 있다고 하여도 실제 사업에 임하면 사업을 적극적으로 끌어가는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직면하게 된다. 지역별로 복지문제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인지하여도 구체적으로 이러한 장을 위한 노력의 투여로 이어지기에는 동기가 미약하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통하여서만 형식적인 사업의 수용을 극복하고 실질적인 지역사회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협의체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협의체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할 수 있는 좀 더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시범사업의 경험도 이러한 공감대를 확보하는 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뿐이다. 셋째,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는 관계자의 추가적인 업무부담과 이로 인한 소극적인 사업참여였다. 전산망의 구축 등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다소 완화시키려고 하였으나 전산망의 활용은 오히려 초기의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할 것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추가적인 업무부담의 문제는 계속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본 사업이 실시되면서 협의체 관련 활동이 공식성을 갖게되고 전반전인 업무의 재편을 전제로 하여야 다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운영에서 민 관의 관계를 어떻게 구조화 할 것인가, 그리고 협의체와 실무협의체 간 의사소통의 방식을 어떻게 구체화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문제는 시범사업을 마치고 사업에 대한 분석을 한 연후에야 그 해결의 열쇠를 논의할 수 있다.

충분한 준비와 보완 이루어져야

그런데 한 가지 집어야 할 것은 새로운 제도의 시행에 앞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고, 충분한 준비만이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고 결국 사회적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간의 일회성 시범사업을 통하여 본 사업의 준비를 마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좀 더 장기간의 계획적인 시범사업 등을 통하여 다각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지역사회복지 협의체 모형의 지속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분야의 많은 분들이 사회복지전달체계의 한 대안으로 실험중인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관심을 갖고 그 완결성을 구하는 작업에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현주(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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